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은 같은 양의 혐오를 숨기고 있다』. 어느 책에서 읽은 후, 바로 외워둔 구절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 글쎄 그게 무엇일까…. 「삶」이라고 대답한다면 수긍하시는 분도, 완강히 반대하시는 분도 계실 것이다. 그러므로 「삶」이 정답이다. 그런 양극적 반응은, 삶이 매혹적이고 또 그만큼 혐오스러울 수 있다는 속성을 잘 드러내고 있는 셈이니까.
코헬렛은 삶이 품고 있는 매혹을 찾아 이리저리 방황하다가 결국 그 매혹이 비수처럼 숨기고 있던 혐오의 얼굴을 만나게 된다.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그의 결론은 그러한 역정을 잘 드러내주고 있다. 우리를 매혹시켜왔던, 그러나 그 만큼의 혐오를 동시에 체험하게 했던 삶의 주변적 얼굴을 뚫고, 이제 가장 본질적인 내부 질서를 찾아내는 것, 코헬렛이 제시하고자 했던 철학적 결론이자 종교적 지혜이다.
전도서의 성격
전도서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한다면 일종의 「철학적 명상록」이라 할 수 있다. 코헬렛 자신이 직접 「경험한 바」를 통해 삶의 진리를 설파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러한 관점에서 마이클 폭스(M. Fox)는 전도서가 「경험적 인식론」을 통해 사물의 이치를 분석하고 있다고 본다.
즉, 저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부귀, 공명, 권세, 학식, 쾌락 등을 근거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소망하는 그 모든 것들이, 본질적으로 행복을 완성시켜주지 못함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1장
지난주에 우리는 전도서가 크게 전반부(1~6장)와 후반부(7~12장)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반부는 삶의 무상함을 제시하고 있음을 알아보았다. 이제 전도서의 각 장을 살펴보며 그 구체적인 내용에 접근해보기로 하자.
『헛되고 헛되다. 코헬렛은 말한다. 헛되고 헛되다. 세상만사 헛되다』라는 1장 2절의 문장은 전도서의 주제를 잘 요약해주고 있다. 2절만해도 「헛되다」(히브리어 「헤벨」)라는 단어를 다섯 번이나 반복함으로써 헛됨의 최상급적 표현을 시도하고 있는데, 히브리어 「헤벨」은 원래 「입김」 또는 「숨」처럼 금방 없어지는 것, 찰나의 것, 오래 붙잡을 수 없는 것 등을 의미하였다. 그러나 점차로 그 어의(語義)가 추상화되고 확장되면서, 실체를 가지지 않은 것, 환상적인 것, 허무한 것 등의 의미로까지 파급된다.
즉, 전도서는 이 단어의 반복을 통해 인간이 인생에 대해 품게되는 갖가지 집착들의 무상함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의해야 할 것은 「헤벨」이 의미하는 이 「무상함」, 「헛됨」이 부정적 개념만을 내포하지는 않다는 점이다.
이는 헤벨이 「숨」과 근원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숨은 삶을 사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라는데 근거를 두고 있다. 즉, 히브리어 「헤벨」은, 생의 갖가지 요인들(부귀, 명예, 쾌락 등)이 「숨」처럼 인간의 삶을 위해 꼭 필요한 조건들일 수 있지만, 숨이 찰나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듯, 지나가고 찰나적일 수 있는 것들을 삶의 본질인양 소유하려 하고, 자기 것으로 고정시키려 할 때, 그것만큼 무상하고 무의미한 노력도 없음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1, 3은 『사람이 하늘 아래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으랴!』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저자의 논지를 강조하기 위해 적용된 일종의 「수사 의문문」이다. 앞에서 언급한 「헤벨」의 긍정적 의미를 기억한다면 결국 저자는 이 질문을 통해, 세상의 일은 수고하고 노력할 가치가 없음을 단순히 표명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성공, 그것을 통한 물질적 결과에 연연할 이유가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 세상 그 어느 것도 영속적일 수 없고 지나가는 것이거늘, 지나친 집착과 과도한 욕구가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1, 12부터는 코헬렛이 1인칭으로 제시되고 있다.
성서 본문에 의하면, 그는 『하늘 아래 벌어지는 모든 일』(13절)과 『세상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14절)을 알아보려고 노력한다. 즉 저자는 코헬렛이 삶의 진리를 찾기 위해 자신의 전존재를 투신하고 백방으로 모색했음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결론은 삶의 이치를 알아내려는 노력 역시 「바람 잡는 헛된 일」이었다는 거였다(15~18절).
삶을 파괴시키는 덫
꿈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꿈을 가지는가, 일 것이다. 맹목적으로 나를 매혹시키는 꿈은 급기야 소중한 삶을 파괴시키는 무서운 망상과 혐오의 덫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 삶의 주인이신 하느님 앞에서 나 자신을 망상적으로 왜곡하거나, 편의적으로 해석하지 말기…. 삶을 낭비하지 않기 위한 기본적 지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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