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님이」,「일산 댁」,「봉강 댁」, 뜬금없이 왠 처녀 이름인가 오해 하지 마시라! 안동 교구 농민회 봉강 분회와 일산본당 「하늘. 땅. 물. 벗」이 소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 하는 과정에서 오르내린 이름이다.
올해부터 우리 농민회의 몇몇 분회 공동체에서는 일산을 포함하여 목동이나 양천, 울산의 무거 성당 등과 함께 소를 키우며 사랑의 정표를 나누고 있다.
안동교구 농민회는 유기 순환적 소 사육체계(소에게 유전자가 조작 되지 않은 사료를 먹이고 그 부산물을 퇴비화 하여 다시 땅과 작물에게 돌려주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업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이를 위해 도시 공동체가 암 송아지 한 마리씩을 생산자 공동체에 마련해 주고 나중에 소비자 공동체에 고기를 돌려주는 연대사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연말 일산본당에서는 제1회 일산성당 환경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 상은 본당에서 운영하는 「하늘. 땅. 물. 벗」 유기농 매장에서 나오는 수익금 전부를 환경을 살리는 데 앞장선 농촌 공동체를 위하여 사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제정 되었다.
「하늘. 땅. 물. 벗」의 운영 수익금을 농촌 공동체를 살리는데 환원해야 한다는 일산본당 신자들의 의지는「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과 「농민주일」의 제정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일산본당의 환경 상 제정이나 소를 통한 도시와 생산자 공동체의 나눔은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이 소비하고 판매하는 단순한 행위를 넘어 생활을 나누는 단계까지 확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물론 서울 변두리의 작은 본당이 제정한 환경상이 쇠락해져가는 농촌 교회를 단숨에 일으켜 세우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또 몇몇 농민회 분회 공동체와 도시 본당 몇곳이 결연을 맺고 서로 교류 한다고 해서 농촌을 살릴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도시와 농촌이 단순히 소비자와 판매자의 관계가 아니라 사랑과 희망 그리고 신뢰의 복음삼덕을 삶속에서 지속적으로 실천할 때 우리 농촌 살리기 운동이나 농민주일 제정의 본래적 의미를 참되게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지난 5월말 일산본당은 성당의 일부와 「하늘. 땅. 물. 벗」매장, 그리고 이주 노동자를 위한 도움 터인「나눔 꽃」을 뜻하지 않은 방화로 모두 잃어 버렸다. 그러자 다음 날 봉강 분회는 긴급히 월례회를 갖고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나눔 꽃」에 쌀을 찧어 보내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불 탄 성당을 보며 실의에 빠져 있을 일산본당 신자들에게 다음과 같이 애교 넘친 숙제를 내밀었다.
당신과 내가 낳은 송아지의 이름을 무어라 부르리까? 꽃님이? 일산 댁? 봉강 댁? 물론 상품도 푸짐하게 걸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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