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아낀다고 언제나 이면지를 모아두고, 십 년이 넘어 낡아버린 손수건을 여태 버리지 못하며, 목소리 좋아진다는 보약을 강의 때문에 챙겨먹고, 그런데도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가 있으면 왠지 억울한 기분에 씩씩대고…. 이런 자신을 보면 문득, 이 낯선 모습은 누구일까, 라는 혼란에 빠져들곤 한다.
무엇을 위한 노력인지, 무슨 명분을 내세운 지나친 폭력이요 과장된 치성인지…. 그럴 듯한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키고 무고한 생명을 죽게 한 이 세상의 원리와 내 삶의 원리가 다른 점은 무엇인지….
미국 대통령 스스로가 보여주는 삶의 덫과 내 인생의 덫은 어쩌면 우리 모두가 반복하고 있는 비생산적이고 피곤한 딜레마일 뿐일지도 모른다. 코헬렛, 그도 역시 인간의 위험한 욕구와 그 「무상함」을 예리하게 주시하고 있던 것일까.
제작 연대와 장소
이 책의 제작 연대 역시 다분히 논쟁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나 1)기원전 2세기 제작된 집회서가 전도서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집회 14장 참조), 2)쿰란(제4동굴)에서 기원전 2세기 중엽에 필사된 것으로 보이는 전도서의 몇 구절이 발견되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볼 때, 이 책은 적어도 기원전 2세기 이전에 완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페르시아 문화의 흔적이 거의 없다는 점은 이 책이 헬레니즘 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기원전 3세기 중반 경에 제작된 것이라는 결론을 끌어낸다. 팔레스틴의 제반 생활과 성전, 제사 등에 익숙한 것을 미루어 보아, 제작 장소는 팔레스틴 지역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학적 특징
전도서가 보여주는 문학적 특징은 다음과 같다.
1)1인칭 고백 산문체:전도서는 대부분 1인칭 서술 관점(『나 코헬렛은…』)으로 진행되고 있다. 2)잠언 양식의 등장:잠언처럼 짧은 구절로 심도 높은 진리를 설파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돈을 사랑하는 자는 돈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큰 재물을 사랑하는 자는 수확으로 만족하지 못하니 이 또한 허무이다』(5, 9) 등의 문장이 그러하다. 3)수사 의문문: 의문문은 주로 답을 요구할 때 사용되지만, 수사 의문문은 답을 유도하기 보다, 청중을 자신의 논쟁에 끌어들여 동의와 제청을 유도할 때 사용된다. 전도서에 자주 등장하는 『…무슨 소용이 있으랴?』는 의문문은 헛된 삶의 실상을 부각시키고 강조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구성
전도서에서는 일관적 구조를 찾기 어렵다. 주제에 따라 내용이 전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자들은 서언(1, 2~11)과 결어(12, 9~14)가 최종 편집자에 의해 제작된 부분임에 동의하고 있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 만사 헛되다』라는 1, 2의 내용이 12, 8에 그대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코헬렛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의 어록을 모아 본문을 완성한 그의 제자(1, 1 참조)는 코헬렛을 3인칭으로 제시하면서 「서언」과 「결어」를 첨가하였다는 것이다.
처음과 마지막을 같은 문장으로 반복하고 있다는 것은 코헬렛의 말을 저자 자신이 편집해 놓았음을 암시하는 구조적 틀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전도서는 「충족되지는 않는 인간의 욕구」가 전반부(1~6장)에 전개되고, 이어 그런 한계와 문제점을 극복하는 「생활의 지혜」(7~12장)가 소개된다. 전반부에서는 『헛되다』라는 표현이 후반부보다 두 배 이상 언급되고 있지만, 이와는 달리 7장 이하에서는 삶에 대한 긍정적인 의미가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행하는 시대
첨단 21세기에 살고 있지만, 지금처럼 인간의 내면이 반(反) 시대적이고, 원시적으로 역행했던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죽음」이라는 화두 앞에 우리 모두를 각성하게 한 한국 젊은이의 죽음은, 지금까지 우리가 믿고 신봉해왔던 이 시대의 이념들-그 무엇에도 억압받지 않고, 완벽하게 민주적이며, 인간의 인권이 최대한 보장된다는-이, 얼마나 「억압적」이며 「비민주적」이었는지를 통감하게 하였다.
최고의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미국의 비굴한 자가당착과 이를 무마하려는 초라한 변명들을 보면서, 진정으로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이념과 명분이 아니라 실제적 사랑과 구체적 용서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된다. 그 이외에는 그 무엇도 「헛된」 망상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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