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미국교회에서는 최근 낙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에 대해서 영성체를 거부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로 논쟁이 일고 있다.
낙태 문제를 둘러싸고 미국 사회와 교회에서 논란이 이어져 온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가톨릭교회의 기본적인 입장은, 보편교회의 가르침과 자연법적인 원리에 따라서 수정 순간부터 온전한 하나의 생명이 탄생한다는 것이며 그러므로 낙태 행위는 살인이며 중대한 범죄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낙태는 선택』이라는 주장(pro-choice)을 하는 이들은 교회의 이러한 입장을 거부하고 지속적으로 낙태 합법화를 지지해왔다. 미국에서 낙태는 합법화됐으나 일부 주에서는 여러 가지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문제가 불거진 것은, 최근 일부 교구장 주교들이 낙태를 지지하거나 안락사, 배아복제 실험 등을 지지하는 정치인, 그리고 이러한 정치인들에게 투표하는 유권자들은 영성체를 해서는 안된다고 선언한 것이다.
라 크로세 교구장 레이몬드 버크 주교는 올초 교구 사제들에게 공공연하게 낙태를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낙태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할 때까지 영성체를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안스 대교구장 알프레드 헉스 대주교도 이에 동조해 낙태, 안락사, 배아복제실험 지지 국회의원들의 영성체 금지를 선언했다. 미국 위스콘신주의 메디슨교구장 로버트 몰리노 주교는 비록 이러한 공식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취지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밝혔다.
콜로라도주의 콜로라도 스프링스 교구장 마이클 쉐리던 주교와 오레곤주 포틀랜드 대교구장 존 블레즈니 대주교는 더 나아가 이러한 정치인들을 지지하는 유권자들 역시 영성체를 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잇따른 영성체 금지 선언에 대해 교황청 경신성사성 장관 프란시스 아린제 추기경도 동조했다. 아린제 추기경은 교황청의 성체성사 관련 새 지침서인 「구원의 성사」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낙태 지지 정치인의 영성체 금지를 타당한 것으로 평가했다.
문제가 더 심각해진 것은 가톨릭 신자로서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이 논란의 한가운데 서게 된 것이다
캐나다 캘거리 교구장인 프레드 헨리 주교는 케리 후보가 자신의 공직 생활 기간 중에 지속적으로 낙태를 지지해왔다고 지적하고 이는 가톨릭교회의 근본적인 가르침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에 따르면 케리 후보는 부시 대통령이 지난해 서명, 잔혹한 낙태 방법인 「부분낙태」(Partial Bith Abortion)를 금지하는 법안에 반대했고 헌법에 결혼을 남녀간의 결합으로 명기하자는 제안에도 반대했다.
헨리 주교는 이에 따라 교회가 케리 후보에게 여러 차례 이러한 반교회적 입장을 철회하도록 경고했으나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그가 대통령 후보라는 점에서 그에 대한 영성체 금지 조치는 하나의 시금석이 되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러한 영성체 금지 조치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보이고 있다. 아리조나주 피닉스 교구장인 토마스 올름스테드 주교는 영성체를 거절하는 대신에 교회 가르침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 해당 정치인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P 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나의 의무는 국가 공직자들의 양심에 호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툭손 교구장인 제럴드 키카나스 주교는 이러한 조치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다.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미국 주교회의는 교회 가르침에 엇나간 가톨릭 정치인들에 대해서 영성체를 금지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 특별위원회(Task Force)를 설치했다.
이 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테오도르 맥케릭 추기경은 현실적으로 이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맥케릭 추기경은 『미국내의 많은 주교들은 성체성사를 낙태 지지 정치인들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케리 의원이 소속된 민주당은 가톨릭의 이러한 영성체 금지 조치는 교회가 정치적인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49명은 맥케릭 추기경에게 보내는 서한에서 일부 주교들이 낙태지지 정치인들에게 영성체를 거부하도록 한 것은 『매우 해로운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가톨릭 교회의 주교들이 왜 사형제도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 문제는 제쳐두고 낙태 지지만을 기준으로 삼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주교회의 특별위원회의 결론은 적어도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때까지는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워낙 미묘하고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장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맥케릭 추기경은 말했다.
세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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