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새 본당으로 부임을 했다. 강릉에 새로 생긴 택지에, 경포에서 차로 십여분도 채 걸리지 않는 곳에 새로운 공동체가 생겨 신설 본당의 첫 주임으로 부임을 하면서 교정 사목을 다른 신부님께 맡겼다.
관심이 적어져서나, 힘들어서 라기 보다는 본당 공동체의 신설과 성당 건축 문제로 자칫 소홀해 질 수가 있어서 이었고, 또 한편으로는 교정 사목은 어떤 사제 하나가 전담해서 맡는 것 보다는 많은 사제들이 관심을 갖고 용서와 화해, 그리고 구원으로 인도하는 사목을 체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였다.
교정 사목은 단순히 교도소에 드나들면서 재소자를 보살피는일 만이 아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제일 시급한 것은 생명 문제이다. 지금 뜻있는 분들이 사형 제도의 폐지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의 잘못된 관습의 벽에 부닥쳐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념이 다르다는 이유 때문에, 또 어떤 나라에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또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 사형 제도의 미명 아래 수많은 사람들에게 살인이 자행되었다.
유신 시대에 그리고 군사 정권 시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가? 그리고 설령 사회적으로 큰 죄를 지은 사람에게라도 타인의 생명을 결정할 권한은 인간과 제도 어디에도 없다. 그리고 인권 문제이다. 교도소가 많이 달라졌다. 이전에 재소자들에게 위해를 가하거나, 인권이 유린당하는 그런 교도소는 아마 없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을 교도소를 조금 가까이에서 들여다본다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얼마 전 세계 제일의 선진국이라는 미국이 이라크의 전쟁 포로들에게 가했던 어처구니없는 행동들은 분노를 넘어 충격적이었다.
그런데도 실권자들은 책임을 회피하였고, 시간이 지나자 우리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교도소라는 곳이 워낙 통제된 곳이기에 인권의 사각지대는 늘 존재한다. 죄인이기 이전에 하느님의 피조물로서 존중 받아야 마땅하고 그것을 지켜 줘야 한다. 또한 출소한 이들(전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도 인권의 차원에서 빨리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교도소 직원들의 처우 역시 개선되어야할 몫이다. 늘 긴장해야하고, 밤늦은 시간까지의 근무, 또 조금만 잘못되면 모든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교도소 직원들 역시 그들이 경제적인 면이나, 또 생활면에서 충분한 보장이 되어야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재소자들을 교정의 차원에서 돌볼 수 있을 것이다.
교회는 소외당하는 이들을 우선 선택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지금 나를 포함한 우리는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며 안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교회의 첫 순교자인 스테파노가 돌을 맞을 때 회개하기 이전의 사울이 돌 던지는 이들의 옷을 들고 방관했던 것처럼, 우리는 지금 방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부끄럽다. 흉내만 내면서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이. 교정 사목의 일선에서 애쓰는 모든 분들께 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고, 말한 만큼 실제로 열심히 살 수 있도록 이 부족한 사제를 위해 기도를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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