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덕이가 다시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어떡해서든 자신의 힘으로 몸을 일으켜보려 하지만 힘을 주면 줄수록 온몸의 흔들림은 더 심해진다. 양팔과 다리는 힘을 잃어 뒤틀린 상태고 목도 뒤로 굽어져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
열 네살 순덕이의 병명은 「근 긴장 이상」. 근육 통제와 운동을 조절하는 뇌세포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병으로 초기에는 다리 등 부분적으로 시작되지만 병의 확산에 따라 몸 전체의 근육을 쓸 수 없을 만큼 악화되는 병이다.
결손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로부터 버림 받고 세 살 때부터 복지시설에서 생활하긴 했지만 순덕이는 건강한 어린이었다. 하지만 병마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근 긴장 이상 증상이 나타난 것은 여섯 살 때. 왼쪽 다리를 조금씩 저는 증세를 보이던 순덕이는 여덟 살 때는 목까지 돌아가는 후천적 장애를 보였다.
결국 순덕이는 2001년 재활치료와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는 원주교구 가톨릭사회복지회 「천사들의 집」으로 옮겨와 생활하게 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통원치료를 받았음에도 순덕이의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최근에는 먹을 것도 제대로 못 먹고 구토를 반복해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다.
통학하던 특수학교도 가지 못한 채 복지사와 자원봉사자의 도움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자칫하면 생명까지 위태로운 순덕이의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머리 양쪽에 기구를 삽입해 고정시켜야 하는 수술이다.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는 진료결과를 듣고 천사들의 집 원장 최기식 신부와 복지사들은 순덕이를 지난 6월 29일 병원에 입원시켰다.
그리고 천사들의 집은 순덕이의 수술을 위해 직원모임 엔젤회가 적립해 놓은 회비 600만원과 모금함을 설치해 모은 성금 등 총 1500만원을 마련했다. 하지만 뇌에 기구를 삽입하는 대수술인지라 수술비 3000만원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보험혜택마저 받지 못하는 수술이어서 정성을 모은 직원들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빨…리 나아서……언니들이랑 놀거에요. 학…교…도 가고 그…네도 타고 싶어……요』
땀을 뻘뻘 흘리며 몸을 일으킨 순덕이는 빨리 수술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며 힘겹게 말문을 연다. 온 몸을 떨면서도 활짝 웃음을 짓는 순덕이. 병을 완치한 순덕이가 친구들과 뛰어 놀 수 있기를 바라는 천사들의 집 직원들과 자원봉사자들의 기도가 하루빨리 하늘나라에 닿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도움 주실 분=우리은행 702-04-107874 가톨릭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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