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 생각치 못한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시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제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다 좋은 분이었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간경화로 고통받고 있는 신위식씨(로마노.47.대구 동천본당)는 『병이 나기전에는 미운 사람도 있었고, 싫은 사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런 부질없는 감정이 다 정리가 됐다』고 말한다. 신씨는 『오히려 주위 사람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되고 있다』며 『병이 치유되면 보속하는 의미에서 봉사하는 삶을 살아갈 것』이라고 다짐한다.
발병한지 1년여, 이젠 복수가 차올라 앉아 있기 조차 힘들어 보이는 신씨가 성당 걱정을 한다.
『천막 성당을 헐고 조립식 성당을 완공했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2002년 5월 칠곡본당에서 분가된 동천본당은 아직도 성당이나 여러 시설들을 다듬어 나가야 하는 상태. 신씨는 그런 일들에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자신이 한스럽다.
대구 북구청 건축과에서 일하며 구청 보도블럭을 교체할 때 이것을 성당으로 가져와 도움을 주기도 했고, 성당 설계도를 만들 때도 한몫한 신위식씨. 레지오 마리애 단장, 꾸리아 서기, 사목평의회 선교분과위원 등으로 활동한 그는 아직도 『신앙이 미지근 하다』며 겸손해 한다.
현재 신씨의 유일한 치료방법은 「간 이식」. 하루빨리 적합한 간을 찾지 못하면 목숨이 위태롭다. 아내의 간도 맞질 않고, 동생이나 처남의 간도 「부적합」판정을 받았다.
『빨리 이식해야 하는데...』
울먹이는 부인 이미향(도로테아.44)씨의 속내는 이제 숯덩이가 다 됐다. 병가를 오래하다보니 월급을 못받아 치료비도 문제고…복수를 빼낸지 얼마되지 않았는데도 자꾸만 불러오는 남편의 배를 바라보는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1990년 위암으로 투병중이던 장모가 수술을 받을 때, 「인간적인 한계」를 느끼고 절대자에 귀의하고자 함께 세례를 받았다는 신씨부부. 칠곡본당으로 오기전까지 신앙적 활동을 크게 하지 못한 부부는 『이제 신앙의 맛을 들이고 무언가 조금이라도 교회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던 중 병이 덜컥났다』며 아쉬워 한다.
자녀들이 미사 참례하러 가면 항상 『몸만 가지 말고 마음으로 참례해야 한다』고 충고한다는 신씨. 아버지 신앙교육에 동혁(알베르토·고2)이와 민정(에밀리아나·중3) 남매는 「열성」으로 화답한다. 동혁이는 학생회 부회장에다 성가대 단원으로, 민정이는 미사때마다 해설이나 독서를 하며 아버지 바람에 부응하고 있다.
『아이들은 아빠가 이렇게 아프다는 것을 모르고 있습니다. 남편이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데…남편이 잘못되기라도 하면…』
말을 잇지 못하는 아내 이미향씨의 눈이 또다시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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