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놀고 있으면 더 빨리 늙는 법이에요. 모든 것이 기쁘고 감사할 따름이에요. 세상이 이 늙은이의 봉사를 필요로 하고, 건강이 허락하는 한 하느님이 주신 제2의 인생으로 알고 앞으로도 열심히 다녀야죠』
올해 일흔 셋의 청주성모병원(원장=김홍열 신부) 봉사자 방승연(아셀라.청주 서운동본당) 할머니는 지역 사회에서 「자전거 탄 봉사왕 할머니」로 통한다. 칠순의 노구를 잊은 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이면 자전거를 타고 봉사현장에 나타나 병원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할머니가 본격적으로 봉사활동에 나선 것은 꼭 20년 전인 지난 84년부터. 딸의 권유로 늘그막에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갖게 된 할머니는 더 가까운 곳에서 하느님을 찾겠다는 다짐과 함께 여생을 봉사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타고 청주 빈첸시오의 집과 충북희망원 등 지역 내 고아원을 돌며 아이들의 빨래와 목욕, 방청소 등의 봉사활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병원 세탁실 봉사는 98년 청주성모병원이 개원하면서 주보에 난 자원봉사자 모집 공고를 보고 찾아간 것이 계기가 됐다. 5년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매일 오전 7시부터 정오까지의 5시간은 꼬박 봉사활동으로 보냈다. 할머니는 이와 같은 공로로 지난해 청주시가 주관하는 「청주시 봉사왕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450여 병상의 종합병원 세탁실에서 나오는 수술 가운과 의사.간호사복, 환자복, 베갯잇 등을 곱게 개켜 선반에 쌓는 일은 70대 할머니가 하기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일. 그러나 매번 인근 본당 레지오 단원 등 1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일하니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다.
집에서 병원까지는 차로 10분 남짓한 거리. 그러나 할머니는 20년 동안 매일 자전거로 봉사를 다닌다. 13세때 오빠의 권유로 억지로 배워, 올해로 60년 무사고 운전이다.
방할머니는 『건강도 챙기고, 봉사활동도 펼치고, 하느님과의 약속도 지켜가며 누구도 부럽지 않은 즐거운 노년을 보내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작은 체구에 백발이 성하고 주름이 가득하지만, 얼굴에는 언제나 소녀 같은 맑은 미소를 잃지 않는 방승연 할머니. 오늘도 할머니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어김없이 병원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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