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제에 대한 한 사람의 주장을 정당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전반적인 학문적 신뢰성을 검토해 보는 것이 참고가 될 것이다. 이에 그간 도올의 강의에 대하여 언론 매체를 통해 쏟아졌던 반응들을 짧게 종합해 보면 다음과 같다.
옹호론
도올의 지지자들이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음에 비하여, 학문적으로 체계를 갖추고서 도올을 옹호하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다음과 같은 예를 제시할 수 있을 따름이다.
-신규탁 연세대 철학과 교수는 도올을 비판한 변상섭씨(아래 참조!)를 재비판하고 도올을 옹호하는 글을 발표했다. 신규탁 교수는 김용옥이 불교의 화두모음인 「벽암록」을 해설한 것에 대해 『경축, 선종사상 최초의 어리석은 바보 출현』이라고 비난한 변상섭씨에 반기를 들었다. 그는 일본서적에서는 화두를 공공연히 해설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사람에 의해 화두가 해설되고 있고 학술발표회 토론석에서도 화두해설의 예를 「자연스럽게」 볼 수 있을 만큼 화두에 대한 해설은 이미 공개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화두를 해설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화두를 해설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도 할 수 없다는 양비론적 입장으로 도올을 옹호한다.
-연세대 정외과 함재봉 교수는 학술계간지 「전통과 현대」에서 「도올 김용옥의 해석학과 인문주의」라는 특별기고를 통해 김씨를 인문주의자라고 옹호하고 나섰다. 함교수는 인문주의를 알아야 도올이 동양사상을 재해석하고, 번역과 어학을 강조하며, 종교에 대해 돌출적으로 발언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고, 나아가 그가 지향하는 시민사회의 윤리를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서양 신중심의 형이상학을 배격한 인문주의는 인간의 존엄성과 인간문명, 즉 인문의 위대성을 강조한다고 설명하면서 『다양한 신념과 신앙, 해석을 인정하고 동서양의 고전에 대한 「완전해석」을 바탕으로 엄밀한 토론과 논쟁 속에서 각종 교조주의를 경계하는 열린사회가 도올이 꿈꾸는 인문주의 사회』라고 말한다. 함교수는 도올이 어떤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해석인지, 어떤 것이 신의 참된 의도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인지 하는 논의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현대 해석학을 동양사상과 한국사회를 분석하고 재해석하는데 적용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 무지한 이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결국 도올의 해석학적 입장을 이해하면 도올을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도올의 TV 논어강의에 출연하기도 했던 함교수의 주장은 도올이 자신의 비판자들에게 하고 싶은 반론을 대신했다고 볼 수도 있다.
비판론
이상에서 간략하게 요약해 본 도올 옹호론은 도올 비판론에 대한 재비판의 성격을 띄고 있다. 순서상 옹호론을 홀대하지 않기 위하여 앞에 진술했을 따름이다. 그러면 비판론들을 종합해 보기로 하자.
-이경숙은 「노자를 웃긴 남자」에서 도올의 1장부터 10장까지의 해설을 공박한다. 그녀는 도올의 도덕경 번역이 오류투성이이며 도올은 근본적으로 노자를 해석하고 강의할 만큼 도(道)를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고 맹공을 펼쳤다. 그녀는 도올의 고전 강의가 개그 쇼일 뿐이며, 「강아지 풀 뜯어 먹는 소리」라고 일축해 버렸다.
-동국역경원 역경위원 변상섭은 「도올선생, 그건 아니올시다」에서, 「화두(話頭), 혜능과 셰익스피어」와 「금강경 강해」라는 불교관련서적 두 권을 낸 도올에게 『어째서 이러한 바보 같은 짓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그는 그 이유가 바로 『애초부터 선(禪)에 대해 전혀 잘못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며 도올의 불교사상을 비판하기 시작한다. 본래 해설을 허락하지 않는 화두를 해설하려한 도올의 의도 자체가 잘못이며, 번역 자체가 「무지와 실수가 합쳐진 걸작(?)」이라고 그는 비판한다. 이밖에 변씨는 방(棒)과 할(喝)이 선사들의 유치하고 치사한 짓이라고 매도하거나, 열반이 죽음이다, 선은 반불교다 등의 언사는 불교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그에 대한 논리적인 비판과 분석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전직 언론인 서병후씨는 「도올에게 던지는 사자후」라는 저서에서 「화두, 혜능과 셰익스피어」라는 도올의 저술이 존 우(John Wu: 「동서의 피안」의 저자 오경웅)의 「선의 황금시대」 일부를 표절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두 책의 구절구절을 대조하며 이를 입증하고서, 이번에 제기된 「표절」의 문제는 학문의 정직성과 해석학적 엄밀성에 대해 누구보다도 목소리를 높여왔던 도올의 입장에서 쉽사리 넘어갈 수 없을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인하대 철학과 김진석 교수는 「사회비평」지 「철학의 광신적 대중화」라는 글을 통해 도올이 대중적 권력을 얻으려 노자?공자를 이용했다고 공격했다. 김진석 교수는 도올의 노자.공자에 대한 해석이 선험적인 동아시아 중심주의에 기대고 있는 것이며, 동양 사상, 더 정확히 말하자면 중국 고대 사상을 빙자하면서 그것에 기생하고, 동시에 대중과 방송에 기생하는 문화권력 복합체의 성격이 짙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안으로서 동.서양 접근법의 배타적 선택이 아닌 보완적 선택을 촉구한다.
-건국대 성태용 교수는 도올로 인해 중국 고전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된 것은 사실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도올의 강의는 너무나 빈약한 근거를 바탕으로 너무나 거창한 주장을 큰 소리로 외치고 있다고 비판한다. 도올의 강의에는 『…아닌가 싶다』, 『…한 인상을 떨쳐버리기 힘들다』는 식의 발언이 너무 자주 나온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추측이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근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성균관대 유학과 이기동 교수는 「도올 김용옥의 일본 베끼기」라는 저서에서 도올의 논어 강의와 공자에 대한 인물설명이 일본학자의 학설을 베낀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중.일 학계에서 정설로 인정받지 않은 시라카와의 「아마도 무당일 것이다」라는 추측성 발언에서 더 나아가 도올은 아예 공자를 무당의 아들이라고 단정했으며, 또 도올에겐 공자의 중심사상인 인(仁)에 대한 설명이 없고 오히려 일본이 강조한 예가 더 많다』고 지적한다. 이는 도올이 결국 성선설(性善說)을 주장한 맹자사상에 기운 한국의 유학에 반대하여 성악설(性惡說)을 주장한 순자적 경향을 띠고 있는 일본의 책을 베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지면관계상 소개하지 못한 각계의 반응들이 많이 있지만 이정도로 그치고자 한다. 독자들의 균형 있는 조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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