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은 생명으로 / 하늘을 간절히 부른다. / 하늘은 감동의 눈물을 흘린다』
한 학생으로부터 받은 「봄비」라는 시의 전문이다. 고통과 상실의 어둠을 정직하게 마주한, 담백한 언어 때문이었을까. 극히 짧은 분량에, 미사여구하나 섞이지 않은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나는 이내 낯설고 길었던 고통의 순간들을 기억해낼 수 있었다. 딱딱하게 말라가는 자신의 존재를 움켜쥐고 그렇게 간절히 하늘을 부르면, 언젠가 하늘은 그 혹독한 생을 위로하는 감동의 눈물을 흘려주신다는 것, 그런 하느님의 응답을 통해 삶은 비로소 시작된다는 것, 그러므로 하늘을 감동킬만한 진심없이는 생명도, 삶도 없다는 것….
지난주까지 살펴본 솔로몬의 잠언집은 삶의 우여곡절이나 모든 희노애락이 사실은 하느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이해될 때 진정한 의미가 있음을 제시해 주었다. 박탈과 깊은 고독 속에서만 형성되는 삶에의 진정한 투지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을 내려오게 하는 신비로운 씨앗이 아닐까.
현인들의 말씀들(잠언 22,17~24,22)
22,17부터는 지난주까지 살펴본 「솔로몬의 잠언집」(10,1~22,16)과 구별되는 새로운 잠언집이 등장한다. 22,17에 등장하는 「현인들의 말씀」이라는 구절이 제목의 기능을 대신하고, 이 잠언집의 마지막 부분은 24,22에서 발견할 수 있다. 24,23에 또 다른 잠언집의 시작을 암시하는 제목(「현인들의 말씀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펴보고자 하는 이 잠언집은(특별히 23,11까지), 이집트의 대표적 지혜문학 작품이라 할 수 있는 「아멘-엠-오페」 (Instruction of Amen-em-opet, ANET 421~425)와 매우 비슷한 내용과 구조를 띄고 있어 학자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아멘엠오페 잠언집」은 1922년 이집트 테베(Tebes)에서 발견된 것으로, 프타호테프(Ptah-hotep)의 가르침과 함께, 이집트 고대 교훈문학의 「고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마치 동양사상을 연구할 때, 공자, 맹자의 저서들을 제쳐두고는 할 수 없듯이, 「아멘엠오페」는 이집트의 사상을 연구하는데 가장 근간이 되는 문헌인 것이다.
22,17~29
22,17~18의 머리말은 아멘엠오페의 머리말과 거의 비슷하다. 우선 교훈문학의 가장 기본적 도입구가 제시되는데, 지혜적 모티브를 각 신체부위와 연결시킨 것이 특징이다(17절 23,12도 참조). 「귀」는 현자들의 말씀을 듣는데 사용되어야 하고, 「마음」으로는 지혜를 찾아야하며, 「가슴」은 그 지혜를 간직하는데, 그리고 「입술」은 이 지혜를 표현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
22~23절은 가난하고 나약한 이들에게 가해질 수 있는 폭력을 경고한다. 『빈곤한 이를 강탈하지 말아』야 하는데 그 이유는 명백하다. 그들이 『빈곤하기』 때문이다(22절). 24~25절에는 화를 잘 내는 사람과 되도록 멀리있을 것을 당부한다.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으면 그 악습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져, 올가미를 쓰게』될 것이기 때문이다. 26~27절에서는 보증서는 일을 경고하고, 지혜로운 자는 언젠가는 그 만큼의 영광을 받을 것임이 약속된다(29절).
23,1~14
23장은 관료적 매너와 예모가 사실은 지혜의 산물임을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윗사람을 대할 때, 가장 기본적으로 전제되는 덕목은 「자제심」과 「비운마음」이다. 윗사람과 함께 할 때 『배가 고프면 목구멍에 칼을 세우는』 자제심이 필요하고, 『그의 진수성찬을 탐내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고 가르치기 때문이다(2~3절). 4절에서는 부자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진리를 깨닫는 것임을 동의적 대구법을 통해 제시한다. 『눈길 사나운 자의 빵을 먹지말고 그의 진수성찬을 탐내지 말라』(6절)는 말은 친교를 가장한 거짓 관계의 위험을 경고한다. 그런 사람은 『계산』적인 사람이고, 그의 『마음은 너와 함께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7~8절).
13~14절에서는 잠언이 제시하는 자녀교육 방법이 제시된다. 성서 잠언은 일반적으로 「꾸지람」과 「매」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매로 때려도 죽지는 않기』 때문이며(13절), 매는 『저승에서 그를 구해내는 일』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14절).
자녀 교육
소위 「팍스 몽골리카」를 이룩하며 거대한 제국을 이끌었던 징기스칸은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내 자손들이 비단옷을 입고 벽돌집에 사는 날, 내 제국은 망할 것이다』. 그는 안위와 풍요야말로 자식들에게 가장 위험한 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던 지혜로운 아버지였던 것이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녀에게 엄격하기란, 부모가 감당해야할 또 다른 아픔이고 공포일 수 있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치열하게 마주해야할,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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