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경희(루가.51)씨의 그림에는 붓놀림 자국이 보이지 않는다. 여느 한국화와 같은 한지와 먹물이 주는 촉촉함도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종이에 지점토를 바르고 어둡게 색을 입혀 화판으로 사용한다. 붓은 조각칼이 대신한다.
그려진 붓자국이 아닌 칼끝을 뒤로하고 남은 날카로운 선들이 매력을 뿜는다. 그의 작품에서는 수많은 섬세한 선들이 지극히 사실적인 형태와 섬세한 감정묘사를 뛰어나게 해내고 있다.
색채의 변화 또한 긁어내는 정도에 따라 단순하게 나타난다. 날카롭게 그어진 선 외에는 꽃이나 잎에 살짝 드러난 엷은 색채 뿐이지만 건조한 느낌과 아울러 생명력의 팽팽한 대비가 강하게 드러난다.
김씨는 판화와 같은 형식으로 표현된 독특한 한국화를 5월 19~25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선보인다.
30대에 들어서 예술의 길에 들어섰던 늦깍이 화가는 『이제서야 순응하는 삶이 주는 마음의 평화를 알았다』며 전시제목을 「나즈막히 부르는 노래」로 지었다.
이번 전시회는 그에게 인생의 고해성사와 같다. 인생의 여정을 통해 농밀하게 베어나온 생명과 평화, 인생의 의미를 화폭을 통해 노래했다.
이전의 소재들이 딱딱한 가구와 같은 기물인 것에 비해 나무와 꽃을 주로 그렸다. 움켜쥔 것을 하나하나 내려놓고 고통의 신비를 은총으로 받아들인 평화를 담아내고자 했다. 꽃잎 한장, 빨래줄에서 흔들리며 빗물의 흔적을 지우고 있는 우산 등에서 순응과 비움의 미덕을 엿볼 수 있다.
94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과 전라북도 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한 바 있는 김씨는 현재 전주가톨릭미술가회 등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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