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21세기가 되어도, 삶의 모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똑부러지는 명확함이 현대사회의 미덕처럼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안에서는 「무난한 사람」이 가장 「무난하게」 삶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그뿐인가, 참여와 연대를 목청껏 외치고 있지만 정작 사람끼리의 「소통」은 여전한 관념적 주제로만 남아있다. 결국 이 시대의 「정의로운 가치」들을 현실화하기에, 우린 아직 너무 추상적이고 사변적 수준에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닐는지…. 코헬렛 8장은 진실과 현실이 서로 충돌하는 시대의 모순 속에서,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삶」인지를 제시해주고 있다.
8장
8장은 지혜로운 삶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코헬렛에 의하면 『찡그린 얼굴을 피고 웃음 짓는 사람』(1절)이 지혜로운 사람이다. 이어 임금에게 복종하라는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는 곧 주어진 삶, 즉 자기 운명에 대한 「긍정적 순명」과 상통한다. 왕은 하느님의 뜻을 대변하는 인간 측의 대표자이고 따라서 왕의 명령을 따른다는 것은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는 사상이 지혜문학의 보편적 사상이기 때문이다(잠언 14, 35 16, 14 19, 12 24, 21 참조). 주어진 상황에 순응할 때, 지혜자는 『어떤 경우에 어떻게 행동해야할지도 알게 된다』(5절). 8장의 후반부(11~17절)는 삶에서 종종 마주하게 되는 모순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다. 사람들이 죄를 짓는 이유는 『아무리 죄를 지어도 당장 벌을 받지 않기 때문』(11절)이라고 설파하면서, 죄를 짓고도 성전에서 버젓하게 의인 행세를 하고, 그러고도 하느님 두려운 줄 모르며, 착한 사람이 받아야 할 보상은 혼자 다 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것이야말로 삶의 모순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12~14절). 이러한 삶의 모순과 불의 속에, 코헬렛이 제시한 가장 좋은 일은 인생을 『즐겁게 사는 것』(15절)이다. 코헬렛은, 괜히 악인들의 성공과 착한 이들의 억울함을 상식적으로 판단하고 이를 수정하려 한들 그것은 헛된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인간의 판단으로 하느님의 계획을 파악하거나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17절). 코헬렛의 이러한 주장은, 삶을 마구 즐기라는 의미처럼 들릴 수 있지만, 허망한 세상 먹고 마시는 일이 최고라는, 부정적 염세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매 순간을 즐겁게 살려는 태도는 하느님이 주시는 모든 사건을 받아들이고, 그 순간을 소중히 여길 때만 가능한 은총이며, 따라서 삶에 대한 적극적이고 신앙적인 결단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9장
9장부터는 코헬렛의 권면이 주요 내용으로 등장한다. 가장 처음에 다루어진 주제는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찾아오는 「죽음」에 대한 것이다. 삶의 가장 중요한 진리는, 「죽은후를 고민하기 보다, 살아있을 때 제대로 살라는 것」이다. 『살아있는 개가 죽은 사자 보다』(4절) 낫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살아있을 때 후회 없이 사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고, 그것은 하느님께서 「좋게 보아주시는 일」(7절)이다. 인간 스스로 조정할 수 없는 운명이라 해도, 그 운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인간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각자의 운명을 믿으며 최대한 즐겁게 자신의 삶을 수용하는 것이 곧 「행복」인 것이다.
10장
코헬렛은 9장에서 언급된 지혜의 가치와 한계성을 10장에서 다시 부연한다. 세상은 불가사의로 가득차 있다. 어리석은 자가 높은 지위에 오르기도 하고(6절), 작은 실수와 예기치 못한 사건들은 인간의 계획을 순식간에 철회시킨다(8~11절). 이러한 인간의 한계상황 속에서 가장 어리석은 이는 「말만 많은 사람」이다(12~15절). 한치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해 도대체 무엇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은밀한 생각과 비밀로 붙인 대화도 때로는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는 만큼 지혜로운 자는 언제나 말에 신중을 기해야한다(20절).
고마움을 통한 성숙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면서, 세상에, 별게 다 힘이 될 수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전도서 10장이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세상은 불가사의로 가득차 있다. 별 것 아닌 것이 살아갈 힘이 되기도 하고, 별 것 아닌 것을 억지로 나의 힘이라고 우기며 고집스레 삶을 견디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의 자신에 만족하고 그것에 감사할 수 있는 능력」보다 더 성숙하고 강한 힘은 없는 것 같다. 질투가 진정한 나의 힘이 아님을 깨달은 언젠가부터는 더욱 그런 생각을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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