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요셉이는 우리 본당에서 유일한 주일학교 학생입니다. 언젠가 요셉이와 함께 자장면을 시켜 먹었습니다. 자장면을 우물거리던 요셉이는 어제도 누나와 함께 피자를 먹었다며 자랑을 했습니다. 패스트푸드는 이제 농촌 아이들에게도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습니다.
소시지나 햄 등이 밥상을 차지하고, 피자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가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있습니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그늘에 앉아 시원한 막걸리를 마시며 갈증을 풀던 모습은 더 이상 볼 수 가 없습니다. 심지어 새참으로 커피나 통닭, 자장면을 배달시켜 먹습니다. 어른들이 생산성과 능률을 따지고 효율성과 편의주의에 젖어 있는 동안 농촌 아이들의 식습관도 바뀌었습니다.
지난 겨울부터 안동교구 가톨릭 농민회는 안동 지구와 상주 지구에서 학교 급식비 지원 조례 제정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운동의 근본 취지는 질 낮은 농산물, 수입 농산물, 부정과 담합의 온상이었던 학교 급식의 문제를 해결하고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아이들에게 제공하는데 자치 단체가 앞장서 달라는 것입니다. 안전하고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급식으로 제공한다면 아이들과 학부모는 안심하고 학교 급식을 이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수입 농산물과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쌀 관세 재협상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농민들이 그나마 안정적인 생산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1994년 춘계 주교회의를 통하여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일 것을 천명했습니다. 그 후 대부분의 교구가 이 운동에 동참하여 많은 성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 운동은 솔직히 소수만의 문제로 인식 되고 있고, 대부분의 경우 강 건너 불구경식으로 진행 되어왔습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새로운 발상의 전환과 더욱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그리하여 이곳 변방에서 내 사랑하는 농민들을 위해 다음과 같은 꿈을 꿉니다.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교회가 먼저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농산물을, 나아가 생명의 먹을거리를 사용 할 것을 결의하는 꿈을 꿉니다. 교회가 운영하는 각급 학교나 수련원에서, 그리고 주일학교에서 우리 농민들이 생산하는 생명의 먹을거리를 사서 먹는 꿈을 꿉니다. 각 지역 본당에서 자치 단체를 향해 우리 아이들에게 바른 먹을거리를 제공해 줄 것을 요구하는 꿈을 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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