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님, 우리 프란치스코 잘 하고 있나요?』
『수녀님, 영희 엄만데요. 우리 영희 어때요?』
서울 성동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재활팀 윤문자(에프렘) 수녀는 아침부터 불이 나기 시작한 전화기 앞에 매달려있느라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복지관이 6월 23∼25일 사흘간 경기도 안산 대부도 해병대 극기체험 훈련단에서 마련한 여름캠프에 자녀를 보낸 어머니들의 전화가 빗발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캠프에 참가한 훈련생 44명 모두가 1급의 중증에서부터 3급에 이르는 장애를 지닌 정신지체인들이었던 까닭이다.
『잘 할 수 있습니까?』 『악!』 『목소리가 작습니다』 『악!!』
윤수녀가 전화와 씨름하고 있는 사이에도 대부도 갯벌에서는 교관의 구령에 「네」라는 대답 대신 해병대 구호 「악(惡)」을 외쳐대는 훈련생들의 진지함이 넘쳐나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이 쏟아지는 뻘에서는 나이와 성별, 그리고 장애와 비장애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야간행군, 유격훈련, PT훈련 모두 만만치 않았지만 역시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80㎏이 넘는 고무보트를 이용한 IBS 기동훈련. 육상훈련을 거쳐 바다에까지 나가기 위해 보트를 머리에 이고 내리는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목뼈가 부러질 것 같이 아프고 온몸이 후들거렸지만 참아내는 모습이 역력했다. 혼자 편하기 위해 잠시라도 요령을 피우면 보트가 기울고 모든 동료들이 뻘밭을 기는 기합이 돌아왔기 때문이다.
언어치료까지 받아야 했던 편은성(가명.21)씨는 극기 체험을 하며 말문이 트였다. 몇 년을 같이 지내온 지도교사들도 장애인들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모양들이었다.
드디어 보트 승선, 한 사람이라도 다르게 행동하면 배는 여지없이 뱅글뱅글 제자리를 돈다. 처음엔 우왕좌왕하던 보트도 점차 속도를 내며 제 방향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야!! 우리가 해냈어』
2박3일을 지내며 장애인들은 어엿한 「해병」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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