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에이져 도올
실제에 있어 얼마나 서로 연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되, 도올의 주장은 내용에 있어서 뉴에이지의 주장과 합치한다. 도올은 내용적으로는 확실히 뉴에이지의 기수이다. 이 사실은 도올이 그간 그리스도교를 향해 어떤 비판들을 쏟아냈는지를 확인하면 금세 드러난다. 도올은 뉴에이지가 하듯이 그리스도교의 모든 교리를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즉, 그리스도 선재설, 동정녀 탄생, 그리스도의 대속, 그리스도의 재림과 부활, 천당 및 지옥 등의 전통신학을 부정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도올은 도발적이고 전투적인 용어를 구사하며 뉴에이지의 그리스도교 비판 수위를 넘어서기도 한다. 예를 들면, 도올은 예수는 「창녀의 소생」(노자와 21세기(3), 65쪽)이며 예수 탄생 이야기는 「신화」(도올논어(1), 24~26쪽)이고, 「세례」는 무당인 예수의 「씻김굿」(금강경 강해, 134~137쪽)이요, 방언은 『도둑놈의 발광』(도올 논문집, 「번역의 이론과 실제」, 233쪽)이라는 등 과격한 표현을 불사한다. 이쯤 되면 도올이 뉴에이지의 영웅적 전사로 불린다 해도 어색할 것이 없을 것이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도올의 그리스도교 비판 발언들은 인터넷상에서 안티(Anti) 그리스도교 사이트(대표적으로 http://xbible.glad.to)의 핵심메뉴로 원용되고 있다. 도올은 그곳에서 가히 교주의 권위로 추앙되고 있다. 「도올어록」이라는 묶음까지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 도올의 주장은 내용에 있어서 뉴에이지의 주장과 합치한다. 도올은 내용적으로는 확실히 뉴에이지의 기수이다. 사진은 뉴에이지 사상을 나타내는 그림.
신존재 부정에 대한 반론
뉴에이지와 마찬가지로 도올은 신존재를 부정한다. 그 논거로서 그는 러셀을 인용한다. 『도대체 신은 누가 만들었는가? (중략) 도무지 이 세계가 원인자가 없이는 생겨날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중략) 문제는 이 세계가 최초의 시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 아무런 필연적 이유가 없다는 데 있다. 어떠한 존재가 반드시 최초의 시작을 가져야만 한다고 상정하는 우리의 모든 관념은 실제로 우리의 상상력의 빈곤에서 유래된 것이다』(도올의 논어(상), 199쪽).
도올은 「최초의 시작」이 필연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 사고 자체를 문제로 삼는 러셀의 주장이 옳다고 본다. 그러면서 도올은 우주만상이 「최초의 시작」 없이 「스스로 그렇게 있었던 것」(What was so of itself)이라는 노자의 관점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초의 시작」이란 없다고 하는 러셀과 도올의 주장은 20세기 과학의 쾌거인 이른바 「대폭발(Big Bang) 이론」 앞에서 신빙성을 잃고 만다. 러셀은 빅뱅이론을 몰랐을 때 이 말을 하였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우주가 「대폭발」 곧 「최초의 시작」으로 생겨났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도올은 이미 효용성을 상실한 문장을 인용하고 있는 것이다.
20세기 과학은 첨단 과학 장비와 이론을 동원하여 우주 탄생의 시기와 과정을 관측한 결과 우주는 시공간이 하나로 응축된 어느 한 점(點)에서 탄생되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오늘날 이 이론은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를 통해서 사실로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새로운 이론은 과학계에 청천벽력과 같은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로써 과학 자체가 우주는 먼 과거의 어느 시점에서부터 갑자기 존재하게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셈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이론은 『우주 자체 안에 원인과 결과가 있는 것이지 그 밖에서 원인을 찾지 말아야 한다』는 자연주의 철학(도올의 노선!)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 이점을 링컨 바넷이라는 과학자는 「우주와 아인슈타인 박사」라는 책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기서 피할 수 없는 결론은 모든 만물에는 시작이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어느 때, 어떤 방법이었든 우주의 과정은 시작되었고, 별들에는 불이 붙었으며, 광대한 우주의 장엄한 광경이 존재하게 되었다』
쉽게 말해서 우주 밖에 있는, 자연계를 초월하는 그 어떤 존재가 이 우주를 존재하도록 만들었음에 틀림없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반론을 제기하는 과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우주 대폭발이 창조주 하느님의 개입이 아니라 「저절로」, 「우연히」 일어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금세 억지 주장이라는 것이 드러난다. 왜냐하면 자연계에는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 등의 네 가지 힘이 존재하며 그 힘들은 대칭성과 규칙성 가운데 작용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우연히 대폭발을 통해서 발생했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정밀한 질서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대폭발이 극히 우연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과연 이런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오묘한 조화가 가능했겠느냐 하는 것이다.
지구는 24시간 동안 정확히 자전하며, 365일 동안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수억 년 동안 오차 없이 계속해서 자전과 공전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밤하늘에 보이는 별들은 하나같이 질서정연하게 자신의 궤도를 돈다. 그 수많은 별들이 한 치 씩만 궤도를 벗어나도 우주는 무질서요 혼돈에 휩싸일 것이라고 한다. 누군가의 치밀한 설계에 의해 창조된 일관되고 규칙적인 법칙이 없이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우주 탄생의 비밀인 것이다.
하느님의 존재를 고집스럽게 부인하는 사람들은 한 가지 물음이 해명되면 또 다른 물음을 제기하며 물고 늘어진다. 처음부터 『하느님은 없다』는 결론을 갖고 출발해서 아무리 명징하게 증거를 들이대도 끝까지 마음을 닫고서 버틴다. 하느님을 믿고 안 믿고는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태도의 문제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지도 모른다.
『어리석은 자들, 제 속으로 「하느님이 어디 있느냐?」 말들 하면서, 썩은 일 추한 일에 모두 빠져서 착한 일 하는 사람 하나 없구나』(시편14,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