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6일 경기도 용인 양지성당에서 출발한 「조국통일기원 청년 도보성지순례」. 청년 신앙인들의 열정의 한복판으로 기자가 찾아간 것은 순례 8일차에 들어선 23일 오후였다.
몸도 마음도 지칠 법 한데 순례단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활력에 넘쳐 있었다. 초복(初伏)을 훌쩍 지나 연일 계속되는 불볕 더위에 팔다리는 구리빛으로 그을렸고, 얼굴과 몸은 온통 땀으로 젖었지만, 누구 하나 불평의 표정은 없었다. 반짝이는 눈빛엔 「반드시 해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수원교구 민족화해위원회(위원장=김유신 신부)가 주최하고 교구 청소년국 청년사목부(전담=이건복 신부)가 주관한 이번 순례는 양지성당에서 미리내성지와 죽산성지, 천지암성지 등을 거쳐 수원교구청에 이르는 총구간 250여km의 대장정이다.
순례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은 사제, 수도자, 스텝 등 모두 98명. 아직까지 낙오자는 없다. 처음 3∼4일 동안은 하루 평균 40km 이상의 강행군을 소화해 내기가 힘들어 몸살, 물집 등으로 고생했지만, 이제는 시간당 5∼6km는 우습게 갈 정도가 됐다.
잠시 쉬어가는 시간. 엉덩이만 붙일 그늘만 있다면 감지덕지다. 퉁퉁 부은 발에 잡힌 하얀 물집쯤은 대수도 아니다. 여러 번 한계상황이 찾아왔지만,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함께 하는 동료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순례길에 바치는 하루 평균 100단의 묵주기도도 한 몫 했다.
『졸업과 취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완주하고 나면 저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훨씬 더 강해질 것 같아요』 (문명환.루가.26).
『사실 저는 오지 않으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가 참가한다고 해서 제가 지켜주려고요』(양경민.바오로.24).
『나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 보고 싶었어요』(연주희.바실라.25).
참가자들은 모두들 제 나름대로의 사연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의 소망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조국 통일에 대한 희망이다. 순례에 동행한 이건복 신부는 『청년들이 만들어 가는 희생과 보속의 발걸음에서 한국교회의 희망찬 미래와 평화통일의 밝은 전망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7월 24일 토요일. 순례단은 드디어 목적지인 교구청 마당을 밟았다. 꼬박 아흐레가 걸려 온 열정의 길은 그 한순간도 쉽지 않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꼭 쥔 손, 얼싸안은 가슴마다 뜨거운 무엇이 북받친다.
『짝짝짝 짝짝∼조국 통일!』 그들의 구호 소리는 이미 북녘 땅 그곳에 가 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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