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 이름만 들어선 수도회의 정신을 이해하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글라라 수녀회」는 봉쇄 관상수도회인 「성 글라라 수도회」와 비슷한데다, 「선교」라는 말은 관상수도회와는 반대 의미를 지닌 활동수도회를 뜻하는 것으로 보여 수도회의 영성적 지향이 얼른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의 정신(영성)과 사도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의문이 도움이 된다. 왜 그러한 표현을 사용했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바로 아는 것이 수도회의 영성과 삶을 이해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의 영성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선교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선교」란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활동」 선교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이 세상 모든 이들이 하느님을 알고 사랑할 수 있게, 복음의 전달자가 된다』는 보다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뜻을 담고 있다. 수녀회가 지향하는 「선교」란 바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수녀회의 영성은 다분히 「관상적」이다. 이러한 영성의 뿌리는 단순함에 있다. 단순함은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시고, 자신도 하느님을 사랑한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 하느님 사랑에 대한 확신은 충만한 내적 기쁨으로 드러난다.
수녀회 영성은 또한 「성체적」이다. 회원들의 삶, 사도직, 영성의 중심은 성체다.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셔야 합니다』(1고린 15, 25)라는 성서의 말씀을 모토로 삼고 있다. 성체적 삶이란 나아가 『예수 성체와 같이 우리도 쪼개어지고 나눠진 삶을 살며 영혼들의 구원을 위하여 죽기까지 희생하는 사랑을 사는 것』이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제게 이루어지소서』라고 한 성모 마리아처럼 하느님께 온전히 의탁하며, 그리스도와 함께 자신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삶을 살기에 「마리아적」이며 「사제적」인 삶이기도 하다.
이처럼 『선교적, 성체적, 마리아적, 사제적 삶, 이 모든 것을 기쁘고 단순한 마음으로 사는 것』이 성체 선교 글라라 수녀회의 정신이다. 기쁨과 단순함은 수녀회 창립자 마리아 이네스 데레사 아리아스 수녀(1904~1981)가 지향한 정신이었고, 그의 삶도 기쁨과 단순함으로 빛났다.
이러한 「선교적」 의미, 기쁨과 단순함에 바탕을 둔 회원들의 삶은 작은 희생, 숨은 희생과 실천을 소중하게 생각한다. 삶의 순간 순간에 일어나는 작은 희생, 기도, 감사 이 모든 것이 영혼을 구원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봉헌된다. 그것이 곧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지향과 영성은 소화(小花) 데레사 성녀의 영성과도 매우 흡사하다. 봉쇄 관상수도자였지만 역설적으로 모든 선교사들의 주보가 된 소화 데레사 성녀의 삶도 「작아짐」 「단순함」의 모델이었고, 영혼구원을 위한 작은 희생과 하느님을 기쁘게 해드리려는 열망,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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