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현대 가톨릭연구단(책임=박일영 교수)이 최근 발표한 「한국 근현대 사회문화적 변동기의 천주교 기여와 인상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천주교회는 다양한 방면에서 한국의 근현대사에 큰 영향력을 미쳤고, 이로 인해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매우 긍정적인 인상과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제는 정치.사회적 역할에 못지 않게 종교 본연의 기능, 즉 정신적.영적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는데 충실해야 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전국의 일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전문 연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와는 달리 일반 대중들의 생생하고 객관적인 의견에 대한 관찰과 분석이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천주교는 한국 근현대사에서 정치.사회.문화 분야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종교(36.7%)로 평가받았다. 「개신교」(25.4%)와 「불교」(24.5%)가 뒤를 이었으며, 한국 근대화에 가장 기여한 주체로는 「박정희 정권」이 꼽혔다.
어려울 때 도움을 요청하고 싶은 곳은 「개신교회」(15.4%), 「불교사찰」(13.5%), 「천주교 성당」(12.9%), 「정부복지기관」(8.8%) 순으로 나타났고, 없다는 응답이 26.1%로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개신교와 불교의 교세가 가톨릭에 비해 서너 배 이상인 점을 감안할 때 가톨릭의 비율이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천주교의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사회 봉사를 많이 한다」(66.3%)와 「정신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65.1%)가 가장 많이 거론됐으며, 반대로 부정적 평가는 「교리를 엄격하게 강조한다」(46.5%)는 답변이 가장 높았다.
또 「천주교 성직자의 품위, 자질이 부족하다」에 대한 설문 항목에서는 일반인과 신자의 동의 비율이 각각 19%와 30.7%로 나타났다. 신자들이 성직자의 품위와 자질에 오히려 불만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천주교와 천주교인에 대한 평가도 전체적으로는 호의적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인권 확립」과 「민주화 과정」에 큰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민주화, 인권운동, 농민노동운동 등 사회 정치적 역할, 이른바 예언직 수행에서 천주교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개신교는 「자선사업」과 「의료사업」, 「직업윤리」와 「경제윤리」 영역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다.
천주교가 타종교에 대해 갖는 포괄주의적 태도도 개신교의 배타성과 대조되면서 눈에 띄는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다종교 사회인 한국에서 천주교의 포괄주의적 입장과 유연한 태도는 큰 경쟁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한편 천주교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을 묻는 질문에 「성모 마리아」라고 답한 경우가 44.2%로 가장 많았고, 교구 성직자.수도자, 교황, 전례 예식 등의 순이었다.
20세기 천주교를 떠올릴 때 연상되는 것으로는 「명동성당」(77.3%), 「외국인 선교사」(51.4%), 「사회복지」(31.3%), 「정의구현사제단」(30.4%) 등이 언급됐다.
천주교 내부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사제 중심적, 권위적 운영」(32.6%)과 「신자의 사회윤리의식 부족」(15.9%) 등이 거론됐다. 여기서는 비신자보다 신자들의 지적이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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