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감기 나아서 집에 가자』
할머니는 아침부터 어린 손녀를 붙잡고 성화다. 감기에 걸렸다는 손녀가 입원한 지 벌써 보름째. 하지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할머니는 불안하다. 그런 할머니를 보는 손녀의 마음은 타 들어간다. 자신의 병이 감기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임유희(데레사.21.인천교구 원미동본당)씨의 병명은 희귀 난치병인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 유전인자가 감염과 자외선 등의 환경인자와 면역이상을 일으켜 장기 손상과 피부 질환을 일으키는 병이다. 평생 지속적인 입원.약물치료를 받지 않으면 후유증으로 사망하게 되는 무서운 병. 하지만 보름간의 입원치료, 그리고 앞으로 언제 끝날 지 모를 병마와의 싸움은 어린 가장에게 너무나 버겁다.
임씨는 어릴 때부터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 김왕규(젬마.78)씨, 그리고 두 살 아래 동생과 함께 산다. 부모는 자신이 기억하지도 못하는 두 살 때 차례로 가출했다. 부모가 자신을 버리고 가출했다는 것은 사춘기 소녀에게 큰 충격이었다. 가출을 반복했고 결국 임씨는 중학교를 다니다 그만뒀다. 주유소와 커피숍 아르바이트를 전전했고 최근에는 핸드폰을 조립하는 공장에서 공원(工員)으로 일해왔다. 하루에 13∼14시간씩 꼬박 일해 번 돈은 80여만원.
하지만 이 돈이 임씨와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하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에게 보답하려고 임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병마가 찾아온 것이다. 전신성 홍반성 루프스는 영양상태가 좋지 않고 고된 노동으로 면역체계가 기능을 상실할 때 발병하는 병이다. 넉넉치 않은 형편에 먹을 것 제대로 못 먹고 일하던 어린 가장에게 병은 여지없이 찾아 온 것이다.
임씨는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현재 임씨 가족의 유일한 수입원은 임씨의 동생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버는 돈. 하지만 세 식구 먹고 살기도 빠듯한 형편에 입원 치료비까지 부담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 보름 새 불어난 병원비는 300여 만원. 하지만 평생 약물치료에 들어갈 비용을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 퇴원 후 일을 다시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다.
유아세례를 받은 임씨는 오랫동안 성당에 나가지 않다가 최근 병원 성당을 찾았다. 이제껏 외면했던 하느님을 보기가 두려웠지만 자신을 바라보며 살아온 할머니와 동생을 위해 기도했다.
「할머니에게 받은 은혜도 채 갚지 못했는데…다시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봉사하며 살거에요. 제게 힘을 주세요」
※도움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118 예금주 (주)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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