쇄신과 참여를 통해 새로운 교회상을 펼치도록 한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한국교회 상황에 맞게 구체화시키겠다는 의지 속에 사목회의 의안은 내성과 대화를 큰 틀로 하고 모두 12개 영역으로 나눠 작성됐다.
이 의안들은 한국 사회와 교회 전반을 포괄하는 것으로 의제선정, 의안준비, 교구사목회의, 그리고 전국 사목회의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700여명에 달하는 전문인들이 그 작성에 참여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통해 이뤄졌다.
또한 의안 본문 외에 매 의안마다 매우 구체적인 형태의 제안 사항을 첨부해 관심을 끌었다. 특히 이 제안 중에는 평신도와 여성의 교회 참여에 대한 적극적인 권고, 기혼자의 종신부제직 수여 문제, 평신도 연구기관 설치, 토착화를 위한 각종 전례 개혁안, 교구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교구 사제들의 교류 문제, 그리고 사회교리연구소 설치 등 미래 사목의 대안으로서 적극 검토해봐야 할 진지한 의견들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의안들은 주교회의에 의해 한국 교회의 사목 지침으로는 승인 공포되지 않았다. 즉 주교회의는 사목회의가 제시한 대부분의 제안들이 건설적이고 한국교회 발전에 필요한 것임을 인정했지만 실천 가능한 것부터 「한국 교회 지도서」(Directorium Commune Coreae)에 수렴키로 함으로써 의안의 일부분만 사목 방침에 반영되도록 결정했다. 이에 따라 사목회의 의안은 한국 교회 안에서 단지 참고 자료 정도로 전락하게 됐다.
성직지 의안 - 민주적인 사목 협의 요청돼
수도자 의안 - 활동보다 존재 중심의 삶을
전례의안 - 전통문화 따른 토착화 강조
신심운동 의안 - 내실화로 복음 정신 견지를
지역사목 의안 - 문화적 요인 폭넓게 다뤄야
교리교육 의안 - 시대 장소에 적응된 교육을
교회운영 의안 - 기초 공동체 형성이 필요해
주요 내용
성직자 의안은 성직자의 신원과 생활, 양성, 성무 활동과 사목 기획 및 협의기구 등에 대해 서술한다. 의안은 성직자의 신원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 충실한 종으로서 교회와 사회에 봉사하는 사람들로서 성무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게 된다고 지적한다.
사목회의 의안 전반에 토착화의 의지가 깃들여 있듯이 성직자 의안에서도 역시 토착화의 필요성이 강조된다. 예컨대, 전례에 있어서 한국인의 심성에 적합한 예절을 연구 적용해야 하며 이를 위해 교구별로 시범 본당을 둘 필요성을 지적했다.
또 민주적 바탕 위에서의 사목협의를 요청하는데, 주교회의 의제에 대한 깊은 연구와 함께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회의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하고 그들로 구성되는 전문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제안사항에서 종신 부제직의 도입에 대해 연구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수도자 의안은 수도생활의 본질과 양성, 사도직, 반성과 전망으로 구성된다. 의안은 수도자의 정체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지나친 활동 중심의 수도생활이라는 현실 속에서 수도 생활의 근본 요소들을 원칙적인 측면에서 다루었다.
특히 의안은 수도자가 활동 중심의 삶보다는 존재 중심의 삶을 살아야 함을 강조하고 공의회의 지적과 같이 수도자들이 복음과 창립자의 정신으로 되돌아갈 것을 촉구하면서 현대에 맞는 쇄신과 적응을 심화할 것을 요청했다. 나아가 한국적 풍토 안에 뿌리내리고 복음이 이 토양에 육화되도록 하는 것이 큰 과제임을 강조했다.
평신도 의안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제시한 평신도상이 어떻게 한국 교회 안에서 정립되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서술된다. 특히 이론에 그치지 않고 평신도의 신앙생활에 대한 조사 결과를 함께 수록하고 있으며 평신도의 실상에 대한 고찰을 바탕으로 미래의 평신도상에 대해 모색한다.
의안은 특별히 평신도의 교회 생활 참여에 대해 여러 기회에서 강조한다.
제안사항에서는 이러한 요청이 되풀이되고 있다. 예컨대, 교구 및 전국 차원에서 평신도가 사목협의회에 효과적으로 참여해야 하며, 본당·교구·전국 차원에서 평신도가 교회의 주요 결정에 완전히 참여하고, 평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한 곳은 중요한 지위를 평신도가 맡아야 한다고 언급한다.
또 사도직 활동에 교회의 지도를 필요로 하지만 평신도의 폭넓은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고, 능력 있는 평신도 지도자를 위한 교육 과정을 신학교에 개설할 것과 전문 인력 개발을 위한 투자를 요청했다.
평신도 의안의 토착화 제안은 매우 강경하다. 「한국교회의 토착화를 위한 사목적 방안 제시」라는 별도의 장을 통해 △동양의 종교 전통을 존중하는 자세로 배우고 그리스도교적 안목에서 평가할 수 있는 교육의 실시 △전례의 토착화 △신학의 토착화 △영성의 토착화 등 네 가지를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토착화를 위한 전문 연구 기관 설립을 제안했다.
전례 의안은 전례 쇄신의 일반 원칙에 이어 미사와 각 성사들, 준성사와 예식서, 성음악과 교회 건축 및 성미술에 대해 다룬다. 우선 원칙에 있어서는 가톨릭 교회의 통일성을 유지하면서도 한국 전통 문화와 풍습, 현실을 고려하고 부단히 발전시켜야 한다는 대국적 견지에서 몇 가지 원칙을 제시하고 각 영역별로 구체적인 방향과 지침들을 다룬다. 전례 의안 역시 한국의 전통 문화와 심성에 따른 토착화의 노력을 강조한다.
신심운동 의안은 그리스도인들의 올바른 신심 운동에 대한 모색이라고 할 수 있다. 의안은 신심 및 교회 운동이 그 자체로서 신앙의 내실화와 계속적인 쇄신을 통해 복음 정신을 견지할 때 쇄신 및 신앙의 성숙에 기여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현재 한국 교회 안의 이러한 운동들이 서구에서 전래된 것이므로 명칭이나 용어 등에 외래어 사용이 많고 서구적 표현 방법, 진행 과정 등 이질감을 주는 요소들이 많다는 점에서 신심운동이 한국적으로 토착화될 수 있도록 연구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지역사목 의안은 특별히 토착화 문제로서의 문화 사목, 현대화와 사목활동, 교구 및 본당에서의 사목활동 등을 다룬다. 우선 한국 문화와 사목을 주제로 토착화를 다룬 부분에서는 신앙, 교회와 전통 문화, 미래지향적 문화사목 방안을 다루고, 샤머니즘, 타종교, 무신론, 종교 무관심주의자, 대화사목 등 문화적 요인들과 사목활동의 관계를 폭넓게 다룬다. 다음 장에서는 현대 사회가 부여하는 시대적 징표를 식별할 필요성을 지적하고 도시화, 새로운 인간 관계, 인간화, 이웃과의 연대 등에 대해 언급한다.
교리교육 의안은 모두 7개장으로 나뉘어 있다. 서론과 결론을 뺀 2~6장이 본론인데, 우선 주요한 전통 종교들의 영향과 오늘날의 시대적 사조가 교리교육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지적하면서 교리교육은 시대와 장소에 적응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의안은 이어 교리교육의 내용으로부터 신앙 성숙을 위한 교리교육과 예비신자를 위한 교육을 따로 나눠 언급하고 교사, 교리서, 교육자료, 기구 등 교리교육을 위한 구성 요소들을 하나씩 꼼꼼하게 살펴본다.
가정사목 의안은 가정에 대한 전통적인 가치관이 사라지고 새로운 자녀관과 가족 계획이 일반화되면서 가정사목의 의미와 중요성은 더욱 중요한 것으로 대두됐음을 인식하고 있다. 혼인과 가정에 대한 가르침에서부터 가정 안에서의 신앙과 생활, 이웃 가정에 대한 관심, 가족 계획 문제들을 다루고 이혼 후 재혼한 부부의 문제나 본당에서의 노인 사목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특수사목 의안은 청소년 노동 농촌 이향 관광 해양 교포 사목 등 광범위한 영역들을 포괄하고 있다.
교회운영 의안은 머리말에 이어 교회 운영의 일반적인 내용, 그리고 교구와 본당의 운영에 대해 서술한다. 의안은 신자수 증가와 사제 부족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공동체를 제안한다. 자발적인 형성에 의해서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기초공동체의 형성이 필요하다. 공식적인 확정안에 포함되지는 않은 채 제안사항으로 제시된 내용 중 「교구장 이동 및 임기제」의 검토나, 교구간 사제 교류의 문제, 자문기관인 사목협의회를 보조원리의 범위 안에서 의결기관으로 바꾸는 문제 등은 상당한 관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선교 의안은 어제와 오늘의 한국 교회의 선교활동에 대해서 살펴보고 미래 선교 대책의 수립을 모색한다. 교회의 근본 사명으로서의 선교의 자세와 방안을 생각하고 신앙 수용기, 박해기, 한말과 일제시대의 선교 활동을 성찰한 뒤, 현대 한국 사회의 특성과 교회의 선교 활동을 생각해본다. 이어 개인과 본당, 교구 및 전국 단위의 선교 대책 수립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의안은 선교연구소 설치를 시급히 요청하며 유급 전교사의 채용도 시급한 것으로 제안했다.
사회 의안은 12번째 마지막 의안으로써 사회정의, 언론, 사회개발 등 세 가지 분야로 다시 세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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