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가 없었으면 벌써 죽었을거야. 내 손이 되어 주고 발이 되어 준 은인들을 위해 기도하라고 하느님이 목숨 이어 주신거지』
분당의 한 영구임대 아파트. 침대에 몸을 뉘인 박영자(루비나.63.수원교구 분당 마르코본당)씨가 힘겹게 몸을 일으키다가 다시 누워버린다. 박씨는 류마티스 관절염으로 벌써 20년째 누워 지낸다. 도움을 받아 몸을 일으켜도 통증이 심해 오래 앉아 있을 수 없다. 손과 발목은 이미 다 뒤틀린 상태. 관절염 외에도 골다공증, 당뇨와 위염, 고혈압 등 앓고 있는 병이 열 손가락으로도 모자란다. 통증이 너무 심해 더 이상 못 살겠다며 자살시도도 여러 번 했다.
그래도 박씨의 이런 고통을 가까이 에서 함께 나누며 간호하는 것은 남편 신형섭(토마스.77)씨. 하지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 전립선암 판정을 받았다. 노환으로 인한 위염과 빈혈이 겹쳐 힘겹게 투병중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근 성당과 동사무소, 복지관에서 봉사자들이 나와 도움을 줘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봉사자들이 빨래나 청소 등 집안 살림은 도와줄 수 있어도 밑 빠진 독처럼 물질적인 지원을 지속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남편 신씨가 암 판정을 받은 뒤부터는 엄청난 항암 치료비가 부부의 삶을 짓누른다. 남편 신씨의 항암 치료 비용과 부인 박씨의 약값은 한 달 평균 200여만원. 하지만 부부가 받는 한 달 생계비는 10만원도 안 된다. 당장 먹고 살 일도 급한 상황이지만 부부는 할 수 있는 일도 도움을 받을 곳도 없다. 자녀가 없어 입양한 딸은 고등학교 재학 중 가출해 연락이 끊겼다.
부부에게 그나마 위안을 주는 건 자신들에게 도움을 준 은인들을 위한 기도. 달력 종이에 은인들의 이름을 매직으로 쓴 부부는 그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며 묵주기도를 바친다. 누워지내다 보니 기도하는 시간이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다. 부부는 하루 평균 20여명을 위해 묵주기도 200단을 바친다. 손때 묻은 달력 종이에 적힌 은인들은 줄잡아 500여명. 일주일이면 이들 모두를 위해 기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내 몸 낫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거 아니에요. 난 이제 이렇게 살다가 죽더라도 내게 힘을 준 그 분들은 건강히 살게 해달라고 해야지.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기도 하나로 하루하루 고통의 삶을 감내해 나가는 부부의 묵주기도가 다시 시작된다.
※도움주실 분=국민은행 004-01-0526-872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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