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축일입니다. 신부님은 충청도 솔뫼에서 1821년 출생하여, 15세가 되던 1836년 멀리 마카오로 유학해 1845년 8월 17일 서품 되어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사제가 되신 분입니다. 서품된 후 약 8개월 동안 활동하시다 체포되어 서품 된 지 1년 1개월이란 짧은 기간 동안 사제로 계시다가 만 25세의 짧은 생애를 사신 분입니다.
이러한 신부님의 생애를 생각할 때 필자의 머리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열정」과 「철저한 투신」이란 두 단어입니다.
물론 「열정」이라는 말과 「철저한 투신」이라는 말은 때로는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도 있고 항상 선일 수만은 없는 단어임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이 단어들이 지향하는 바가 「공동선」이나 인류가 추구해야할 「보편선」 또는 「하느님」을 지향할 때 이러한 단어들은 참으로 가치 있는 말이 됩니다.
그러면 왜 우리는 이러한 가치 있는 단어들을 살지 못할까요? 아마도 자신의 욕망과 게으름, 그리고 주위의 다른 사람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고자 하는 마음과 내 안의 유혹과 타협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일 것입니다.
김대건 신부님도 마지막까지 신부님이 선택한 길을 걷지 못하게 하는 많은 갈등들을 경험하였습니다.
혹독하게 가해지는 육체적 고문이 그것일 수 있고, 신부님에게 당근으로 주어지는 세상의 재물과 권력도 그것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명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본능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욕구가 그것이요,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떠오르는 의심과 갈등도 또 하나의 유혹이었을 것입니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의 저자 신 영복씨도 이런 말을 합니다. 고문보다도 침묵과 내면의 갈등이 더 무서웠다고. 아마 신부님도 감옥 안에서 이러한 내면으로부터 틈새를 비집고 올라오는 인간적이고 본능적인 유혹은 쉽지만은 않은 이끌림이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유혹들은 하나같이 견디기 힘든 유혹이었고, 조금만 한눈을 판다면 넘어질 수밖에 없었던 너무나 무거운 것들이었지만 신부님은 그 모든 것을 이겨냅니다.
그 힘은 신부님만이 가졌던 주님께 대한 열정과 철저하고도 타협 없는 투신의 정신, 그리고 오늘 복음 말씀처럼 걱정하거나 두려워함 없이 주님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는 신앙의 힘이 적절히 조화된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유혹은 마성을 지니고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무슨 의미인가 하면 유혹이라는 것은 참으로 신비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유혹과 대화를 시작하면 이 유혹에서 당당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때문에 우리가 유혹을 이기기 위해선 단호한 거절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그렇지 않고 어떤 식으로든 그 유혹과 대화를 시작하면 대부분은 유혹에 넘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보통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유혹을 이겨 나가기 위해서 무엇보다 필요한 자세가 김 신부님과 같은 자세일 수밖에 없습니다. 바로 김 신부님처럼 자신의 길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타협 없는 신앙만이 유혹을 이겨 나갈 수 있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러한 삶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삶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매일의 삶에서 연습과 실습 그리고 실패를 통한 자기반성에서 이루어지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김대건 신부님을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성인으로 모시는 것도 어쩌면 오늘날 이 땅의 사제들이 사제다운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이 바로 신부님이 가졌던 이러한 정신이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사실 현대는 김대건 신부님이 사셨던 시대의 국가 권력처럼 직접적으로 하느님을 방해하는 방해물들은 없습니다. 그러나 참으로 아이러니 한 사실은 오늘날 하느님의 길을 방해하는 적들은 그 어느 시대보다 더 교묘해졌다는 것입니다. 어떤 때는 아름다움과 선의 모습을 띠기도 하고 또 어떤 경우에는 인간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기도 하고 때로는 과학과 학문의 이름을 통해 하느님의 길을 방해합니다. 그러기에 자칫하면 무엇이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인지 구분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시대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러기에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김 신부님의 열정과 투신을 본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의 길을 방해하는 오늘의 장애물들을 구별할 수 있는 눈이 필요한 것이고 이와 더불어 자신이 선택한 가치에 대한 때로는 맹목적이다 할 만큼 철저한 투신이 우리가 가져야 할 신앙의 자세가 아니겠는가 생각해보게 됩니다.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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