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에 물을 가득 채우고 걸어보자. 쉽게 예상되듯이, 물은 물대로 찰랑거리고, 걷기 또한 말할 수 없이 불편해진다. 물을 다 옮겨야 한다는 욕심, 물을 흘리면 뒤처리가 귀찮아진다는 계산 등은, 목적한 바를 이루지 못하게 하는 구체적 장애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제 컵에 물을 7부정도만 채우고 걸어보자. 물의 분량은 안전히 보존되고, 걸음도 훨씬 수월해진다. 내 욕심의 끝이 어디이고, 분에 넘치지 않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아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주에 살펴볼 잠언에서는 「폭식」과 「폭음」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배가 고파도 위를 다 채우지 않는 것, 말을 하고 싶어도 다 토해내지 않는 것, 지혜의 기본적 자세이다. 인간 모두가 늘 노력해왔지만,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워하는.
23, 15~28
이 부분은 1~9장에서 자주 등장했던 『내 아들아』라는 호칭으로 시작된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충고 형식을 다시 도입하고 있는 것인데, 가르침의 첫째 내용은 「마음과 입술을 지혜롭게 쓸 것」이다. 「마음이 지혜롭고」, 「입술이 올바른 것을 말할」 때 비로소 마음과 속이 거짓 없는 기쁨으로 편안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15~16절).
17~18절은 『주님을 경외해야』 미래와 희망이 주어진다는 주제가 반복된다. 두 번째 가르침은 폭식과 폭음에 대한 경고이다.
저자는 이런 악습들이야말로 가난을 조장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19~21절). 세 번째 가르침의 내용은 지혜와 교훈의 진실을 찾아, 타인과 사건들로부터 그것을 지켜낼 것(23절)을 강조한다. 자신의 진실을 타인의 폭력으로부터 지켜내는 것이야말로 성숙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창녀, 낯선 여인에 대한 경계가 이어진다. 「깊은 구렁」, 「좁은 우물」(27절) 등으로 비유된 그녀들의 함정은, 빠져 나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탁월하게 묘사해주고 있다.
23, 29~35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 술 없이는 세상사는 맛도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꼭 한번은 필독하셔야할 부분이다. 술이 「중독성」을 가진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얼마만큼의 무서운 「독」을 품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왠지 감이 잘 오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 늘 「독」을 마시는데도 기분 좋다고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잠언 23, 29~35에서는 섬뜩할 정도로 무섭게 「주독」을 경고한다. 『빛깔이 좋다고 술을 들여다보지 말아라』(31절). 술은 사람을 『뱀처럼 물고 살모사처럼 독을 쏘기』(32절) 때문이다. 술 취한 이후의 증상들을 생중계 하는 것도 흥미롭다. 술에 취하면 『눈은 이상한 것을 보고, 마음은 괴상한 것을 지껄이게되며』(33절), 『바다 한가운데 누운 사람처럼』되거나 『돛대 꼭대기에 누운 사람처럼 되어』, 사람들이 때리고 상해를 입혀도 모르고, 술이 깨면 다시 술을 찾아 나설 것만 생각한다(34~35절)는 것이다.
24, 1~22
24장에서는 이미 자주 언급된 내용들이 반복되는데, 5절에서는 지혜「힘」이요, 「능력」임을 강조하고, 조언을 많이 받아들이는 자가 결국 최후의 승자가됨을 분명히 한다(6절).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낙심」이다. 더구나 「환난의 날에 하는 낙심」은 가장 치명적일 수 있다. 낙심은 그나마 「있는 힘도 줄어들게 하기」 때문이다(10절).
15~16절은 남의 것에 대한 욕심을 버릴 것, 즉 「타인의 안식처를 노리지 말 것」을 권고하는데, 악한 행동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조장한 덫에 의해 파멸되기 때문이다.
악인들의 사필귀정은 19~20절에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의인은, 아무리 힘든 곤경에 처하게 된다해도,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있다(16절).
17~18절에는 매우 예외적인 내용이 등장한다. 원수의 파멸과 불행을 기뻐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네 원수가 쓰러졌다고 기뻐하지 말며, 그가 넘어졌다고 네 마음이 즐거워 말지니라』(17절). 이런 태도는 하느님의 「마음에 들지 않는」(18절)태도이기 때문이다. 승리와 타인에 대한 심판은 오로지 하느님께만 속해있는 것임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이와 비슷한 입장은 21~22절에 다시 강조된다. 인간의 삶을 결정하시는 주권은 「주님」에게만 유보된 권한임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진짜 사랑한다면 조금 덜 사랑하도록 노력해야 하고, 진짜 미워한다면 조금 덜 미워하도록 해야 한다. 미운 사람이 불행해지기를 바라는 마음, 불쾌함, 분노 등을 씻어낼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감동적인 아름다움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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