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속화되는 가정붕괴현상에 대처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해 한국교회는 전 교구 차원에서 가정사목을 강화하고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육.체험.심리상담 등과 관련한 가정사목 프로그램들은 의사소통과 갈등해결, 친교회복 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전국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가정사목의 현장을 찾아 개인 혹은 가족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한다.
『가나강좌를 수료하지 않으면 혼인성사를 받을 수 없다고 부모님이 하도 재촉하셔서 왔는데 평소 궁금했던 결혼문제에 대해 70% 이상의 의문을 해결한 것 같아요. 친구들한테도 소개해줄겁니다』
『교회에서는 피임은 절대 안되고 아기를 무조건 낳으라고 강요하는 줄 알고 걱정했는데 자연출산조절이라는 건강한 방법을 배웠습니다』
『뱃속의 아이가 장애아라고 판정 되더라도 낙태 같은 건 꿈도 꾸지 않을겁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선물인걸요』
3월 마지막 주일 수원교구청에서 열린 가나강좌에 참가한 예비부부들이 강좌를 마친 후 밝힌 소감이다.
오전 10시 혼인성사에 관한 강의로 가나강좌가 시작됐다. 이날 참가자들은 오후 6시까지 「혼인의 법적인 준비절차 및 혼인예식」 등 교리상식을 비롯해 성,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과 실제 혼인생활 체험담 등을 들으며 「영적 혼수」 준비 시간을 가졌다.
낙태관련 비디오를 볼 때는 자신도 모르게 생명경시풍조에 물든 모습을 반성하기도 했으며 자연출산조절법 강의에서는 평소 잘못 알고 있었던 성지식이 많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 「혼인성소와 신앙인의 사명」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는 결혼생활 체험담과 갈등해결 노하우를 들으며 서로의 할 일을 다짐하기도 했다. 외짝교우들도 대부분 부담없이 강의에 참여하는 분위기였다. 간혹 비신자 예비부부도 참여한다고 한다.
마지막 파견미사 때는 지도신부로부터 『집에 돌아가면 배우자가 될 상대방이 나와 함께 있어 행복한 이유 5가지를 써 수첩 등에 넣고 평생 지니길 바란다』는 숙제 아닌 숙제도 받았다. 오전 강좌가 시작될 때만 해도 『왜 너는 날 이해해줄 줄을 모르니?』 『네가 나를 따라와야지』하며 다투던 한 예비부부는 강좌를 마친 후 두 손을 꼭 잡고 나란히 문을 나섰다.
「가나혼인강좌」는 한국교회에서 실시하는 혼인준비교육의 하나다. 대부분 강좌는 혼인에 관한 교회가르침과 성.생명윤리교육, 성숙한 혼인생활을 위한 제언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가나강좌는 왜곡된 성과 생명에 관한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가는 자리로 의미가 깊다.
현재 가나강좌는 교구에 따라 의무화된 경우도 있고 다른 형태로 보완하기도 한다. 그러나 강좌를 형식적인 굴레로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 올바른 참여를 위해서는 각 본당 사제들과 주변신자들의 적극적인 독려가 요청된다.
전문인력과 장소 등의 여건 부족으로 가나강좌가 전혀 개설되지 못하거나 개설횟수가 적어 교구민들이 불편을 겪는 불가피한 경우가 많아 각 교구 가정사목부에서는 타교구의 가나강좌를 알선해주기도 한다.
교육시간은 보통 4시간~1박2일 정도로 기본적인 지식함양 외에 자신과 상대방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은 부족한 편. 최근 각 교구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 더욱 내실있는 강좌를 제공하기 위해 성 심리, 의사소통법, 대화법, MBTI(자기보고식 성격유형지표), PET(부모 효율성 훈련) 등의 다각적인 프로그램을 보완하고 있다.
▲ 3월 28일 열린 수원교구 가나혼인강좌에 참가한 예비부부들이 「생명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자연출산조절법」 강의를 듣고 있다.
교회는 교회법을 비롯해 사목지침서, 교황권고문 등을 통해 혼인 예정자들이 성사를 받기에 합당한 내.외적 준비를 하고 또한 이를 돕도록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