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 성모님을 아시나요?
5월 16일 오전, 포항시 북구 송라면 월포 바닷가에는 전국에서 온 가톨릭 스킨스쿠버 동호회(회장=김진광, 지도=김기성 신부) 회원들로 가득찼다. 이들이 여기에 모인 이유는 지난해 성모성월을 기념해 동호회 회원들이 바닷속에 모셔두었던 성모상을 다시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회원들은 『물 속 레포츠만을 즐기는 것으로 그칠 게 아니라, 신자로서 자연 그대로를 간직한 바닷속에 성모상을 모시면 어떻겠냐』는 의견에 모두가 뜻이 통했다.
바닷속에 성모상을 모신 것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시도되는 일이기에 나름대로 자부심과 기대도 가득했다. 또 매년 성모성월이면 이 곳에 들르자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
전날 남부지방에 비가 내릴 것이라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25명의 회원들은 『바닷속은 비에 젖지 않는다』며 서울, 전주, 대전 등 전국 각지에서 새벽잠을 포기하며 강행군을 했다.
이른 아침, 이들의 기도가 하늘에 닿았는지 비가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았던 새까만 구름 사이로 넌지시 햇살이 비친다. 파도도 잔잔해 성모님을 뵙기에 딱 좋은 날씨란다.
탁트인 하늘, 투명한 바다를 가로지르며 달리는 고무보트에 몸을 내맡긴 이들은 바닷속 성모님을 1년만에 다시 뵐 수 있다는 설레임에 웃음꽃이 가득하다.
보트를 타고 약 10분정도 들어가 멈춰선 곳. 다이버 회원들은 이 곳이 맞다는 수신호와 함께 하나 둘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파랗게만 보였던 물 속이 점점 깊이 들어갈수록 옥빛으로 변해갔다. 물 밖에서는 볼 수 없는 또 다른 세계. 자유를 만끽하며 돌아다니는 물고기도, 이리오라며 손짓하는 수초도 모두 하느님 작품 그대로다. 수심 16m 정도에 이르니 아름다운 수중세계와 함께 단아한 모습의 성모상이 눈 앞에 들어왔다. 지난 1년동안 모진 파도와 비바람이 넘쳤을진데, 바닷속 성모님은 변함없는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성모상 앞에 모인 이들은 성호를 긋고 소리 없는 감동에 젖어 저마다 눈빛으로 기도를 드린다. 『바다를 사랑하는 마음만큼 이웃에게도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달라』며. 생각 같아서는 묵주기도 한 꾸러미라도 바치고 싶건만, 말할 수 없는 물 속 상황과 30분을 버티기 어려운 공기탱크의 한계로 인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물 밖으로 나왔다.
동호회 회장 김진광(49.마리오.서울 왕십리본당)씨는 『물 밖 세상과는 달리 자연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물 속에 들어가면 저도 모르게 신비스러움에 빠져든다』며 『특히 성모상 주변에는 수중공원처럼 산호초와 물미역들이 어우러져 물 속 풍광이 더 없이 멋지다』고 자랑을 늘어놓는다.
2001년부터 시작한 가톨릭 스킨스쿠버 동호회. 10여명으로 시작한 게 벌써 215명의 회원을 넘어섰다. 이들은 매월 셋째 주일이면 어김없이 다이버를 겸한 정기모임을 갖고 있으며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csclub21) 모임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돕기도 한다.
해안가에 나와 회포를 풀고 다시금 일상으로 돌아가는 이들. 내년에도 이곳을 찾자는 다짐과 함께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는 이들의 환한 얼굴은 어느새 바닷속 성모님의 얼굴을 닮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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