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쓰는 말은 아닙니다만 칠죄종이란 말이 있습니다. 그 자체가 죄이면서 동시에 모든 죄의 근원이 되는 일곱 가지 죄를 말합니다. 이 중 하나에 탐도라는 죄가 있습니다. 먹고 마시는 일을 지나치게 하며 음식과 재물을 탐하는 일을 말합니다. 탐함이 왜 죄의 근원이 되는지 쉽게 느끼는 것이 먹거리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평범한 음식인데 간사한 인간은 자꾸만 맛있고 특별한 것을 찾게 되고 때로는 그것을 위해 쓸데없는 시간과 욕심을 부리게 됩니다.
제가 사는 삼척은 바다에 인접해 있습니다. 때문에 외지에서 손님이 오면 영락없이 특별식인 회를 먹자고 합니다. 저도 회를 좋아하기에 한 두번은 좋습니다만 횟수가 많아지면 곤혹을 느낍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루에도 두 번 회를 먹어야 하고, 특별히 일이 겹칠 때는 매일 외식을 하게 될 때도 있는데 이런 때면 정말 힘듭니다. 회만 보아도 냄새가 나고 속이 미식 미식하여 속을 다스려 줄 구수한 된장이 그리워지지만 체면 때문에 된장찌개를 먹으러 가자 소리를 못합니다. 이러할 때가 되면 매일 먹는 식사, 평상시에는 고맙게 여기거나 특별한 대우를 받지 못하던 평범한 식사의 가치를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또 특식을 찾는 것이 나의 욕심입니다. 성체 성혈 대축일, 왜 예수님은 자신을 이 세상에 가장 귀하고 값비싼 음식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흔하게 먹는 빵과 포도주의 형상 안에 존재 시켰을까요! 평범함의 가치, 삶과 구원에 있어 평범한 것의 중요성에 우리가 눈을 돌리라는 의미라 묵상해 봅니다.
오늘 복음은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입니다. 이 기적은 구약의 사건을 바탕으로 예수님은 구약의 위대한 예언자 모세나 엘리야보다 더 위대한 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그분이 우리에게 남겨 주신 가장 큰 선물인 성체성사의 풍요로움을 보여주는 기적입니다. 그런데 이 기적에 대해 전통적인 해석은 아닙니다만 재미난 해석 한 가지가 있어 소개합니다. 나눔의 관점에서 이 기적을 해석하는 것입니다. 이 견해에 따르면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은 기적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먹거리를 나눈 결과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보는 이유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먹거리를 가지고 있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먹지 않았느냐, 남의 눈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때도 지났고 배도 고팠지만 같이 먹지 못한 것은 옆에 사람들이 있었기에 혼자 먹기도 쑥스럽고 또 나누자니 그것도 쑥스러워 모두가 돌아간 뒤에 혼자서 먹을 기회를 찾기 위해 먹거리를 숨기고 있었는데 그때 제자들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내어놓자 여기에 용기를 얻어 각자 가지고 있는 음식들을 나누었기에 엄청난 결과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이것은 기적이 아니라 나눔이 이룩한 결과, 나눔의 보람과 풍요로움을 보여 주는 사건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해석은 대부분의 학자들에 의해 거부되는 해석이긴 합니다만 한번은 음미해볼만한 해석입니다.
그러나 이 기적을 어떻게 해석하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점은 이 기적은 『먹을 것을 주어라』라는 예수님의 요구에 『지금 저희에게는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 밖에 없습니다. …음식을 사오라는 말씀입니까』라는 제자들의 투정(?), 다시 말씀드리자면 작고 보잘 것 없는 자신들의 음식과 예수님의 말씀을 따를 수 없는 자신들의 무력함을 예수님 앞에 내어 놓은 행위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제자들이 놓였던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경험을 가끔씩 하게 됩니다. 소위 「영웅적인 행위」라 표현할 수밖에 없는 그러한 행위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러한 행위가 필요할 때 우리는 당황하고 뒤로 물러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영웅적인 행위는 영웅적인 능력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생각 때문입니다.
사실 영웅적인 능력을 가진 수퍼 인간은 없고 다만 평범한 능력을 잘 사용하는 인간 밖에는 없는데도 인간은 허상에 빠져 영웅적인 능력을 그리며 실천을 뒤로 미루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입니다. 바로 이러한 우리에게 오늘 복음은 교훈을 줍니다. 오천 명을 먹인 빵의 기적, 신약에서 가장 위대한 이 기적이 제자들이 소유한 작고 보잘 것 없음과 무능력에서 시작되었다고 외치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자면 제자들이 가진 보잘것 없음과 무력함이 예수님 앞에 놓여 졌을 때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결과가 주어졌기에 우리도 그렇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 봅니다. 「내가 가지지 못한 영웅적이고 특별한 무엇」이 문제가 아니라 「내가 소유한 평범함」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러한 평범함을 예수님의 원의를 위해 내어 놓자는 것입니다. 예수님 앞에 투정을 부리고 내어 놓을 나의 빵 5개를 생각해봅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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