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평신도들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는 주최측의 코멘트 만큼 7월 12일 전국에서 300명 가까운 소공동체 관계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2004 소공동체 심포지엄」은 학문적인 견지에서, 또 구체적인 사례와 활동 면으로 한국 교회 소공동체 운동의 10여년 역사를 되돌아 보고 향후 전망을 논의했다는 점에서 급변하는 시대 상황에 따른 한국 교회의 더욱 새로워지려는 움직임으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한국화·토착화 기반 마련
특히 1992년 서울대교구가 사목의 장기적인 목표로 소공동체를 설정한 이후 타 교구에까지 영향을 미쳐 현재 대부분의 교구가 소공동체 사목에 참여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공동체의 신학 원리, 실천 원리에 대한 고찰 등으로 신학적 성찰과 객관적 측면의 점검을 시도하고 소공동체와 영성 리더쉽 등의 관계를 살펴본 점은 이론적 토대위에서 소공동체 사목의 성숙을 꾀하고 다소나마 「한국화」 「토착화」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을 들을 만 하다.
무엇보다 소공동체가 여전히 단순한 「구역 반모임 프로그램」으로 이해되거나 일부 마니아들만이 찾는 것으로 아는, 불확실한 이해를 낳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심포지엄에서 다뤄진 다양한 주제들은 「새로운 교회상을 지향하는 총체적인 사목 원리와 체계」로서 소공동체 개념을 이끌어 내는 견인차 역할이 됐다는 의견이다.
서울대교구를 중심으로한 내용이지만 심포지엄에서 진단된 10여년 동안의 소공동체 활성화 작업의 성과는 「말씀을 원천으로한 신앙 성숙」「평신도 사도직 활성화」「삶의 현장 중심의 교회」「선교에 대한 인식 확대」 등으로 꼽혔다.
「말씀」이 신자들의 신앙 생활의 중심에 자리 잡게 된 것은 교구에서 말씀을 중심으로한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으로 여러 해 동안 구역 반장들 대상으로 복음 나누기 7단계와 복음 나누기의 여러 방법을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안내한 결과로 분석됐다. 이를 통해 대부분 구역 반 소공동체 모임에 복음나누기가 정착되었고 말씀이 생활의 중심으로 자리잡는 경향이 점차 확고해 지고 있다는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 활성화는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결실을 이룬 것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서울대교구 평신도 사목국장 정월기 신부는 『소공동체는 소외되거나 무시당하는 사람이 없이 서로의 인격을 존중하고 신뢰하며 각자의 카리스마를 발휘하여 권한과 책임을 수행 할 수 있는 장』이며 『모든 신자들이 소공동체를 통해 교회의 임무를 나누고 활동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를 부여받음으로써 교회 직무와 사명을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능동적 주체로 성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공동체 인식 확산
여기에는 소공동체에 대한 사목적 관심과 함께 구역 반장 등을 평신도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구역 반장학교의 설립으로 공동체 건설과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내용이 지속적으로 강조됨으로써 구역 반장들로 하여금 교회의 정체성을 점차 공동체로 인식하도록 만든 과정이 큰 몫을 한다.
그런 면에서 이제는 구역 반 소공동체가 본당의 행정 조직이 아니라 교회의 기초 공동체라는 이해가 확산됨과 동시에 평신도 사도직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사명감에 대한 이해도 커졌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성과 과제 면에서는 소공동체를 중심으로한 통합적인 사목 정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과 함께 교회 구조와 성직자의 신원의식 부족 문제가 제기됐다.
또한 「토착화」면에서 서울대교구가 소공동체를 통한 복음화 노력을 10여년 동안 진행해 왔지만 소공동체에 관한 연구 논문이 극히 미미하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그것은 한국의 신학이 유럽 신학을 직수입하는데 머물러 있으면서 우리 신자들이 이미 힘을 얻고 살고 있는 신앙과 삶의 풍요로움에는 눈을 돌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10여년동안의 과정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인의 정서와 의식구조, 문화와 실정에 적합한 토착화된 소공동체 모델과 방법 및 프로그램 계발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정신부는 소공동체가 성장 발전하기 위해서는 『본당의 사목자와 교구의 사목정책 추진자들 사이에 만남과 연구와 시범 실시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서 구역 반 소공동체뿐만 아니라 본당 전체 사목 체계가 유기적이며 통합적으로 움직이면서 본당 신부가 바뀌더라도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공동체 활성화 문제와 관련해 실천적 관점에서 소공동체 문제를 다뤘던 곽승룡 신부(대전교구 사목기획국장)가 소공동체의 전문성과 장기 발전계획을 제기하면서 『그렇지 않다면 소공동체 역시 신심 단체중에 그저 또 하나가 되고 말 것』이라고 밝힌것도 새겨들을 만 하다.
한국 소공동체 역사
70년대 초반부터 구역 반 모임을 추진했던 한국 교회가 교구 차원에서 구역 반 공동체 운동이라는 조직 활성화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인 것은 200주년 사목회의를 전후해서다.
이후 1990년대 초부터 서울대교구에서 시작한 아시파 모델을 원용한 소공동체 사목을 위한 장기적 노력이 각 교구에 파급됐고 전국 교구 사제 수도자 평신도들이 서울대교구 연수에 참여하면서 소공동체 사목의 원리들이 여러 형태로 도입되고 시도됐다.
이후 소공동체 사목 모델을 비전으로 하는 사목에 대한 관심과 함께 전국 교구간 사목적 교류와 협력 필요성이 대두됐고 서울대교구와 마산교구의 AsIpA(아시아의 통합적 사목적 접근) 2차 총회(2000) 참가를 계기로 소공동체 전국 모임이 준비됐다.
2001년 「소공동체 사목」을 주제로 열린 제1차 소공동체 전국 모임에서는 전국 차원의 지속적 모임을 결의했고 이를 위해 한국천주교 주교회의에 「소공동체 소위원회」 설립을 요청했다.
2002년 제2차 소공동체 모임으로 한국 교회안에 소공동체 중심의 사목이 확산되는 분위기가 고양됐으며 이는 아시파 3차 총회 한국 개최의 동기 부여 역할을 했다.
2001년부터 전국 교구 사목국장들과 실무 담당자들이 소공동체 사목 활성화를 위해 개최했던 「교구 대표자 모임」이 2002년 2월 「소공동체 사목 전국 협의회」로 공식 출범했고 산하에 「연구위원회」를 구성, 소공동체 사목에 대한 신학적 사목적 연구를 심화 확산시켜 나가는 노력이 진행됐다. 협의회는 전국 15개 교구 사목국과 주교회의 복음화 위원회 산하 소공동체 소위원회가 참여하고 있다.
소공동체 소위원회는 소공동체 사목과 관련된 교구간 교류 활동과 국제 연대 활동을 지원하기로 결정, 2001년 11월 23일 설립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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