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학(베드로·27·대전교구 공세리본당)씨가 혈소판 성분헌혈을 처음 한 것은 지난해 8월. 하이킹 여행 중이던 고씨는 자신이 가입한 인터넷 카페 「꼬-다 모여」에 오른 도움호소 글을 보고 혈소판 성분헌혈을 결심했다.
희귀 Rh-AB형 환자 도와
도움을 호소한 환자는 급성임프성백혈병으로 투병중인 도경용(요셉·34·수원교구 부곡본당)씨. 도씨의 혈액형은 우리나라 인구 만 명당 한 명밖에 없을 정도로 희귀한 Rh-AB형이었다. 항암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혈소판 수혈이 계속되어야 하지만 희귀 혈액형을 가진 도씨는 제때 혈소판 공여자를 찾기가 어려웠다.
딱한 사정을 접한 고씨는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인터넷 카페에서 만난 Rh-AB형 회원들과 함께 혈소판 성분헌혈을 했다. 고씨는 이후에도 혈소판이 부족하다는 도씨의 연락이 올 때면 만사 제치고 서울로 올라와 혈소판 성분헌혈을 하며 쾌유를 빌었다.
고씨의 몸과 마음을 다한 혈소판 기증은 알찬 열매를 맺었다. 6개월 넘게 고씨로부터 혈소판을 받으며 항암치료를 해 온 도씨는 올 3월 한 순수기증자로부터 조혈모세포(골수)를 기증 받아 이식수술을 받고 현재 회복중이다.
고씨는 『제가 갖고 있는 희귀한 혈액형도 주님이 주신 하나의 달란트라 생각하고 써야할 곳에 쓴 것뿐』이라며 『혈소판이 없어 생명을 잃는 환자들을 한번만 생각하고 많은 분들이 혈소판 성분헌혈에 동참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개의 백혈병 환자는 병세가 약화돼 혈소판 수치가 떨어지면 생명이 위험하다. 따라서 조혈모세포(골수) 이식 수술을 받기 전까지 지속적인 혈소판 수혈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의 헌혈량은 선진국에 비해 매우 떨어지고 특히 성분헌혈에 대해서는 그 중요성이나 개념조차 잘 모르고 있다. 혈소판 성분헌혈은 일반 헌혈과 똑같이 이뤄진다. 혈소판 성분헌혈은 2주에 한번씩 할 수 있어 사랑 나눔의 기회는 더욱 넓다.
혈액형만 맞으면 돼
한마음한몸운동본부는 장기기증 등록 신청서에 혈소판 성분헌혈 항목을 추가해 혈소판 기증 문화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조혈모세포와 달리 혈소판 기증은 환자와의 혈액형만 같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백혈병 환자 한 명이 항암 치료를 받는데 일반인 20∼50여명의 혈소판 기증이 필요하다. 백혈병 병동의 환자와 보호자들은 혈소판 공여자를 찾아 하소연하는 일이 병으로 고통받는 것보다 더 힘들다고 말한다. ※문의=016-226-1667 고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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