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제 효과적 대처 방안”
▲ 강우일 주교
1990년 서울대교구 보좌주교 당시 아시아 주교회의를 통해 룸코 프로그램을 소개받고 서울대교구에 소공동체 운동을 도입 전개시키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던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심포지엄에서부터 전국 모임까지 전 일정을 참가자들과 함께 한 강주교는 『소공동체는 현재 한국 교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 이를테면 예비신자 감소, 냉담자 증가, 신자들이 본당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것 등에 대한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안이 될 수 있다』면서 『특히 평신도들이 세상 안에서 스스로 선교사가 되어 주변 사회에 영향을 미치며 선교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 부각되고 있는 측면에서도 이만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강주교는 소공동체가 한국 교회 및 아시아 교회 몇몇이 추진하고 있는 사목 모델이 아니라 현대 교회의 새로운 사목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른바 제1세계라고 하는 선진국 교회에서도 벌써 상당한 비중으로 소공동체와 비슷한 형태의 사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다양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면에서 한국 교회도 좀 느긋한 마음으로 「말씀에 맛들이는 것」부터 소공동체의 중심을 잡아나가야 겠습니다』
그간의 소공동체 성과에 대해서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양성」이라고 꼽은 강주교는 『서울대교구 2만명을 포함 전국에서 엄청난 수의 신자들이 말씀 나누기를 이끌어 간다고 볼 때 이들은 소공동체가 시작되기 전과 비교하면 엄청난 힘이고 한국 교회를 이끌어 가는 커다란 동력』이라고 말했다.
소공동체 활성화 방안과 관련 앞으로 『좀 더 밀도있는 양성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는 강주교는 『반장 교육 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있는 지도자 양성 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또한 최소한 일주일씩, 적어도 3박4일 과정 프로그램으로 내실있게 소공동체 지도자 학교 시스템이 가동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소공동체 사목 전국협 대표위원회 위원장 정월기 신부 인터뷰
“일관된 교구사목 비전 필요”
▲ 정월기 신부
구체적으로는 「지도력의 변화」라고 밝힌 정신부는 『성직자 평신도 수도자들이 함께 손을 잡고 함께 가는 지도력을 발휘하면서 서로를 섬기는 가운데 복음의 기쁨을 체험하는 지도력으로 탈바꿈 하자는 것』이라며 『말씀과 그리스도안에서 끊임없이 형제를 체험하는 공동체로 교회가 거듭나고자 하는 시도였다』고 말했다.
『교회가 집단화할 위험 소지가 많은 상황이죠. 복음의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고 마치 친목 단체로 여겨지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행사는 말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는 것이 공동체의 핵심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작은 공동체들이 큰 공동체가 할 수 없는, 즉 인격적 공동체 안에서 무언가 삶을 투신하는 사랑을 깨닫고 또 그 사랑을 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면을 새롭게 했습니다』
1988년 서울 옥수동본당 주임신부로 재임시 복음나누기 식으로 반모임을 전개했던 것이 서울대교구의 소공동체 도입과 맞물리면서 지금껏 소공동체 연구와 연을 맺고 있다는 정신부.
『앞으로 소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것 중요한 관건이 될 것 같다』고 말한 정신부는 『특히 성직자들이 소공동체의 비전을 어떻게 공유하는가 하는 것은 매우 절실한 문제』라고 의견을 드러냈다.
『구역이나 반 등의 문제가 아니라 본당 사목 전체의 패러다임과 체계가 소공동체에 맞게 바뀌어야 함』을 강조한 정신부는 『서울대교구 경우 구조적으로 교구, 본당의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라면서 『본당뿐 아니라 교구서도 일관된 사목 비전이 나와야 할 것이고 사목 현장이 이같이 갈 수 있도록 교육 연수도 뒷받침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 소공동체 전국모임 이모저모
나가사키 대교구 참석
◎…이번 심포지엄과 전국 모임에는 전국 14개 교구 참석자들과 더불어 일본 나가사키 대교구에서 소공동체추진위원회 실장 나베우찌 마사씨 신부 및 평신도 2명이 참석 눈길을 모았다. 나베우찌 신부는 『대회를 통해 신앙과 생활을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한국 신자들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나베우찌 신부는 나가사키 대교구가 지난 4월 소공동체 추진실을 설치하고 임명된 첫 전담 신부. 『그런 만큼 어깨가 무겁다』는 그는 한국의 소공동체 활동을 보며 바티칸 공의회 정신이 그대로 토착화 돼 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나가사키 대교구 참석자들은 『아직 나가사키 대교구는 그 정도의 연륜은 아니지만 한국 신자들의 경험과 장단점을 살펴서 일본 교회 안에 어떻게 적용시킬지 연구해 볼 것』이라며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계속적인 한일 교류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주교들과의 대담
◎…7월 14일 오후 3시 40분부터 마련된 주교들과의 대담은 이번 전국 모임에서 참석자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킨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 할만 했다.
주교회의 의장 최창무 대주교(광주대교구)를 비롯 강우일 주교(제주교구장) 이병호 주교(전주교구장) 염수정 주교(서울대교구)등이 참석한 대담은 80분 예정 시간을 넘겨 두시간 가까이 진행됐으며 사목 비전 소신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소공동체 사목과 관련한 내용까지 폭넓은 주제들이 진솔하고 허심탄회하게 다뤄졌다.
소공동체와 관련, 「본당 사제의 임기(3~5년)가 애써 정착돼 가는 소공동체를 약화 붕괴시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면에서 사제 임기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없는지」 질문이 던져지자 최창무 대주교 염수정 주교 등은 사제들은 「씨뿌림」에 중점을 둬야 할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대주교는 『사제들이 사제들 의식으로 소공동체 영성을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고 염주교는 『사제들 안에 공감대가 있을 때 본당 사제가 바뀌더라도 소공동체 노력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소공동체 10년에 대한 평가 질문을 받은 강주교는 『서울대교구가 소공동체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좀 더 자연스럽게 서서히 진행돼 갔었으면 좋았을 듯 하다』고 말하고 『하나의 교회관을 새롭게 바꾸는 것이었고 그에 대한 이해와 수용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사불란해야 한다는 의식이 다소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소공동체의 토착화 문제에 대해서 최대주교는 『그 작업이 이미 여기서 잉태되고 있다는 생각』이라며 『맛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복음을 따라 생활 현장에서 그 말씀을 살고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주교는 『책상에 앉아서 모범 답안을 찾는 것으로 토착화를 이룰 수는 없다』며 『삶 안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소공동체 경험이 축척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활성화 요인 연구
◎…전국 모임 제 4발표를 통해 제시된 본당 소공동체 활성화 요인 사례 연구는 서울대교구 구리본당을 모델로 한 가운데 인구사회학적 요인, 소공동체 비전 공유 정도, 영성적 요인, 7단계 복음나누기 심화수준, 본당 지원 정도 등 몇가지 가설하에 활성화 요인들을 분석, 참석자들의 공감과 관심을 모았다.
우리신학연구소 박현준 선생 발표로 진행된 연구에서는 「영적 지표가 높을수록 소공동체 활성화의 가능성이 높고 복음나누기 심화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제시돼 「소공동체 활성화에 영적 요인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이 밝혀졌고 또한 이러한 영적 요인에 대한 원인 변수로써 복음나누기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끌었다.
또 복음나누기가 잘되는 집단일수록 공동체 의식, 신앙 변화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보였고 심화 수준이 높을수록 소공동체가 활성화되는 결과가 드러났다.
특히 복음나누기는 개인적 생활 변화와 신앙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발표됐으며 봉사자의 지도력은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아파트 지역에서 더 활성화 되는 것으로 판단됐다. 또 복음 나누기 심화수준은 남자 보다 여자가, 학력이 낮을수록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