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 남매를 집에 방치한 매정한 부모, 중풍에 걸린 노모를 버린 자식들, 게임을 못하게 한다며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 가정의 달이라고 하지만 온통 우울한 이야기뿐인 이 때,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사연이 전해져 위안을 준다. 원주교구 박용식 신부(봉산동본당 주임)가 풀어놓는 효도 이야기가 바로 그것.
박신부는 자신이 태어난 마을의 주민들과 본당 신자들 사이에서 효자신부로 정평이 나있다. 사제로서의 소임에도 바쁠 박신부가 효자 소리를 듣는 데는 어떤 이유가 있을까?
『저를 이렇게 키워주신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은 아들과 함께 지내는 기회를 많이 드리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교포사목을 마치고 귀국한 박신부가 부임한 곳은 강원도 동해 북평본당. 북평에서 부모님이 계신 제천까지는 승용차로 3시간 30분이나 걸렸지만 박신부는 매주 한번씩 부모님을 찾아 뵙고 어머니의 손을 꼭 쥔 채 하룻밤을 보냈다. 태백 황지본당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 박신부는 북평.황지본당에서 사목하던 10년 동안 한 주도 빠짐없이 부모님을 찾았다.
췌장암 선고를 받은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부모사랑은 계속됐다. 바쁜 사목 일정 중에도 하루에 세 번씩 병원을 찾은 박신부는 어머니와 함께 매일미사를 봉헌하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병 수발을 들었다. 제천 본가로 어머니를 모신 후에는 진통제를 주사하고 주사액을 교체하는 방법까지 손수 배워 어머니를 간병했다.
2001년과 2002년 부모님을 하느님 곁으로 떠나 보낸 박신부는 스스로를 고아라고 부른다. 그만큼 부모님에 대한 사랑이 극진해서였을까. 요즘 박신부는 신자들의 장례미사를 주례할 때도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붉힐 때가 많다고 한다.
박신부가 사제서품 25주년을 맞아 펴낸 수필집 「예수님 흉내내기」(가톨릭출판사/204쪽/6000원)에는 이처럼 부모님과 함께 보낸 과거의 회상과 부모님을 그리는 이야기들이 진솔하게 담겨있다.
박신부는 『부모에 대한 사랑이 점점 식어 가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저의 보잘 것 없는 경험을 통해 효도하는 삶이 많아지기를 바란다』며 『그것이 곧 우리가 아빠, 아버지라 부르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