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망졸망한 눈망울들이 보기만 해도 가슴이 아려온다.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일까, 멀찍이서 주변만 맴돌면서도 싫지는 않은 표정이다. 동정심을 담지 않으려 애써보지만 측은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꽃동네(충북 음성군 맹동면 인곡리 산 1-45) 「천사의 집」(원장=이경애 수녀). 신생아부터 2~3세 아이들을 보호하며 국내 입양을 주선하는 곳이다. 지난 97년 정식 허가를 받고 입양사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생소해 하는 이들이 더 많다.
「천사의 집」이 최근 극심한 경제난 탓으로 입양이 크게 줄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00년 이후 매년 70여명에 달하던 입양건수가 작년 가을부터 급격히 줄었다. 천사의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줄지 않고 있으니 그 불균형이 심각하다.
지난 1월엔 입양사업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한명도 입양시키지 못하는 기막힌(?) 일까지 있었다. 4월엔 겨우 두명, 5월엔 5명이 입양되었다. 90여명을 유지하던 아이들 수도 입양이 눈에 띄게 준 작년부터 늘기 시작해 지금은 13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드는 비용이나 위생문제 등 어려움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저희가 할 수 있는데까지 감당해보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데려오는 아이들을 크게 줄였습니다』
지난 3월 천사의 집에 온 아이가 11명. 4월엔 9명으로 줄었고, 5월엔 4명, 6월 현재까진 1명만을 받았다. 다른 기관으로 보내달라고 요청은 했지만 맘 속은 편할 리가 없다.
천사의 집에 오는 아이들은 미혼모의 자녀가 대부분이다. 아이를 받을 수 없다면 미혼모의 출산 역시 어려움에 처할 것은 뻔한 일. 결국 출산을 택하기 보다 낙태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 아닌가….
천사의 집은 한가지 원칙이 있다. 해외입양은 안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같아선 외국 입양가정의 단란한 모습을 보면서 엉뚱한 유혹을 받기도 한다. 『우리에게도 저런 모습의 가정이 늘어나야 할텐데…』라며 간절한 마음을 달래곤 한다.
『아들을 입양해 키우다 보니 내 아이를 키울때와 또 다른 사랑을 겅험하게 되었습니다. 정말 예뻐요. 어느 누구라도, 세상에 태어나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좋은 가정에서 자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정이 아기들을 입양해서 함박 웃음을 피우며 사랑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현진이 엄마).
입양가정의 체험담들은 겪어보지 않고선 느낄 수 없는 값진 것들이다. 이경애 원장 수녀는 『입양자녀를 키우면서 친자녀때와는 또 다른 깊은 사랑을 체험하곤 한다』면서 『두려움은 잠시일뿐, 온가족이 힘을 합쳐 이겨내고, 그 이겨내는 과정 조차 축복이 되어 기뻐하는 가정이 많다』고 들려준다.
천사의 집은 아이들 분유값만 한달에 8~900만원이 든다. 면역력이 약한 유아들이라 공기청정기, 에어컨도 필수다. 이래 저래 인건비 운영비를 합하면 매월 4~5000만원이 소요된다. 신생아용 옷이랑 유아용품도 후원이 필요하다.
이경애 원장 수녀는 『모두가 아쉬운 것들이지만 그래도 입양부모가 많이 생기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고 희망이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50세 미만)는 상담-가정방문-혈액형 등 환경조사 등을 거쳐 입양할 수 있다. 타 기관에서는 200만원 정도의 입양비를 받지만 천사의 집은 부모들의 기부금 외에는 별도의 입양비는 들지 않는다.
※문의=(043)879-0292, 0285. 011-835-0285
※도움주실분=꽃동네 우체국 301341-02-014021(예금주 이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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