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깊은 관심과 죄많은 여인, 방탕한 아들, 십자가상 우도 이야기 등 하느님의 자비를 드러내는 복음으로 특징화되는 「루가의 복음서」는 다른 복음서들과 달리 사도시대에 일어났던 일들을 자기가 얻어낸 자료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의식을 가지고 정리한 흔적이 엿보이는 복음서다.
전통적으로 복음서 저자로 언급되는 루가. 그는 바오로의 협력자였고 의사였으며 초대 그리스도교의 상황을 전해주는 역사서 「사도행전」도 함께 기록했다고 전해진다.
『존경하는 데오필로님 (중략) 저 역시 이 모든 일들을 처음부터 자세히 조사해둔 바 있으므로 그것을 순서대로 정리하여 각하께 써서 보내드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하오니 이 글을 보시고 이미 듣고 배우신 것들이 틀림없는 사실이란 것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루가 1, 3∼4).
복음서 서문에서 엿볼 수 있듯 루가는 자신이 서술하는 글에 대해 정확히 제대로 기록한다는데 상당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 또한 실제 당시 주변의 역사적 기록들을 소상히 밝히는 작업을 시도했고 예수와 관련된 사건들에 대해서는 마치 그 일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듯 자세하게 묘사하는 등 놀라운 자신감으로 「예수」라는 거인을 기록했다.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그에게 오셨다. 그리고 하늘에서는 「너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는 소리가 들려왔다』(3, 22).
루가를 복음서의 저자로 보는 의견은 2세기 말엽 로마에서 작성된 「무라토리 경전목록」에 「루가가 복음서와 사도행전을 썼고 그는 바오로의 협조자이며 의사」라는 기록과 함께 최초의 교회 역사가로 불리는 에우세비오가 그의 「교회사」에서 「그리고 바오로의 동역자였던 루가도 바오로가 전해주는 복음을 써내려 갔다. 이것은 이레네오가 쓴 「반이단론」 3권 1장 1절에 기록된 것이다」는 구절 등에서 비롯된다.
학자들은 「루가에 의한 복음」 표제를 지닌 가장 오래된 필사본이 「보드머 파피루스(175∼225)」임을 살펴볼 때 이미 이 책이 쓰여진 시기에 루가가 전통적인 저자명으로 굳어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저술은 마르코 복음(70년경)과 예수 어록(50년경)을 집필 자료로 사용했다고 볼 때 루가복음 경우 70년 이후 90년대 초반 이전, 사도행전은 1세기 말엽에 씌어졌다는 것이 대체적인 학설이다.
이방계 그리스도인이었으며 상당한 학식을 갖추고 있었던 인물로 추측되는 루가는 자신만의 재료를 이용, 예수 사건을 다양하고 풍성하게 보여주고 있으면서 특히 시각적 효과를 활용, 여러 상황을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독자들이 예수의 신비에 가까이 갈 수 있도록 이끌어 준다는 평가다. 「신약성서 저자들 중 루가만큼 당대의 그리스 로마 역사가들의 문학적 기법에 밝은 저자가 드물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그는 풍부한 어휘 사용과 자료를 다듬는 역량을 보이고 있다.
전승에 따르면 루가는 안티오키아 출신이었으며 바오로는 그를 「우리의 사랑하는 의사」(골로 4, 11)라고 불렀다. 사도행전중 바오로의 두 번째 전교여행 중에 등장, 바오로가 세 번째 전도여행에서 돌아올 때까지 몇해 동안 필립비에 머물다가 바오로와 함께 예루살렘으로 가서 그가 체사레아에서 수감됐을 때 곁에 머물렀다.
루가는 이 기간동안 예수를 알았던 이들을 만나면서 예수에 관한 정보를 얻는 시간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그릇된 전설과 교회에 대한 낭설이 유포되던 상황에서 그리스어에 능통했던 루가는 바오로 사도의 권유 등으로 주님의 올바른 모습을 전하는 성서 저술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성서학자들은 루가가 저술한 복음이 「이스라엘의 시대, 예수의 시대, 교회의 시대」로 나눠 각 시대마다 하느님과 예수와 성령의 활동을 대입시킴으로써 교회의 시대를 구원사적인 시각으로 정리하고 그 기원을 철저히 예수에게서 찾는, 독특한 역사 의식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3단계로 분류한 루가 사도의 구세사관은 루가 복음과 사도행전의 구도 전망을 이해하는 결정적 개념이면서 동시에 역사가와 신학자로서의 자질을 드러내 주고 있다.
자비의 복음, 보편적 구원의 복음, 가난한 사람들의 복음, 기쁨의 복음, 기도와 성령의 복음 등으로 불려지는 복음의 성격처럼 루가는 자신이 이방인이었듯 이방의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글을 썼고 탕자를 맞아들이는 아버지의 자비와 용서 등 소외된 이들을 위한 이야기를 기록했다. 특히 병자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두고 있는 모습은 그의 직업이 의사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는 듯 하다.
눈여겨 볼 것은 「하느님 중심 사상」으로 표현되는 그의 구세사관이다.
구원계획이 인간의 역사안에서 진행되는 동안 하느님을 두려워하고 의롭게 살아가는 인간이면 누구나 인종적 차이에 관계없이 하느님의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구원의 보편주의」다. 즉 예수께서 모든 이에게 구원을 선포하였고 이 구원의 소식은 교회를 통해 지중해 연안의 모든 민족과 지역에 퍼져 나가면서 세계 중심부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다고 증언하고 있는 점이다.
전설에 따를 때 제일 처음 성모상을 그린 성인이라고도 알려진 루가는 사도 바오로가 순교한 후 그리스 지방으로 가서 전교하다가 80세 정도 나이에 사망했다고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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