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푸아뉴기니와 대만, 캄보디아, 홍콩등 4개국에서 선교사로 활동중인 한국외방선교회(총장=김명동 신부) 사제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신들의 선교 생활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 놓았다.
한국 교회에 대한 외방 선교의 요청이 늘어나고 있는 흐름 안에서 한국인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보고 체험한 외방 선교 현실과 경험들을 나누기 위해 한국외방선교회와 가톨릭신문이 공동으로 마련한 자리였다.
지난 5월초 휴가차 본국을 찾아 3년여만에 가족 지인들과 한국 신자들을 대면한 이들은 『「한국교회」라는 시각을 넓혀서 보편 선교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하고 『또한 사제들은 보편교회를 위해 서품된 만큼 지역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타교회 타교구에도 관심을 갖고 사제들의 삶을 개방하고 나누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모인 선교사들은 캄보디아 깜 퐁창 교구에서 현지인 사목을 하고 있는 곽석희 신부, 파푸아뉴기니 「마당」교구 말랄라 지역에서 고등학교 교목을 하면서 준본당 성격의 공동체를 맡고 있는 정대선 신부, 홍콩 차이완 본당 보좌로 사목하고 있는 김용재 신부, 대만 후코 본당 주임으로 사목중인 정재건 신부.
각 선교 지역에 대한 소개와 주요 활동들로 이야기 꽃을 피우기 시작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선교지에서의 애환과 보람 그리고 한국 교회의 외방 선교 문제 등으로 방향을 잡아 나갔다.
언어와 문화적응 풍토병 등 기본적인 어려움에서부터 주일 5~6명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는 상황을 맞아야 하는 설정이나 영세를 한 신자들이라 하더라도 『시간이 있으면 미사갈게요』라는 식의 크리스찬의 신원의식이 뚜렷치 않은 신자들 틈에서 사제로서 겪는 안타까움들….
그런 이유들 때문에 특히 대만 캄보디아 등 교회 성장이 미비하고 교회가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신자 한 명 한 명이 소중하고 성당에 와주기만 해도 고마운 마음을 갖게 한다고.
특히 캄보디아의 경우 열대 지방의 뜨거운 뙤약볕속을 30분~1시간 동안 자전거로 달려와 미사에 참례하는 모습을 마주하면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지난 2001년부터 캄보디아에서 사목중인 곽신부는 맡고 있는 신자가 6가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어린이들까지 합쳤을 때 50명 가까이 돌보는 셈.
아이들과 회충약을 나눠먹고 양치질을 가르치고 머리카락속의 이를 잡아주면서 지내는 나날 속에서도 예수님을 알고자 하는 마음들, 그리고 신앙을 가지고 난 후 보여지는 변화의 모습들에서 보람이 느껴진다고 했다.
신앙적인 면보다 「개인적 관계」를 중시하는 독특한 배경, 평균 연령 60세 후반의 성직자들 모습에서 가늠하듯 「활력을 갖지 못하는」 대만 교회 분위기가 안타깝다는 정재건 신부는 『신앙적 의지가 없어 보이는 신자들을 보고 기운이 빠지곤 할 때 아무도 없는 성당에서 성무일도를 하며 큰 소리로 성가를 부르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고 들려줬다.
그리고 『열심한 한국 교회에서 자신들의 교회를 위해 사제가 파견되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수고한다』는 말을 듣는 경우에도 위안을 느끼기는 마찬가지.
8명의 한국 외방선교회 사제들이 파견돼 있는 파푸아뉴기니는 외방선교회가 처음 진출한 지역인만큼 이제 현지에서 한국 교회의 위상은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오는 10월부터는 그간의 선교 지역을 벗어나 산악 지대에 회원을 파견하는 등 선교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과거 서구 선교사들의 구호품에 익숙해서 아직도 스스로 신앙을 갖기 보다 무언가 물질적인 것을 받는데 흥미를 보이는 신자들에게 신앙적인 비전을 제시한다는 것이 공허함처럼 느껴지는 어려움을 겪지만, 사목 프로그램을 계발하고 그로인해 공동체들이 살아나는 것을 지켜보면 힘든 마음이 다소 누그러 진다고.
지역민들안에 들어가 친교를 나누는데 우선적 관심을 쏟는다는 정대선 신부는 『현지에서 오래 선교한 외국 사제들이 사제에 앞서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좋은 선교사들이라고 칭찬을 해주었을 때 한국인으로서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중국 선교를 향한 교두보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홍콩 교회는 나름대로 안정돼 있지만 성직자들의 노령화, 성소부족 등으로 선교사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동일한 젓가락 문화권이라는 이점을 지니고는 있으면서도 알면 알수록 어려움을 겪는 문화적 차이, 그리고 홍콩이라는 지역이 갖는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면까지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쉽지 않은 점이다.
하지만 『「순교」라는 역사 바탕 위에서 한국 교회가 성장하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 부럽다』는 의견과 또 『한국 성지순례까지 하고 싶다』는 요청에는 한국 교회 선교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기에 충분했다고 김용재 신부는 밝혔다.
외국 교회에 나가있는 선교 사제로서 이들은 『한국 교회의 나눔이 점차 강조되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가지고 일관성 있는 선교 체계를 가져야 한다』고한국 교회와 신자들에게 당부했다.
『어느 수도회 소속이든 교구 소속이든 외국 현지에서는 모두 한국인 선교사입니다. 그런 면에서 선교지에서 또 선교에 앞서 모든 선교사들 또 선교를 준비하는 교구 수도회가 함께 협력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돼야 하고 전 교회 차원에서 선교사 양성 등 장기적인 선교 전략과 비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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