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임지인 강릉 임당동에서 교정 사목에 대한 이해나 준비도 하나 없이 교도소 내에 미사가 필요 하니 도와 달라는 봉사자의 권유 하나만 듣고 용감(?)하게 교도소 내의 한우리 공소(강릉 교도소 종교 집회장을 부르는 별칭) 미사를 시작하면서 교정 사목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처음엔 여러 개의 육중한 철문을 지나고 문마다 경비대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서는 것이 부담이 되었고, 집회 장소에 들어서니 지금은 머리 모양새가 달라졌지만 당시만 해도 빡빡 머리에 푸른 수의와 가슴의 흰 번호표가 그곳에 발을 처음 딛는 나를 두렵게 만들었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명색이 신부가 아닌가(고작 한달 겨우 살았으면서). 큰맘을 먹고 『반갑습니다』하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뒷줄부터 한사람씩 악수를 시작하였다.
그 날 미사에 온 사람은 서른 명 남짓 되었는데 그 중에 신자는 열두 명, 반팔 옷을 입은 팔뚝에 흉터와 그림이 그려진 사람도 꽤 여럿이었다.
그런데 한 사람 한 사람 악수를 하면서 처음부터 선입견을 가지고 들어왔던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기 시작하였다.
내 손을 잡고 반갑고 한편으로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발그레해 지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에서 재소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다음부터는 한우리 공소로 향하는 내 발걸음이 훨씬 가볍게 되었고, 제소자 한사람씩 만나면서 그들이 그곳에 오게 된 사정들도 알게 되었다.
또 출소하는 형제들 중 가족이 찾지 않는 이들은 새벽에 마중을 나가 초당 두부로 아침을 먹여 배웅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 작은 충격을 받았다. 그들은 나보다 더 선한 마음을 가졌고, 나도 어려서 환경이 조금 어렵다고 불평을 했었는데 나보다도 훨씬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가다가 실수를 하기도 했고, 잘못된 길로 빠져들기도 했고, 그리고 전과를 가진 이들의 편견 때문에 억울하게 그곳에 머물게 된 이들도 있었다.
그 마음을 알게되면서, 한우리 공소와의 인연, 교정 사목으로의 부르심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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