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복음을 저술한 작가 마르코는 대체 어떤 인물이었을까.
『마르코는 예수의 제자나 목격 증인이 아니었고 베드로의 통역이었는데 베드로로부터 들은 예수의 말씀과 행적들을 순서대로는 아니지만 기억나는 대로 충실히 기록하였을 뿐만 아니라 그 어떤 것도 삭제하거나 삽입하지도 않았다』
115년경 초대 교부들 가운데 소아시아 히에라 폴리스의 주교 파피아스는 베드로의 통역을 맡았던 마르코의 얘기를 밝힌다. 평소에 요한 원로로 부터 익히 전해들은 바가 있어 저간의 사정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전제한 그는 『마르코가 베드로를 통해 예수의 말씀과 행적에 관한 내용을 기록하였다』고 증언하였다.
이레네오 테르툴리아노 유스티노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스와 같은 교부들도 파피아스의 말을 받아들였고 그러한 과정에서 파피아스의 증언은 교회 전통으로 자리잡게돼 「마르코」는 네 복음서중 가장 먼저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복음서의 저자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이 복음 작가는 이름만 알리고 있을 뿐 생애에 대한 실제적인 이야기는 거의 알 수 없는 상태다.
신약성서 곳곳에 「예루살렘 출신으로서」(사도 12, 12) 「바오로와 바르나바의 제자」였으며(사도 12, 15 13, 5~13 15, 37~39 필레 1, 24 골로 4, 10 1디모 4, 11) 또한 「베드로의 제자」(1베드 5, 13)로 「요한」 마르코 라는 인물이 묘사돼 있으나 복음 작가와 같은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이레네오가 사도행전에 나오는 「마르코라 불리는 요한」이 바로 복음작가 마르코라고 설명한 것들과 관련지어 본다면 마르코는 베드로가 순교할 무렵부터 베드로와 연관을 맺으며 내용을 기록했다고 추측할 수 있고 따라서 성서 전문가들은 마르코가 기원후 64년경 로마에서 복음을 저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성서 전문가들은 마르코가 기원후 64년경 로마에서 복음을 저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바로 헤로데 아그리빠 왕의 박해로 체포돼 갇히게 된 베드로는 어느날 밤 두 천사의 힘으로 기묘하게 옥에서 구출된 후 「마르코」라 부르는 「요한」의 어머니 「마리아」의 집에서 머물다가 원수들을 피하기 위해 다시 「로마」로 향해 출발했다는 대목이다.
또 베드로 전서 및 사도행전에 따르면 마르코가 로마에 살았으며 바르나바와 바오로의 첫 번째 전도여행에 동행하였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도중에 헤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두 번째 전도여행에서는 바르나바가 마르코를 동행하려 했으나 바오로가 반대한 것을 알 수 있다.
한편 필레몬서에서는 이후 바오로가 에페소에서 투옥 생활을 하던 곁에서 마르코가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제3차 여행(53~58)에서도 바오로 곁에 마르코가 있었다. 그는 디모테오에게 『그대는 마르코를 데리고 함께 오시오. 그는 봉사하는 일에서 내게는 귀한 사람』임을 드러냈다.
또한 베드로도 마르코를 자신의 아들로 여겼다는 구절을 볼 수 있는데 학자들은 아마도 베드로가 친히 마르코에게 세례를 주고 신앙적으로 가르치며 키웠을 것이라는 추측을 보이고 있다. 그런면에서 베드로의 통역을 맡았던 교부들의 증언은 의혹이 어느 정도 불식됐다고 봐야 한다.
마르코 복음서는 모두 16장.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 그리스도』(1, 1)의 기쁜 소식이 역사적인 인물 예수님의 말씀과 행적을 통해 선포되고 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안에서 밝혀지는 메시아 비밀, 수난 예고에 이어지는 제자들이 걸어가야 할 길, 복음서 전체에 면면히 흐르는 예수님의 수난은 예수님께서 누구인지, 오늘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은 어떠한지 되새기게 만들고 있다. 이 복음은 지금껏 설교 역사상 세상 끝까지 불멸의 빛을 내뿜는 커다란 금자탑의 하나로 여겨진다.
전승에 의하면 마르코는 베드로 바오로가 치명한 뒤 로마를 떠나 이집트 알렉산드리아로 가서 현지 주교로서 베드로 정신을 따라 교회를 발전시켰지만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가 일면서 체포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후 마르코는 목에 줄을 매 읍내를 돌게 되고 참살 당하게 된다. 정확한 순교 날짜나 장소 등이 불분명하나 마르코 복음사가의 유해는 9세기경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성 마르코 성당으로 옮겨졌다.
전문가들은 그러한 순교 후에도 「베드로」의 제자로서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 또한 그가 교회 전승상 마르코라는 사실을 정확히 입증할 수는 없지만 저자가 해외 유다계 그리스도인이었고 사도들의 증언 내용을 몸소 두루 익힌 자로서 복음 전파에 전념한 인물이었다는 것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통상 날개 달린 사자가 마르코의 상징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그의 복음이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로 시작되며 이 소리가 포효하는 사자와 같다는 의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