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주년 사목회의 12개 의안 중 첫 번째 의안인 성직자 의안은 서론에 이어 4개장 47개 항목으로 구성된다. 의안 말미에는 성직자 영역에서 한국교회의 쇄신과 도약을 위한 제안과 건의들이 이뤄지고 있다.

우선 서론에서는 「자랑스런 선교의 전통과 영광스런 순교의 역사」를 한국교회의 긍지로 간주하면서도 역사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복음 선포와 민족의 빛으로서 사명을 다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쇄신과 복음화가 필요하며 이는 무엇보다도 성직자의 쇄신과 성화가 선행돼야 함을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안은 성직자의 신원과 생활, 양성과 계속적인 교육, 성무활동의 중요 원칙들을 제시하고 사목활동의 도구로서 사목 협력기구에 대해서 언급한다.

성직자 의안의 주요 내용들은 「한국천주교사목지침서」 제1편 「하느님의 백성」 제3장 성직자 (제9~20조) 부분에 그 정신이 인용되고 있다.



제1장 성직자의 신원 및 생활

이 장은 「신원과 영성」, 「사회생활」의 두 부분으로 나뉜다.

의안은 「성직자의 신원과 영성」에서, 서품으로 축성된 사제는 『복음을 선포하고 하느님의 백성을 가르치며 성사를 집전하고 교회 공동체를 이끄는』(4항) 책임을 지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기도, 특히 성무일도의 중요성, 성사 집행의 열심한 거행, 고해성사의 중요성 등 사제의 신원에 따른 영성 생활의 몇 가지 지침들을 제시한다.

의안은 교회가 『지체들의 일치와 조화와 질서로 이뤄지는 하나의 공동체이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임을 지적하고 성직자와 평신도가 각자의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하느님 나라 건설에 이바지함을 언급한다(12항).

의안은 특별히 『평신도들의 품위와 고유한 사명』(10항)을 일깨워 평신도들의 활동을 진작시키고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할 기회를 주어야 함을 지적한다. 아울러 시대적 요청과 토착화의 정신에도 주의를 기울여 『전승문화와 현대 지식을 함양하고 홍보매체를 통해 시대적 징표를 알아내는 지혜』(11항)를 길러야 한다며, 특히 가난한 이들에 대한 관심은 성직자들의 소명임을 강조한다(11항, 18항).

이채를 띠는 것은 부제직에 대한 관심이다. 의안은 사제직을 향해 가는 과정으로서의 부제직 뿐만 아니라 현대교회의 사목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직무로서 『독립된 한 품위와 직책으로 교회내 세 번째 품급』인 종신부제직의 가능성을 연구할 필요성을 지적한다(19항). 종신부제직의 도입 문제는 제안사항에서도 구체적으로 언급된다(47항).

성직자의 「사회생활」과 관련해서는 형제애에 바탕을 두고 사랑과 봉사, 특별한 유대로써 하는 공동생활의 중요성을 지적하면서 복장, 언행 등에서도 모범적이어야 함을 지적한다(21항).

기본적으로 성직자는 사회와 유리되어서도 예속되어서도 안되며, 사회 참여는 「교회의 사회 참여」와 긴밀히 연관됨으로써 부당하지 않은 법이라면 양심적으로 따르되 복음 정신에 위배되면 거부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순교 정신으로 저항해야 함을 권고한다.

경제적으로는 봉사활동을 위한 생활 보장과 안정이 필요하지만 그 외의 『소유와 사치성을 표방하는 생활이나 풍요를 누릴 권리는 없다』고 지적한다.

제2장 성직자 양성

교회의 가장 중요한 과제인 성직자 양성에 관해 의안은 성소계발, 성소육성, 사제연수 등 세 부분으로 나눠 언급한다.

「성소계발」에 대해 의안은 성직자 부족 현상이 심화됨을 우려하고 수적인 증가의 시급성과 함께 훌륭한 양성 과정이 절실하다고 지적한다(25항). 성소계발은 모든 차원에서 주력돼야 하는데, 각 교구와 수도회들이 전담기구나 전담자를 둘 필요성이 지적됐다(26항).

성직자 양성에 있어서 기존의 신학교 제도 외에 『시대와 지역교회의 요청에 따라 특수하게 성직에 오르게 되는 양성 계획』이 필요하며 이는 특수한 수도회에서 뿐만 아니라 교구 차원에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28항). 이 내용은 제안사항에서도 재차 건의된다.

「성소육성」에서는 우선 신학교의 운영 관리 감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지적하고 신학교들간의 협의체 구성, 성직자 양성 특별위원회나 자문기구 설치, 한국 성직자 양성 지침서 작성 등에 대해 그 필요성을 지적한다(30항).

성직 지망자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는 지성, 영성, 생활 교육으로 나눠 고려할 점을 제시하고 어느 한쪽에만 치중하지 않는 종합적이고 전인적인 교육을 해야 함을 강조한다(31항).

성직자 양성이 신학교 과정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서품 후에도 계속교육과 연수과정이 필요함이 지적된다. 이를 위해 전국 차원의 연수원이나 공동기구가 마련돼야 하며 특별히 한국적 상황 안에서는 각 신학교의 마지막 과정과 계속교육에서 일정 기간을 공동으로 연수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이 강조된다(33항).

제3장 성무활동

성직자는 성무활동으로써 자신의 존재 의미를 확인하게 되고 인간 성숙에 이른다. 의안은 이런 성무활동에 대해 예언직, 사제직, 사목직의 수행으로 나눠 서술한다.

의안은 우선 예언직의 수행으로써 설교, 즉 복음의 선포는 『성직자의 특권이며 양도할 수 없는 의무』임을 강조한다.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이 사명을 올바로 수행하기 위해서 성직자는 설교자의 자질을 배양하고 시대의 징표를 깨달아 청중을 이해하고 충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나아가 성직자는 신자들의 교육에 힘쓰고 예비신자들을 정성껏 교회로 인도해야 한다.

사제직의 수행에 있어서 전례와 관련해서는 토착화의 의미와 필요성이 강조된다. 즉 『우리 사회에서 생명력 있고 경건하게 전례를 집행하려면 우리의 고유 문화와 풍습을 깊이 연구하고 적용하도록 해야 한다』(38항).

의안은 이를 위해서 전문가로 구성되는 전례위원회가 상설기구로 설치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나아가 교구별로 시범본당을 두어 새로운 시도들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사목직 수행에 있어서는 작은 공동체들의 활성화와 지도의 필요성에 대해 권고한다. 또 사목활동에 있어서의 협력적 자세를 강조하는데, 즉 본당은 사목위원회, 교구는 사목협의회와 함께 형제적 관심과 배려로 운영돼야 함을 지적한다.

타종교에 대한 개방적 자세를 강조한 의안은 나아가 민족 복음화의 맥락에서 북한 교회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이고 해외교포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에 대해서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의안은 또 사목방문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한다.

제4장 사목기획 및 협의기구

성직자들의 사목활동의 도구로서 사목 관련 기구들은 매우 중요하다. 의안은 이 장에서 본당, 교구, 관구, 전국 차원의 협의 기구들의 역할과 기능에 관심을 갖는다.

본당에서는 기초 공동체의 활성화가 강조되는데, 이는 공소, 구역.반 뿐만 아니라 단체와 「기초공동체」들의 폭넓은 활용을 의미한다. 특히 기초공동체 활성화는 지도자 양성이 관건이라고 지적된다.

이러한 전제에 따라 본당, 교구별 제 기구가 검토된다. 먼저 본당 사목위원회와 교구 사목협의회를 통해 본당과 교구 사목활동에서 하느님 백성 모두의 책임과 의무, 권리가 행사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제평의회와 교구 재경심의회의 운영도 주의깊게 이뤄져야 하며, 특히 교구 대의원회의를 정기적으로 열 필요성도 지적되고 있다.

주교회의와 관련해서는 한국교회의 중추적이고 지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크게 강조하면서 그 의제가 깊이 연구돼야 할 뿐만 아니라 사제와 평신도, 수도자들 중에서 적격자를 선발해 회의에 참관하도록 하며 그들로 구성되는 전문위원회나 자문위원회를 두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제안한다.

마지막 제47항에서는 「한국교회지도서」(Directorium Commune Coreae)를 마련할 것을 요청하고 이하에서 9개 항목의 제언과 건의를 하고 있다. 이 제안사항은 ▲성무일도 개편▲종신부제직 도입 ▲성소후원회 설립 ▲성직자 양성의 특별계획 수립 ▲성직자 인사 규정 마련 ▲연금?의료보험?납세 ▲휴가 ▲연수 ▲사제생활과 식복사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