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박광호(52)씨가 30여년간 줄기차게 탐구해온 창작주제는 「물고기뼈」다.
살을 다 발라먹고 남은 앙상한 생선가시, 뭇사람들의 눈에는 쓰레기통에 버려져야할 그 찌꺼기에서 박씨는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물의 본질을 찾는다.
『작가는 기존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옮겨놓는 사람이 아니라 아름다움을 창조해내는 사람』이라는 스스로의 표현처럼 「물고기뼈」를 단순히 인간이 남긴 잔재물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원천으로서 탐구한다. 시대가 바뀌어도 근본의식은 변하지 않는 인간관계, 버려지고 소외된 나머지들의 본질을 「물고기뼈」에 투사하고 있는 것이다.
조형면에서도 「물고기뼈」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에는 비구상에 가까운 절제되면서도 독특한 형상을 선보이고 있다.
6월 15~22일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는 박씨의 작품들을 다채롭게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전시회도 사람의 발자취를 의미하는 「적(迹)」이 주제다. 뉴욕 아트센터 미술전, 요셉의원 특별전 등에 이은 열두번째 개인전이다.
특히 이번 출품작들에서는 황토빛이 시선을 모은다. 흙에서 캐낸 물고기뼈를 형상화했다. 박씨는 내면의 세계에 더욱 깊이 침잠하고자하는 또하나의 시도라고 한다. 재료에 대한 구속도 없어 캔버스는 물론 하드보드지와 한지 등 다양한 바탕을 사용하고 있다. 동가루 등을 활용해 입체감도 도드라진다.
박광호씨는 오래 전부터 근육이양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3여년 전부터는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지만 창작에 대한 열정은 식을 줄 모른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고통과 가난 속에서도 꿋꿋이 지켜온 작가정신이 담긴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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