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교우 한 분과 잠깐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분이 언젠가 입원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직장에서 안면이 있었지만 별로 친하지는 않았던 분들이 병문안차 찾아 오시더란다. 이기적이었던 자신은 취향에 맞고 사랑스런 사람만 골라 만나고 좋아했었는데, 느끼지 못한 사이 주변에 많은 분들이 자신을 아껴주고 기도해주고 있었다는 사실이 미안하고 부끄러웠단다.
교우분은 『하느님도 그런 분일 거예요. 제가 전혀 관심 없어도 늘 제 곁에서 저를 의식하면서 이해해주고 지켜봐 주시는 분일 거예요』라고 말한다.
물론 아파서 잃은 것도 있었지만, 얻은 것도 있었다. 그분에게 병원에 있었던 시간은, 자신을 돌아보고 한 인간이 사랑으로 살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던 은총의 시간이 되었던 것이다.
본당에서야 신자들밖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곳 병원에선 천주교 신자가 귀하다. 그래서 신자로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고맙고 반가울 수가 없다.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교우들끼리 묵주기도를 하고, 직원모임을 통해 영성 서적 나눔과 친교를 나누는 모습은 아름답다. 배우자를 위해 휠체어를 밀고 매 미사에 찾아오는 가족들의 마음은 감동적이다.
병원사목에 투신하고 있는 수녀님들의 영웅적인 헌신, 그리고 환우를 돌보고 기도해주는 우리 봉사자들의 수고도 있다.
가족, 의료진, 봉사자, 사제와 수녀 모두가 환자의 쾌유를 위해 백방으로 돕고 있다.
질병이라는 짐을 합심해서 짊어지고 가지만, 늘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고 기도로써 살아가는 것이다.
실로 고통은 나눔이 실현되는 현장이다. 환우분들이 힘겨운 치료과정 뒤에 고마운 분들의 도움으로 영적으로 쉬고, 사랑으로 치유 받는다.
원목 사제에게 있어서 병원 사목은 제2의 부르심이다. 앞으로 연구해야 할 분야가 폭넓게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한 인간의 치유를 위해서는 육체적 치료와 함께 정신적, 영적 치유가 병행돼야 한다. 또한 치료는 환자 본인에게만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족 치유가 곁들여져야, 비로소 완전한 치유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퇴원하세요!』
환자에게 이보다 기쁜 소식은 없다. 환우들에게 새로운 삶이 주어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것을 다짐해보며, 지면을 통해 교우분들의 기도와 관심을 부탁드린다.
-전명철 신부 〈강북삼성병원.삼성제일병원 원목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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