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원군 낭성면 고두미마을. 초입에 들어서자 도시 어린이들이 풀어놓은 오리들이 갓 심은 모 사이로 유유히 돌아다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일년만에 이곳을 찾은 도시 손님들이 농민들과 막걸리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풍물가락에 어깨를 들썩이는 풍경도 평화롭다.
고두미마을은 도종환 시인의 시 「고두미 마을에서」의 배경이며, 단재 신채호 선생의 기념관과 묘소가 있어 유명하다. 특히 최근에는 오리를 이용한 벼농사로 친환경 생명농법의 본보기를 실천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에 또 다른 명물이 생겼다. 황토집 두 동으로 만들어진 「고두미 녹색마을 전통생활 체험장」이다.
마을길을 따라 5분 정도 올랐을까. 「생명농업 대장군」, 「녹색마을 대장군」 글귀가 새겨진 장승이 반긴다. 뒤로는 이제 막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황토집 두 동이 눈에 들어온다.
체험장은 친환경적 삶을 위해 애쓰는 이곳 농민들이 도시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작은 선물이다. 청주교구 가톨릭농민회 낭성분회원들이 주축이 된 마을 18가구 주민들은 2003년 10월 조상들의 전통생활을 몸으로 체험하고 환경농업 현장을 견학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고두미 영농조합법인을 만들고 체험장 건립에 들어갔다. 총 3억 여원에 달하는 공사비는 정부 지원과 마을 주민들의 출자로 충당됐다.
취지에 걸맞게 체험장 곳곳에는 자연과 꼭 닮은 전통가옥을 만들려는 노력들이 엿보인다. 황토집 두 동은 산간지방에서 통나무와 흙을 이용해 지어졌던 귀틀집 양식을 사용했다. 물론 인공건축자재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과 흙, 나무로만 지었다. 벽과 천장은 물론 바닥까지도 황토로 발랐다. 윗동에 있는 방들은 나름의 특징을 갖고 있다. 참숯방은 숯을, 청솔방은 솔잎을, 약돌방은 게르마늄석을 황토와 함께 반죽해 발랐다.
40∼50대 중년들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아궁이와 가마솥도 부엌에서 볼 수 있다. 후끈후끈한 아랫목에 등을 지지던 기억은 마른 나뭇잎과 장작으로 아궁이에 불을 지피면 금새 되살아난다. 산에서 내려오는 지하수를 사용하기 때문에 부엌에는 수도꼭지가 없다.
윗동과 아랫동 사이에는 지하 10m 깊이로 땅을 파 저장고(냉장고)를 만들었다. 30도가 넘는 바깥 날씨지만 저장고 안에 들어가면 한기가 느껴진다.
가족이 오붓이 앉아 자연 속에서 휴식을 만끽할 수 있도록 황토한증막도 마련돼 있다. 체험장은 한 번에 40여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특히 서너 명이 숙박할 수 있는 작은 방을 마련해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독립적으로 숙박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귀농 후 손수 황토집을 지어 살고 있는 고두미 영농조합 법인 대표이사 조관호씨는 『조상들의 지혜와 자연 친화적인 삶을 한 눈에 보여주는 전통가옥에서 농민과 함께 어우러지는 좋은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02)727-2275 서울 우리농, (043)297-9649 조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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