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령화 - 현상
「고령화」 현상은 향후 교회에 미칠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되므로 상세히 취급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번 호에는 현상, 다음 호에는 요청되는 가톨리시즘에 대하여 다룬다.
현상: 고령화 현상을 다음의 두 가지 차원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되고 있다.
노인들의 사회는 전속력으로 달려오고 있다. 유엔의 기준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층 비율이 총인구의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aging society)가 되고 14%가 넘으면 「고령사회」(aged society), 그리고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가 된다. 이를 따를 때 한국은 이미 2000년 이 수치가 7.2%에 달하여 「고령화 사회」에 들어섰다.
통계청은 2003년도 보고서 「한국의 인구 1」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2010년에 9.9%, 2019년에 14%, 그리고 2026년에 2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즉 2019년에는 「고령사회」에,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 얘기가 된다.
주목할 것은 「고령화」현상이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1966년에 3.3%였던 노인비율의 증가세는 완만하여 30여년이 흐른 2000년에 7.3% 수준이었지만, 14%에 이르기까지는 19년이 걸리고, 14%에서 20%에 이르는 시간은 불과 7년 밖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사실, 고령화 현상은 이미 선진국에서 한 세대 이전부터 골머리를 앓던 사회문제였다. 하지만 한국의 고령화는 속도 면에서 세계 기록을 경신할 전망이다.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이행하는데 걸린 기간은 세계 기록이었던 일본의 24년을 5년 정도 앞당길 것이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데 걸리는 기간 역시 일본의 12년보다 5년 단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를 가속화시키는 요인으로서 한편으로는 평균수명의 연장, 다른 한편으로는 출산율의 감소가 동시에 꼽힌다. 1970년 62세 수준이었던 평균수명은 2003년 75세에 달하고, 2020년경에는 80세를 돌파할 전망이다. 반면 출산율은 2003년 현재 1.17명으로 세계 최저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평균수명」이 연장된다고 하는데 반갑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정치?사회의 측면에서 볼 때 「고령화」 현상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골칫거리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국가 경제의 측면에서 부양 부담이 크게 증대할 것이라는 문제점을 우선적으로 꼽는다.
특히 자력으로 「노후」를 담보할 수 있는 경제력 축적이 없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감안할 때 부양부담(복지비용, 의료비, 여가활동비 지원 포함)은 상대적으로 더욱 무거워질 것으로 전망한다. 앞으로 20~30년 동안 늘어나는 노인 관련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서는 국내총생산액에서 9~16%의 비용을 추가적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결과적으로 국민의 조세 부담률을 높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반작용으로 상당한 조세저항과 정치적인 갈등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두 자리 숫자의 소득연령층이 1명의 무소득 노인을 부양하던 사회에서 불과 3~5명의 소득연령층이 1명의 무소득 노인을 부양하는 사회로 이행하고 있는, 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은 체계적인 중장기 대비책을 요구하는 도전임에 틀림없다.
둘째, 한국 가톨릭교회가 사회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교세통계를 보면 교회가 한국 사회보다 더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2002년도 평균 신자증가율이 2.8%였음에 비할 때 50~59세 12.8%, 70세 이상 15.2%의 신자증가율은 가히 폭발적인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40세 이전 전 연령층에서는 신자수가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결과적으로 사회차원에서의 자연적인 고령화에다가 인위적인 고령화(고 연령층 신자 증가, 저 연령층 신자 감소)라는 요인이 교회차원에서의 고령화를 강하게 부채질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가톨릭교회의 신자 고령화 현상은 개신교보다 심각할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종교 내 청년인구(18~30세) 비율에서 개신교는 46%대에 육박하고 있으나 천주교는 19%대에 그치고 있다(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 1998). 불교는 33%대로 나타났다. 이는 향후 몇 십 년 후의 종교인 분포에서 가톨릭신자 비율이 개신교 및 불교와 비교할 때 오늘날의 상황보다 훨씬 악화될 것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교회 현장에서 관찰되는 신자 활동의 실제 현황은 통계보다 더욱 심각하다. 미사참례 신자 분포, 단체 활동 신자 숫자를 비교해도 고령자 비율이 부쩍 늘고 있다. 게다가 유아 영세율 저조, 첫영성체율의 급락, 주일학교 운영난, 두 쌍 중 한 쌍에 이르는 신혼부부의 이혼율에 기인한 조당자 급증 등은 40대 미만의 활동신자가 어느 정도 급감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내 주고 있다.
우리는 여기서 잠깐 「고령화」현상이 어떤 것인지 경각심을 갖기 위하여 서구교회의 고령화현상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서구교회는 수십 년 전부터 고령화라는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 주일미사에 오는 신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고령자들이다. 60대 신자는 팔팔하게 일해야 할 「젊은층」에 속한다. 사제들의 연령층 역시 역삼각형으로 분포되어 극소수의 젊은 층이 교회의 미래를 떠받치고 있는 실정이다. 수녀원은 대부분 수녀님들을 위한 「양로원」으로 쇠락하고 있다. 한마디로 고령 신자들이 빠지면 유럽 및 미국 교회는 더 이상 할 일이 없어질 판이다. 아예 교회 자체가 초고령화 되어 「골다공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교회 자체의 죽음과 장례식을 언급하기도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셨고 죽음에서 소생하는 부활의 기적을 이루신 하느님께 대한 전폭적인 믿음이 없이는 아무도 교회의 미래를 낙관하지 못하는 것이 오늘날 고령화된 서구교회의 모습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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