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한 문장으로도 충분히 함축해 낼 수 있다는 것, 잠언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경이로움이다. 그런 힘이 내재해 있는 문장을 만들기까지, 잠언의 저자는 얼마나 지독히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노력해왔을까, 라는 물음 역시 늘 절실한 감동으로 묻게되는 질문이다. 특별히 이번 주에 살펴볼 『히즈키야의 사람들이 수집한 솔로몬의 잠언집』은 삶의 편린을 특유의 아름다운 언어로 표현해주는 수작이어서 글을 쓰는 내내 감사할 수 있었다.
현인들의 가르침 부록(24, 23~34)
잠언 24, 23~34는 지난주까지 살펴본 「현인들의 말씀들」의(22,17~24,22) 「부록」 정도로 간주되고 있다. 23절에 『이 역시 현인들에게』라는 구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부분의 주제는 크게 「정직함에 대한 것」과 「노동의 가치」(27 30~34)로 구분된다.
정직함에 대하여(23b~26 28~29)
남을 판단할 때, 우선되어야 할 것은 「공정함」이다(23b~25절). 정직과 진솔함이야말로 진정한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모티브이고(26절), 이유 없는 거짓말을 하지 말 것(28절), 악을 악으로 갚지 말 것(29절)등도 강조되고 있다.
노동의 가치(27 30~34)
가정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신중함」이다. 『바깥일을 정리하고, 네 밭일을 준비해 놓고』야 비로소 가정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27절). 30~34절은 6, 6~11과 병행되는 부분으로, 게으름이야말로 가난과 빈곤의 원인임을 독특한 풍자와 유머로 제시해주고 있다.
히즈키야 사람들이 수집한 솔로몬의 잠언들(25, 1~29, 27)
25장부터는 새로운 모음집이 등장한다. 1절은 이 부분을 『히즈키야의 사람들에 의해 수집』된 『솔로몬의 잠언집』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히즈키야는 기원전 715~687년경 유다를 통치했던 왕이었다. 민족주의적 노선을 통한 개혁 정책으로 유명하고, 그 일환으로 이스라엘의 역사, 시, 지혜적 전통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시도하였다. 물론 이 잠언집이 그러한 사업의 실제적 산물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25~27장은 주로 명령, 금지, 비교 등의 형식을 사용하고, 28~29장은 반의적 대구법 형식을 자주 등장시킨다. 칠십인역에서는 이 부분을 30, 15~31, 9 다음 부분에 두고 있다.
25장
25장은 구약성서 안에서 이토록 수려한 내용과 문체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부분이다. 필독을 권한다. 필자의 설명보다 성서 구절 자체를 읽는 것이 훨씬 이해하기 쉽게 느껴질 부분이기 때문이다.
2~3절은 임금에게 요구되는 최고의 지혜가 하느님의 지혜와 인간의 지식을 적절히 연결시키는 것임을 강조한다. 『~를 없애야』라는 표현으로 연결되어 있는 4~5절은, 장애가 되는 이물질을 제거해야 비로소 그 본질을 볼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 6~7절은 윗자리에 앉으려 하지 말 것을 당부함으로써 「겸손」을 강조한다. 7b절부터는 성급한 말버릇에 대한 경고가 이어진다. 직접 보았다고 해서 섣부른 증언을 하지말고(8절), 서로 다투는 중에라도 남의 비밀을 누설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9~10절). 적절한 표현력(11절), 들을 줄 아는 능력(12절)도 강조되고있고, 13~14절은 삶에 대한 성실성을 자연현상에 은유하여 부각시키고 있다. 『끈기는 판관을 설득하고, 부드러운 혀는 뼈를 부순다』는 15절의 말씀은 저자 특유의 문학성과 지혜가 돋보이는 잠언 진수 중의 하나이다. 「인내」와 「기다림」이야말로 타인을 설득하는 최선의 능력이고, 「유연함」이야말로 뼈를 부술 정도의 강력한 힘임이 명시되고 있는 것이다. 16~17, 21~22, 27~28절에서는 「겸허한 태도」와 「자기 절제 능력」이 부각된다. 특히 21~22절의 말씀이 눈에 띄는데, 『미워하는 자가 주리거든 빵을 주고 목말라하거든 물을 주라』. 그래야 『주님께서 네게 보상하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투기 좋아하는 아내』에 대한 경고(24절)는 이미 이전에도 여러 번 다루어졌던 주제이다.
기다림이 줄 수 있는 힘
기다려도 오지 않는게 있다. 앞으로 계속 기다려도 결코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은 일종의 공포로 작용한다. 그러나 오늘 소개한 잠언은 「인내」와 「기다림」이야말로 인간을 「진정」(眞正)하게 하는 동인이며, 강한 내면적 힘을 갖추게 하는 길이라고 제시한다. 기다림을 통한 성숙, 그 고통을 넘어선 유연함이야말로 삶이 주는 위대하고 감탄스런 선물임에 틀림없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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