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어디서나 기도소리 울려
수원 권선동성당 마당에 가보자. 낯익기 전까진 어리둥절하다가 다소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도대체 왜?….
2300여평 마당을 신앙동산으로
마당에 발을 내딛자마자 예수 아기의 성녀 데레사(소화데레사)가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몇걸음 오른쪽으로 옮기면, 김대건 성인이 의연한 모습으로 오른팔을 들고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또 몇 걸음 걸으면, 이번엔 사도 성 베드로가, 이어서 사도 성 바오로가 연속해서 『안녕』한다. 성인들의 인사에 답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젠 끝났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 고개를 드는 순간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이 살며시 미소짓고 계신다. 얼른 인사드리고 옆을 보니, 아기 예수님을 품에 안은 다정한 성모님이 보인다. 낙태아들의 영혼을 위한 성모자상이다. 그 경건함에 저절로 고개 숙여진다. 성전 작은 문쪽에도 기도하는 성모님이 계신다.
7가지 성상과 6미터되는 골고타 언덕도
권선동본당이 마당에 세워놓은 성상만 해도 7가지. 성상 아래에는 성인의 생애와 사상.업적 등이 담긴 글판도 놓여져, 성인의 가르침을 신자들에게 전해준다. 여기에다 성전 좌측으로 돌아가면 1000여개의 조경석으로 이루어진 골고타 언덕을 볼 수 있다. 높이는 6m에 달한다. 이곳에서 예수님의 십자가상 고통이 느껴진다. 또 성전 중앙문으로 올라가다보면 꽃으로 둘러싸인 아담한 분수가 보인다. 분수 바닥에는 7성사를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고 위로 뻗어 있는 나무 조형은 「천사 날개」를 상징한다. 조만간 윗부분에 성모상을 올려 「대천사 3명이 성모님을 받들고 있는 모양」으로 꾸밀 예정이다. 이외에도 화단에는 14처를 상징하며 꾸민 장미 화단이 있고, 묵주 기도 상징물도 설치할 계획이다.
『성당 어디에서나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습니다. 위대한 영성가를 통해, 또 성모님을 통해, 예수님 고통을 체험함으로써 우리들의 신앙이 성장하길 소망합니다』
지역민 문화공간으로 간접선교도
2300여평의 성당 마당을 「신앙동산」으로 꾸민 권성동본당 주임 이훈 신부. 손수 나무도 자르고, 페인트 칠도 했다. 『힘들었지만 보람은 무척 크다』고 말한다. 이러한 신앙적인 상징물외에도, 새파란 양잔디에 짙은 녹색의 향나무, 갖가지의 꽃, 방부목(防腐木)으로 꾸민 테라스…. 찾아오는 순례자들을 위해 나눔의 집도 마련, 식사문제도 해결해 주고 있다. 지역주민들도 소문을 듣고 많이 찾아온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신앙적 조형물들은 간접선교의 장으로 제몫을 하고 있단다.
신자들은 한목소리로 『성당 마당에 울려퍼지는 은은한 성가 소리를 들으며, 거룩한 성인들과 성모님 앞에서 드리는 묵상과 기도는 바로 그대로 하느님께 전달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렇게 「테마가 있는 성당 마당」을 꾸민 권선동본당은 수원지역의 모든 신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과 가톨릭서원도 마련하고 있다.
기사입력일 : 2005-08-07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