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단, 가톨릭문학계의 대표 작가인 구상(具常) 시인이 지난 11일 우리의 곁을 떠났다. 삶 안에서 온전히 구도자적 자세를 구현한 「성자 시인」으로 존경받아왔던 시인.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길이길이 불리워질 시작들이 대신 빛을 발하고 있다.
5월 26일~6월 1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구상 시인의 시들을 대형 서예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강주관이 쓴 시인 구상 신앙시편」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서예가 월파 강주관(이레네오.58)씨의 네 번째 신앙서예전이다.
강씨와 구상 시인은 10여년 전부터 두터운 친분을 유지하며 서로의 시와 필체를 아껴온 사이. 특히 구상 시인은 자신의 시를 외국으로 보내거나 선물할 때면 강씨에게 작품을 부탁하곤 했다.
전시회는 구상 시인의 신앙시편집 「두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에 수록된 시들로 꾸며진다. 대부분의 시는 구상 시인이 직접 고른 작품이다. 애석하게도 구상 시인은 전시회를 며칠 앞두고 선종해 자연스럽게 추모전 성격을 띠게 됐다.
『구상 선생님의 넓은 포용력과 인간성, 예술적 감수성을 많은 이들과 나누는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품작은 「나자렛 예수」 등 총 38점. 「무소부재(無所不在)」와 「은총에 눈을 뜨니」 「그리스도폴의 강」 등의 작품은 4~8폭짜리 병풍으로 선보인다. 하얀 화선지에 한자 한자 곧게 심겨진 수천자의 해서체들이 한결같이 나란한 자태로 눈길을 끈다. 전시회 수익금의 일부는 구상 선생의 뜻을 담아 중증장애인들을 위해 쓰여진다.
강씨는 국전 입선 4회를 비롯해 「국제예술대상」 「한일서예대전」 특선 등 30여차례 입상한 바 있다.
※문의=(02)727-2336∼7
죽순문학회도 추모행사
한편 구상 시인을 추모하는 행사가 대구 지역 문인들에 의해 칠곡 구상문학관에서 20일 오후 열렸다.
죽순문학회(회장=윤장근 가브리엘)는 일본에서 온 시인 20여명과 칠곡문학회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상 시인의 시 낭송에 이어 일본 원로시인 미나미 구니카즈씨의 「구상 시인에 대한 추억」, 윤장근 죽순문학회장의 「구상 시인의 사생관」 강연으로 진행됐다.
지난 2002년 문을 연 구상문학관에는 구상 시인이 작품활동을 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물과 서화 등이 전시돼 있으며, 문학관 옆에는 시인의 옛집인 관수재가 복원돼 문학세계와 삶을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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