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공동선언 4돌을 기념해 6월 14∼17일 3박4일간 우리민족대회가 열린 인천 곳곳은 갈라진 산하의 하나됨을 염원하는 소리로 메아리쳤다.
6.15Km 마라톤으로 화합
⊙…14일 오후 인천시청에서 막이 오른 민족대회는 15일 인천 문학경기장에서 개최된 통일대행진과 개막식, 체육오락경기에 이어 1만여 시민들이 함께 한 가운데 열린 「우리민족자랑 남북예술공연」으로 절정에 이르러 16일 오전 남북이 어깨를 걸고 나선 6.15km 단축 마라톤으로 민족화합의 장에 새 페이지를 써내려 갔다.
⊙…대회의 열기가 고조되고 있던 13일 인천 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는 진지한 통일의 염원이 넘쳐났다. 사회복음화 실천공동체(지도=박요환 신부)는 이날 오후 3시30분 60여명의 신자들이 함께 한 가운데 통일기원미사를 봉헌하며 하느님의 뜻에 맞갖은 화해의 길을 걸어갈 것을 다짐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요환 신부는 『우리의 시선만으로는 참다운 평화의 길을 보기 힘들다』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바라보고 실천할 때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지역추진위원회(공동위원장=오용호 신부)가 구성된 5월 중순부터 시작된 준비 과정에는 통일의 길에 당당히 한 몫을 하고자 하는 초등학생부터 67살에 이르는 할아버지까지 1000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나서 행사를 빛냈다. 이 가운데는 인천교구 가톨릭청년연대를 비롯해 노동사목, 여성공동체 등 교회 단체를 비롯해 갈산동, 연수본당 등의 신자들이 행사 도우미와 재정 후원자로 발벗고 나서 평화와 화해의 사도로서의 몫을 실천했다.
⊙…민간 차원의 민족화해운동을 선두에 서 이끌어온 신자들의 역량은 이번 대회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인천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상임대회장으로 북측 대표단을 따뜻이 맞이한 것을 비롯해 김종수 신부(가톨릭대)가 대회조직위 상임집행위원장으로 대회 실무를 총괄하는 등 대회 곳곳에서 신자들의 역량이 빛을 발했다. 자원봉사단 단장으로 대회의 궂은일을 도맡아 한 김진덕(이냐시오.36.인천 십정동본당)씨는 『자발적으로 민족화해 여정에 평화의 씨앗을 뿌리려 나서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힘을 얻었다』며 『이 대회가 통일의 길에 새로운 물꼬를 트는 밑거름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북일치 노력에 큰 감동
⊙…이번 행사에 북측 대표로 참가해 남북이 함께 한 체육오락경기 등에서 두각을 드러낸 조선카톨릭교협회 중앙위원회 리산옥(가타리나.50.장충성당) 여성회장은 『주교님을 비롯해 남측의 신자들이 남북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며 『통일을 위한 길에 남과 북의 모든 신자들이 하나된 마음으로 떨쳐 일어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 ‘남남북녀’ 6월 15일 낮 문학경기장 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남북 체육오락경기 중 남측 남성대표와 북측 여성대표가 함께 경기에 참여하고 있다.
▲ 자원봉사자들이 북한어린이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다.
▲ 6월 15일 인천 문학경기장 야구장에서 열린「우리민족자랑 남북예술공연」 중 북측대표단이 입장하자 시민들이 「우리는 하나」라는 글귀가 쓰인 전광판을 들어 보이며 환영하고 있다.
▲ 6월 16일 오전 「온 겨레가 함께 하는 6.15 우리민족 마라톤대회」에서 남과 북, 해외의 대표가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 6월 16일 오전 문학경기장에서 열린 우리민족대회 폐막식 직후 최기산 주교가 북측 대표들과 악수하고 있다.
■ 온가족이 대회추진위원으로 봉사한 허필자씨
“화해의 참 의미 알게 됐죠”
30여명 추진위원 모집도
『신랑을 기다리는 신부의 마음으로 북녘 형제들을 맞이하고 싶었습니다』
6.15 공동선언 4돌 기념 우리민족대회에 남편 유만종(클라우디오.47.인천 갈산동본당)씨와 아들 영욱(루치오.16)군 등 전 가족을 이끌고 대회 추진위원으로 동참한 허필자(마리안나.48)씨는 대회기간 내내 기도하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자신의 가족 외에도 30명 가까운 추진위원을 모집해 대회에 함께 하도록 이끈 허씨는 민족화해의 여정에 한 줌의 거름이 되고 싶다는 말로 행사의 의미를 강조했다.
『제가 사는 곳에서 역사의 새 장이 펼쳐진다는 말에 마치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소식을 전해듣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던 2000년전 신자들이 떠올랐어요』
20여일이 넘는 행사 준비기간 내내 꼬박 하루도 거르지 않고 아들 영욱군과 자원봉사자로, 홍보맨으로 1인3역 이상을 해낸 허씨는 역동적으로 참여하는 교회와 신자들의 모습에 자긍심을 느낀다면서도 더 많은 이들이 함께 하지 못하는데 아쉬움을 드러냈다.
학교가 파하면 곧장 대회장을 찾아 궂은일을 맡고 나선 영욱군은 『남과 북이 오가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며 『서로가 좀 더 마음을 열고 다가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평화를 위해 일하는 이들이 많다며 쑥스런 표정을 지우지 못하는 허씨네 가족은 사랑이 평화의 씨앗임을 확신하는 모습이었다.
『정의로운 이들뿐 아니라 죄인을 위해서까지 목숨을 내놓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떠올리며 화해의 참 의미를 새기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