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온 삶을 돌이켜 보면 삶은 그렇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거의 비슷한 단점 때문에 고통 당하고, 거의 비슷한 장점 때문에 작은 성공도 경험한다.
매일 비슷하게 인내하고, 적응하고 포기하며 하루를 살고, 다음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그래도 새 마음으로 시작하자는 의지를 되새겨보니 말이다.
인생은 이렇게, 반복되는 오늘의 연속일 뿐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인생에서 절대로 반복될 수 없는 현실이 있다. 바로 「죽음」이다. 인간이 얻고 누리기 위해 힘써온 많은 노력과 결과들이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서는 「헛되고 헛된」 것일 수 있음을 전도서 2장은 잘 제시해주고 있다.
2장
삶의 의미를 찾아 모든 것을 다 추구하고자 했던 코헬렛은 「향락」과(2, 1 참조) 「술」에 빠져보기도 하고(3절), 「돈」을 많이 벌어(4~7절) 절대적 권한을 누려보기도 한다(8~9절). 그는 「보고 싶은 것을 다 보고 누리고 싶은 즐거움을 다 누린」(2, 10) 보기 드문 행운아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바로 그 다음 문장에서 『내가 이 손으로 한 모든 일을 돌이켜보니, 모든 것은 결국 바람을 잡듯 헛된 일이었다』(11절)라고 고백한다.
루가 12장에 등장하는 「어리석은 부자」의 비유는 이러한 코헬렛의 깨달음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창고에 곡식과 재산을 쌓아두며 『이제 몇 년 동안 걱정할 것 없다. 그러니 실컷 먹고 마시며 즐겨라』(19절)라고 하던 부자는 그 날 저녁 죽을 운명임을 알지 못한다. 흡족함을 주었던 많은 재물은 그의 삶과는 아무런 직접적 연관도 없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 수 있는 것이다(20절 참조).
결국 인간은 원하는 것을 얻을 수는 있지만, 그것의 영원한 소유주는 될 수 없다. 모든 것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고 내 삶의 주인 역시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절망스러워 하던 코헬렛은 급기야 『나는 산다는 일이 싫어졌다』(2, 17 18 20 23절 참조)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러나 24~25절에서는 이러한 비관적 관념을 넘어서는 새로운 메시지가 제시된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2, 24 참조)며 강조하고 있는 삶의 진정한 가치가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는 바로, 「하느님께서 당신 눈에 드는 사람에게 주는 지혜」이다(2, 26 참조). 하느님이 인간에게 주시는 지혜야말로, 그 어떤 부귀, 영화, 쾌락보다도 삶을 살아가는데 가장 유일하고 가치로운 선물이라 하겠다.
3장
『무엇이나 다 정한 때가 있다』(3, 1)라고 시작된 3장은 모든 것은 적절한 때가 있음을, 그리고 그 때(시간)를 결정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심을 강조한다. 세상 만사의 주인은 하느님이시며 따라서 시간의 주인 역시 하느님이시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하느님의 절대적 권한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현재를 성실히 살아갈 의무」뿐이다.
처음 2~8절은 매 절마다 상반되는 사건을 대비시키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러한 대조는 모든 인간사가 사실, 양극단적인 면을 가지고 있음을 반증한다. 나쁜 일, 슬픈 일, 죽고 싶은 일이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때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기쁘고 행복한 시간이 돌아오곤 하는 것이 인생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저자는 이러한 진리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것이 제 때에 알맞게 맞아 들어가도록』(11절) 만드시니, 인간 측에서는 그 계획을 결정하거나 수정할 수 없다는 것,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주어진 사건 안에서 최대한 즐겁게 사는 것, 주어진 환경 안에서 되도록 좋은 일을 할 것 등임을 가르치고 있다.
코헬렛은 그것만이 진정한 행복이요(12~13절), 「하느님의 은총」(13절)임을 강조한다. 더욱이 하느님은 적당한 때에 당신 공의에 따라 사람을 심판하시므로 「불의가 판치는」 세상이라 해도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16~17절). 악인들은 자신들의 악한 행위에 상응한 심판을 받을 때가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정 지혜롭고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자기가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22절 참조). 그 외의 것은 인간이 고민할 영역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준비하시고 결정하시는 부분이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것
힘들어도 지금은 힘든 때인가 보다 생각하고 실망하거나 겁먹지 말기, 작은 행복에도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고 말해보기…. 이런 마음가짐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스스로 지켜 가야할 소중한 마음가짐들이다.
그리고 당신이 필자의 이런 제안에 동의하시는 분이라면, 당신은 이미 하느님으로부터 훌륭한 지혜와 은총을 충분히 받으신 분이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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