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그렇지. 강의가 왠지 잘 풀려 목에 힘도 들어가고 실없는 농담도 하고 그럴 땐, 꼭 뭔가를 실수하게 된다. 인간이 경계해야할 가장 위험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지적(知的)오만이다. 내가 소유한 지식이 얼마나 많은 오류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지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인간의 독선만큼 혐오스러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이번 주에 살펴볼 잠언은 「어리석음」에 대한 경고로 시작한다. 잠언이 제시한 「가장 어리석은 자」는,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이다.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도취적 오만에 대한 경종인 셈이다.
26장
26장은 모두 3개의 주제-「어리석음」(1, 3~12절), 「게으름」(13~16절), 「중상모략」(17~26, 28절)-으로 되어있다. 어리석음이란 자신이 범한 과오를 되풀이하는 것임을 제시한 11절과, 세상에서 가장 우둔한 자는 『스스로를 지혜롭다고 여기는 사람』이라고 지적한 12절이 눈에 띈다. 게으름에 대한 잠언은 매우 현학적인 기지를 보여준다. 『게으름뱅이는 제 손을 그릇 속에 넣고서』도 입에 손을 가져가는 것이 귀찮아 힘들어하고(15절), 그러면서도 『재치있게 대답하는 사람 일곱보다 자기가 더 지혜롭다고 여긴다』(16절)는 것이다. 중상모략에 대한 경고도 이어진다. 『불화살을 쏘는』 것처럼 이웃을 중상하고는 『장난삼아 그랬다』한들 그 죄는 결코 무마될 수 없다(18~19절). 중상은 자기 자신에게로 그 결과가 돌아온다는 특징을 가지기에 『구렁을 파는 자 스스로 거기에 빠지고, 돌을 굴리는 자 스스로 그것에 치이』게 된다(27절).
27장
27장은 『내일을 자랑하지 말라』는, 삶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인식으로 시작된다. 왜냐하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1절). 3절은 미련한 사람을 대할 때의 불쾌감을 『돌과 모래들』처럼 무거운 것으로 표현한다. 17절의 『사람은 제 이웃의 얼굴로 다듬어진다』는 구절은, 19절의 『사람의 마음은 그 사람을 비춘다』는 표현과 연결된다. 즉 한사람의 마음 씀씀이는 그의 전존재를 대표하고, 인간은 그런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것이다.
28장
근거 없는 불안이란 없다. 『악인은 쫓는 자가 없어도 도망가고』, 죄 없는 사람은 언제든지 담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1절). 『주님을 찾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는 것이기에, 곧 모든 것에 대한 깨달음을 의미한다(5절). 진정한 회개는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악을 끊어버리려는 의지이며, 그럴 때 인간은 비로소 자비를 입는다(13절). 타인을 억압하는 것은 지혜가 모자란 탓이다(16절). 25~26절은 진정한 지혜를 정의해주고 있는데, 그것은 자신을 믿지 않고 『주님께 의지하는 것』이다. 나누어주는 사람은 오히려 모자람이 없게 되고, 가난한 이를 『외면하는 이는 오히려 저주를 받는다』(27절).
29장
7절은 「정의」와 「자비」야말로 지혜의 구성요인임을 강조한다. 12절은 통치자의 자질을 제시하는데, 『통치자가 거짓된 말에 귀를 기울이면 신하들은 모두 사악해』(12절)지지만, 『진실 되게』 다스리면 『왕좌는 길이 굳건하다』(15절). 22절은 분노에 대한 적절한 묘사를 전해준다. 겸손은 한 인간을 높여주는 비결이고 교만은 한 인간을 천박하게 하는 지름길이다(23절). 25절은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잘 정리해주고 있다. 인간에 대한 두려움은 「올가미」가 되지만, 『주님께 신뢰하는 이는 안전하다』.
즉, 타인을 두려워하는 것은 진정한 두려움일 수 없고, 오직 하느님께 대한 두려움만이 진정한 가치를 가진다는 것이다. 26절은 사람의 권리란, 힘있는 자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시는 것임을 부각시킨다.
누구를 두려워하는지
질병, 전쟁보다 사람을 더 많이 죽게 하는게 있다. 바로 「두려움」이다. 잠언적 관점에서 본다면, 사람을 죽이는 두려움은 엄밀히 말해 타인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근거한다. 아니 좀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를 죽어가게 하는 것은 타인 바로 그 실체가 아니라, 그 타인에 대해 내가 품게되는 「감정」, 「생각」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살펴본 잠언은 인간이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타인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뿐임을 가르치고 있다. 내가 두려워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를 바르게 인식하게 될 때, 우리 삶의 지평은 보다 넓고 대담하게, 하지만 평화롭고 오묘하게 열려질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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