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평균 30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찾고 있는 노인들의 쉼터 서울 종묘공원, 바로 그 옆에 자리한 서울 종로성당은 주말이면 노인들의 흥겨운 노랫가락이 흘러나오는 사랑방으로 변한다.
교구 사회복지회 노인사목 담당이자 종로본당 주임인 최성균 신부가 매주 토요일 성당을 노인들에게 개방하면서 언제부터인가 자리잡기 시작한 이런 풍경은 이제 종묘를 찾는 노인들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새로운 풍속도가 되고 있다.
이런 모습이 자리잡기까지 최신부를 비롯한 신자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력이 밑거름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최신부가 본당에 부임해온 2002년 3월 성당 인근을 배회하는 노인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면서 시작된 종로본당의 노인사목은 시간을 거듭하며 무료 건강검진과 치과 진료 등 노인들의 건강을 살피는 일에서 가정문제 상담, 취미활동 공간 제공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이제는 10가지가 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센터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매달 5만원씩의 생활비를 지원하고 있는 「1인 결연사업」은 대상자가 50명을 넘어서면서 새로운 나눔의 장을 열어가고 있다.
이런 본당의 노력과 분위기가 노인들의 입을 타고 전해지자 주말이면 아침 일찍부터 서울 시내와 의정부, 김포, 부천, 군포, 수원 등 경기도 일대는 물론이고 멀리 춘천에서도 3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종로성당을 찾고 있다.
성당을 찾는 노인들에게 영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한 예비신자 교리반은 누가 특별히 권하지 않아도 노인들의 발걸음으로 넘쳐난다.
처음 교리반을 연 2002년에는 300명이 훨씬 넘는 노인들이 등록해 교리실로 쓸 공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1년 가까운 교리기간을 거쳐 이듬해 6월 처음 열린 영세식에서는 이 가운데 139명이 세례를 받았다. 이어 올해 1월에도 100명이 넘는 노인들이 주님의 자녀로 거듭나는 열매를 거두기도 했다.
6월 26일 오전 종로성당에서는 또 한번의 흥겨운 노인잔치가 열렸다. 1년 동안 빠지지 않고 교리를 이수한 할아버지 할머니 30여명의 영세식이 열린 것. 1시간 반이 족히 걸리는 경기도 군포에서 성당을 찾다 이날 하느님의 자녀로 새롭게 태어난 김영숙(요한?86) 할아버지는 『교리를 받는 동안 하느님이 삶에 빛이 됨을 깨닫게 됐다』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사는 게 의미있는 삶인 지 생각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양은남(아가다?81) 할머니도 『느지막이 주님께서 우리를 불러주신 데에도 뜻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며 『자격이 없지만 주님이 불러주신 데 한없는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렇게 노인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데에는 종로본당만의 노하우가 있다. 노인들 스스로가 복지의 일방적인 대상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삶의 주체라는 의식을 심는데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종로본당에서 세례를 받은 노인 가운데 지속적인 신앙생활을 하는 이는 90%가 웃돈다.
영세 후 반 이상이 교회에서 발을 끊는 세태와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노인들 가운데는 자발적으로 봉사팀을 구성해 종묘공원을 돌며 청소에 앞장서는 등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에 옮기는가 하면 전교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노인사목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들도 적지 않다.
최성균 신부는 『노인사목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해 안타까움이 적지 않다』며 『노인문제에 제대로 다가가기 위해서는 복지중심의 접근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적극 활용하는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시야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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