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신탄진을 지나 청주 방향 40번 국도를 타고 가다 현도사회복지대학교 진입로로 들어서서 5분 남짓. 도로 왼편에 세워둔 팻말 너머로 보혈선교수녀원(충북 청원군 현도면 상삼리 164)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도심에서 불과 20여분 거리. 그러나 수녀원이 자리한 그곳은 마치 깊은 산속인양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급작스레 맛보는 고요함에 잠시 정신이 멍해진다. 수녀원을 둘러싼 주변 봉우리들 모양새 하며 수도(修道)하고 기도하기에 이보다 더한 「명당(明堂)」이 없을 듯 하다.
보혈영성
보혈선교수녀회(한국지부장=장효은 수녀)의 영성은 「보혈」(보배로운 피, Precious Blood)이라는 이름에서 보듯 「피의 영성」이다. 물론 십자가에서 마지막 한방울까지 쏟으신 그리스도의 피다. 십자가가 그리스도의 지극한 사랑의 현시이듯이, 피의 영성 또한 그리스도의 사랑에 바탕을 두고 있다.
「피의 영성」은 그러나 보다 깊은 설명이 필요하다. 그것은 생명의 영성이고, 살림의 영성이다. 사람에게 피가 곧 생명의 상징이듯, 보혈은 우리의 영적 생명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고 그 피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처럼 「그리스도의 피」, 즉 「보혈」은 그분의 강생과 죽음, 부활이라는 「파스카의 신비」를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랑과 용서, 구원하심을 뜻한다. 따라서 보혈선교수녀회원들의 영성과 삶은 『예수님의 심장으로부터 흘러나온 피에 담긴 사랑과 용서, 구원하심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는 것』이며 이것은 이땅에서 하느님의 나라를 완성하려는 노력으로 드러난다.
물론 이러한 영성과 삶은 날마다 제대에서 이루어지는 미사성제, 즉 그리스도의 살과 피의 (기념)제사에서 비롯되고 확산된다.
수도자요 선교사
『아무도 가지 않겠다면 내가 가겠소』
『우리의 선교 영역은 하느님 나라요, 그 나라에는 국경이 없다』
창립자 프란치스코 판너(1825~1909)가 강조한 이 말은 보혈선교수녀회가 지향하는 구체적인 삶과 정체성을 가장 잘 드러내준다. 수도자이면서 또한 선교사로서의 삶은 타 수도단체와의 차별성이자 이들의 고유한 카리스마이기도 하다.
특별히 보혈선교수녀들은 그들 고유의 「내적 영성」과 「덕목」에 따라 살아간다. 초대 총장인 마더 파울라 수녀가 남긴 「내적 영성」은 곧 회원들이 성혈을 공경하는 구체적인 방법일뿐 아니라, 전세계에 퍼져있는 회원들을 하나로 일치시키는 영적 구심점이기도 하다. 내적 영성 가운데 첫째가 「보혈신심」이다. 이들은 주님의 보혈을 특별한 방법으로 공경한다. 둘째가 「보혈의 샘이신 예수성심과의 일치」다. 세 번째가 「보혈선교수녀의 모델이신 천주의 모친 마리아」다.
회원들의 순간 순간 삶을 규범짓는 4가지 「덕목」은 ▲하느님의 인도하심에 완전히 자신을 내어놓음 ▲끊임없는 하느님의 흠숭 ▲작은 일에 충실함으로써 끊임없는 자기극복 ▲희생하는데 있어서의 관대함 이다.
이러한 내적 영성과 덕목의 지침에 따라 보혈선교수녀들은 「하느님은 나의 아버지」라 고백하며 「아버지의 딸」로서 일치를 이루며 하느님 나라 완성에 투신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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