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자 의안 발표와 더불어 한국 교회 수도회들은 「신원의식과 정체성 부족」 「활동과 기능 위주의 삶」 등 내적 외적으로 한국 교회 현실과 맞물려 재정립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함을 인정하면서 200주년기념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이 좀 더 폭넓게 전신자들의 진지한 관심과 협력을 받으며 연구 토의되는 과정을 거쳐 「버려야 할 것과 찾아 얻어야 할 것」을 구체적으로 깨닫게 해주는 역할이 불거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와관련 관계자들은 『고유성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우리 사회 우리 교회의 필요에 응하여 삶의 양식마저 바꾸며 적응해 오는 동안 서로 많이 닮은 꼴의 수녀회들이 돼버렸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이땅에 빛을 주는 복음의 증거자로서 수도생활은 「존재의의」 차원에서 깊이 추구해야 할 때가 온것이라는 깨달음이 증폭됐다』고 밝혔다.
수도자의안 발표후 우선 감지된 의안 제안 내용들에 대한 각 수도회들의 실천사항은 국내 설립 수도회인 한국복자수녀회와 성가소비녀회, 영원한도움의 성모수녀회에서 두드러졌다고 볼 수 있다. 이들 수도회들은 창립자 정신으로 되돌아가서,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를 찾으려는 공동식별을 감행했다. 그후 사도직 면에서도 과감한 정리작업을 단행했다.
성가소비녀회 경우 수도회 명칭을 성가수녀회에서 성가소비녀회로 복귀하는 결단을 보였는데, 이에대해 수도회 관계자들은 『수도회 전체의 쇄신을 상징하는 커다란 표지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함께 성가소비녀회는 수도회의 은사적 사도직이 아니라는 이유로 소명여자중고등학교를 인천교구에 무상으로 헌납했다. 또한 복자수녀회는 미국 교포사목에 회원을 파견하는 한편 중국 러시아 남미 등에 선교사를 파견했다.
한순희 수녀(성심수녀회.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는 『이러한 면들은 한국 천주교 전래 200주년을 맞이했던 수도자들이 세계를 향한 사랑의 나눔과 순교자의 정신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선교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국제수도회들은 그 나름대로 한국 교회와 이땅의 문화에 토착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데 특히 「사회정의 실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투신」 등이 탁월한 성과로 꼽히고 있다. 수도회들 스스로 가난해지려는 노력들도 가시화 됐다.
종합적으로 수도자의안이 한국 수도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수도자들이 그 시점에서 한 단계 뛰어넘어 「민족통일」 「민족복음화」 「 토착화」 「쇄신」의 과제를 심각하게 실천할 것을 강조한 점』으로 정리하고 있다.
한수녀는 『의안에서 표현했듯 수도생활에 대한 반성의 토대가 그리스도교 신앙과 역사적 맥락 안에서 전개되었지만 특색있게 강조된 점은 우선 한국의 문화와 전통, 역사와 환경, 한국민의 심성과 종교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구가 요청됨을 선언한 면이 가장 영향을 미친 요소로 평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관계자들은 『결국 수도자 의안은 수도자들이 한국이라는 풍토안에 깊이 뿌리 내리고 하느님 말씀이 이 토양에 깊이 육화하도록 호소한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국 수도자들이 국적있는 수도생활을 해야 한다』는 예언자적 목소리라는 것이다.
계속 이어진 쇄신 작업
200주년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을 시작으로 수도자들의 도전, 즉 「교회와 사회안에서 수도자들이 대면하는 다양한 복합성과 변화 안에서 성령의 부르심에 따라 예수그리스도를 철저하게 따르는 작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가는 한편 200주년 사목회의 정신이면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서도 명시됐던 「자기의 성소에 충실하여 증거의 삶으로 한국 민족과 하느님 백성에게 하느님 나라에 대한 희망을 주어야 한다」는 노력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와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 수도자들의 현실을 파악하고 쇄신작업을 위한 전망을 제시하는데 보다 힘을 기울였다.
특별히 신원의식 부족과 정체성의 위기, 수도자들의 중산층화된 분위기, 각 수도회들이 본연의 카리스마와 영성에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요청이 제기되면서 수도회 활동 전반 혹은 특정 사도직 활동에 있어서 개선돼야 할 문제들을 구체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이 수도회별로도 이루어졌다.
그러한 움직임은 1990년대 들어 부쩍 두드러졌으며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의 경우 92~94년 평신도 성직자 수도자들을 대상으로한 수도생활 쇄신을 위한 설문조사를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청빈 문제와 관련해서는 1992년 1993년 두차례 총회를 통해 청빈 기준을 신자들의 생활과 비교해 「중하」나 「하」 정도의 생활로 정하고 내적 외적으로 모두 청빈하게 살아야 한다는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또 구체적 청빈 실천이 필요하다는 면에서 승용차 안타기, 식사초대나 영명축하금, 전출금에 대한 재고 등의 내용을 제시하기도 했다.
1994년 「수도자」를 주제로한 세계 주교시노드가 개최된 것은 수도자들로 하여금 수도자들의 고유 신원의식과 역할 소명, 현대 사회 안에서의 봉헌생활의 의미 등을 되새김질 하게 만든 기폭제가 되었다. 그러한 흐름을 맞아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1998년 「한국 여자수도회 성소자 및 수도자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성소사목 양성교육 영성생활 사도직 수도공동체 생활등 영역에 걸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제언 사항들을 얻어내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이어 한국 남자수도회 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에서는 2000년 「한국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의 역사와 전망」 보고서를 펴내고 제삼천년기를 앞두고 빠르게 변하고 있는 현실세계에서 남자수도자 또는 선교사로서 특히 한국 사회와 한국 천주교회라는 현실에서 살아가는 수도자 선교사들의 정체성을 묻고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을 점검했다.
각 시노드 수도자 의안
1997년 대구를 시작으로 인천 수원 서울에서 잇따라 개최된 교구 시노드는 200주년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에 이어 한국 교회에서 수도자들의 역할과 정체성 및 신원을 재정립하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대구대교구
수도자의 신원과 역할에 수도자 의안 내용의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대구대교구는 「수도자는 복음적 권고의 삶을 살며 하늘나라를 증거하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사도직과 관련해서는 『수도자가 그 회의 사도직에서 성실하게 활동하는 것만으로 충분치 못하며 참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이 풍겨나게 해야한다』고 언급했다.
『교구가 교구의 입장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각 수도회의 고유 카리스마를 지원하고 잘 발전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줄 때 지역교회는 더욱 부유해 질 것』이라고 수도자들에 대한 교구의 배려를 강조하는 면을 부각시켰으며 더불어 『수도자의 신원을 제대로 살기 위하여는 교회내에 더불어 사는 구성원들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밝혔다. 이같은 수도회 고유 카리스마 지원 내용은 수도자 의안에서도 「각 수도회들은 고유 은사에 충실하면서 오늘의 한국 교회와 사회에 알맞는 수도자를 양성해야 한다」는 부분과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인천교구
「예언자적 대안의 삶」으로 봉헌생활을 규정, 전담사제 임명과 수도자국 설치 등을 실천사항으로 제시한 인천교구는 이에대해 수도회들의 고유한 카리스마를 살리고 그들의 독창성과 창의력을 교구에 제공하게 하여 교회 신비체의 기능과 활동을 활발하고 풍요롭게 한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인천 교구안에서의 남녀 수도회 현실을 점검하고 실천요강과 개선 제안을 통해 보다 실질적인 대안들을 제시한 것으로 눈길을 모은 인천교구는 실천 문제에 있어서 「북방 복음화에 수도자들이 앞장서야 한다」는 부분, 또한 「사회복음화에 관심을 두어야 한다」는 내용과 함께 수도자들의 본당 사도직을 심화시키기 위한 방안 마련도 제시했다. 수도자들의 예언자적 활동과 현실안에서의 사도직 활동에 대해 최대한 구체적 대안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한 흔적을 보였다는 면에서 특별함을 보이고 있다.
사목회의 의안에서 「우리나라의 분단된 상황이 일치와 평화를 위한 기도와 노력을 요구하고 빈부 격차 경쟁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아픔에 동참해야 한다」는 부분이 반영된 듯한 내용이며 수도자국 설치 역시 수도자 의안에서 「수도 생활을 연구하는 공동 기구 설치」를 제안 했던 것과 같은 배경으로 풀이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구체적인 수도자 사도직 활성화 방안으로 「수도자 사무국」 설치, 「수도자들의 사도직 수행지침」마련 등을 실천 내용으로 제기한 서울대교구는 「수도자의 정체성 원천」을 수도자의 「카리스마」로 천명했으며 「시대에 상응하는 수도자 양성」을 강조하면서 『급변하는 세상 흐름안에서 수도자 양성은 인문 문화 영성 사도직 준비를 고루 갖추도록 하여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사도직안에서의 수도자 역할에 대해서는 『수도자의 사도직은 복음 선포를 최고의 사명으로 하는 교회의 사도직에 일치하고 동참하여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사도직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시대의 징표에 민감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같은 시대의 징표에 민감해야 한다는 부분은 200주년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의 사도직 내용과도 일치하고 있다.
수도자 사무국 설치 및 사도직 수행지침 마련 사항 역시 사목회의 수도자 의안의 수도생활 연구 공동 기구 설치 내용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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