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1,29~34
하느님의 어린양
“믿는 이들을 생명의 원천으로 이끌어”
세례자 요한은 예수께서 자기한테 오시는 것을 보고,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이 저기 오신다』고 증언하였다.
신약성서의 많은 저서 속에서(요한, 사도, 1베드, 특히 묵시), 그리스도께서는 어린 양으로 서술되어 있다.
이것은 구약에 그 근거를 두고 있으며, 야훼의 종과 유월절의 어린 양이라는 두개의 관점을 갖는다.
1. 야훼의 종
그 원수들로부터 박해를 받음으로써, 예언자 예레미아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예레 11, 19)으로 비교된다.
그후 이러한 표상은 야훼의 종에게 적용되었다. 이 야훼의 종은 자기 백성이 죄 때문에 죽어가면서,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가만히 서서 털을 깍이는 어미 양처럼 결코 입을 열지 않았다』(이사 53, 7).
이 구절은, 종의 체념과 겸손을 강조하면서 그리스도의 운명을 남김없이 그려 주고 있다. 이것을 필립보는 에디오피아 여왕의 시종에게 설명했다(사도 8, 31. 35).
복음사가들은, 그리스도께서 대사제 앞에서 침묵하시고(마태 26, 63) 빌라도에게 아무런 대답도 안하시는 것(요한 19, 9)을 그들이 서술할 때, 이 사실을 상기했다.
그리고 제4복음서에 의하면, 세례자 요한이 예수님을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요한 1, 29 참조 ; 이사 53, 7. 12; 히브 9, 28)이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이때 그 역시 그 사실을 상기하고 있는 것 같다.
2. 유월절의 어린 양
하느님께서는 당신 백성을 이집트로부터 구원하시고자 결정하셨을 때, 히브리인의 모든 가정이 『흠이 없는 일년된 수컷인』(출애 12, 5) 어린 양을 잡도록 명하셨다. 그리고 그날 밤에 고기를 먹고 그 피를 그들의 집 문설주에 바르도록 명하셨다.
천사들이 이집트인들의 모든 맏이를 치러 올 때, 이 징표의 덕택으로 그들은 그 난을 피할 수 있었다. 이러한 주제를 부연하여, 유다 전승은 그후 어린 양의 피에 구원의 가치를 부여했다.
그리스도교 전승은, 그리스도께서 유월절의 『참된 어린 양』이시라고 한다(부활절 미사 감사송;1베드 1, 19;요한 1, 29). 그리고 그 분은 당신 피의 값으로 인간을 구원하신다(1베드 1, 18;묵시 5, 9~10).
예수께서는 누룩없는 빵의 축일 전날 밤에 죽음에로 넘겨지셨다(요한 18, 28). 그리하여 파스카 날, 그날 오후에(요한 19, 14), 즉 율법에 의하면 유월절의 어린 양이 성전에서 희생되는 바로 그 시간에, 예수께서는 죽음에로 넘겨 지셨다.
예수께서 죽으신 후에, 사람들은 처형된 다른 사람의 다리를 꺾었으나 예수님의 다리는 꺾지 않았다(요한 19, 33). 사도 요한은 이러한 사실 속에서 파스카의 어린 양에 대한 규정이 실현되었다고 보고 있다(요한 19, 36;참조 출애 12, 46).
3. 천상의 어린 양
묵시록은 그리스도께서 파스카의 어린 양이시라는 주제를 전적으로 변호하고 있다(묵시 5, 9~10).
그리고 묵시록은, 희생된 어린 양의 무력함과 하늘에 올림을 받은 어린 양의 권능 사이의 대조를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당신의 대속적 죽음에서 어린 양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동시에 악의 세력에 사로잡혀 있던 하느님의 백성을 구원하시는 사자이시다(묵시 5, 5~6;12, 11).
이제 그 분은 하느님의 옥좌에 앉으시고(묵시 22, 1~3), 하느님과 더불어 천상의 존재들로부터 흠숭을 받으신다(묵시 5, 8. 13;7,10). 그리고 이제 그 분은 신적 권능을 누리신다. 그리하여 이제 불신자들을 거스려 하느님의 결정을 시행하시는 분은 바로 그리스도이시며(묵시 6, 1이하), 그 분은 불신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신다(묵시6, 16).
그리고 이제 악의 세력들을 거스려 종말론적 전쟁을 이끄시는 분은 그리스도이시며, 그리스도의 승리는 그 분을 『왕 중의 왕』 그리고 『주님 중의 주님』으로 만들 것이다(묵시 17, 14;19, 16 이하).
어린 양께서는 믿는 이들을 생명수의 원천에로, 하늘의 축복에로 인도하실 것이다(묵시 7, 17; 14, 4).
-허성신부〈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영성상담〉
말씀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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